삼성 수사 ‘삐걱’하니, 최순실 게이트 수사 ‘빠각’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7.02.07 13:34
  • 호수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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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영장 재청구’ 놓고 고민에 빠진 특검…내부서도 의견 충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청와대를 정조준하고 나선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고민에 빠져 있다. 거칠 것 없어 보이던 수사 행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불발로 첫 시련을 겪으면서부터다. 특검팀은 그동안 게이트에 회사 이름을 올린 대기업들이 최순실씨 일가에 건넨 자금의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한 수순이었다.

 

특히 수사력을 집중해 온 곳은 삼성이었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기업들 중 지원 자금 규모가 최대였고, 혐의도 가장 뚜렷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은 1월16일 법원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이 1월19일 이를 기각했다. ‘재벌 봐주기’라는 엄청난 국민적 비난이 법원을 향했지만, 특검은 대가성을 명쾌하게 입증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들어야 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과 최씨에 대한 뇌물죄 적용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 시사저널 포토·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부회장에 영장 재청구 가능성은?

 

이후 특검팀 내부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와 ‘원점 재수사’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눈과 귀는 과연 특검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주목됐다. 이와 관련해서는 특검팀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로드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갈 정도로 의견이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특검팀은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이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특검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섣불리 예단키 어렵다.

 

그러나 특검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검찰 관계자 견해를 종합하면, 영장 재청구를 하지 않을 가능성에 다소 무게가 실린다. 영장을 재청구하더라도 실익을 얻을 게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영장 청구가 불발에 그쳤을 당시에도 검찰 내부에선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다소 우세했다. 뇌물죄가 명백하게 입증된 것이 아니라, 최씨 일가에게 건네진 자금이 강요에 따른 상납인지, 뇌물인지 여부를 놓고 법리 논쟁이 진행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법리 논쟁이 진행 중인 사건의 경우, 구속영장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구속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다 무죄로 판명될 경우 누가 그 책임을 지겠느냐”고 지적했다.

 

법원 내부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의 한 법원에서 근무하는 부장판사는 “여론 등 주변 상황을 배제한 채 사건만 놓고 봤을 때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수뢰죄와 달리 증뢰죄(贈賂罪)의 경우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많지는 않지만 범죄 혐의가 명백하게 밝혀진 경우에도 영장이 기각되는 경우가 있다”며 “법원 입장에서는 특검이 수집한 자료로 충분히 유죄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1심 재판이 끝나고 법정구속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관점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특검팀이 영장 재청구에 나설 경우, 앞서 영장 청구 기각 이후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밝혀진 삼성의 정유라씨 지원 정황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인 지난해 9월에도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독일에서 최순실씨와 만나 정씨의 말 구입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이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청와대가 도움을 준 데 대한 ‘대가’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영장 재청구가 받아들여질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 검찰 관계자는 “특검팀 내 일부에서 영장 재청구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에선 여전히 법리 논쟁 구도로 사건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여 검찰 내부에서도 재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특검팀이 영장 재청구에 나섰다가 만약 다시 한 번 기각될 경우, 수사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영장이 기각된 이후 불어 닥친 ‘역풍’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재계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과 최씨에 대한 수사가 기업 수사로 변질됐다거나, 기소 이후 유죄 입증이 아닌 구속을 목표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렇다 보니, 수사 개시 전부터 예고한 박 대통령의 ‘뇌물죄’ 적용이 자칫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특검팀은 앞서 롯데나 SK·CJ 등도 수사대상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문제는 특검 종료 기간인 2월28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데 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특검팀은 2월15일까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 짓고, 2주 내에 기소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다른 기업들을 들여다볼 시간적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검팀도 다른 대기업 수사는 삼성 수사 뒤로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삼성이 최우선 수사 대상임을 확고히 한 것이다.

 

여기에 특검팀에는 삼성에 대한 수사 외에도 중요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특검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에 대한 수사 인력을 여기에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은 물론 이번 수사의 핵심인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도 진행해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대변인이 2016년 12월27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특검 수사 연장 신청, 안 받아들여질 수도

 

물론 특검은 대통령(황교안 권한대행)의 승인을 받아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는 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특검팀도 수사 기간 연장을 신청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연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특검팀은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게 된다. 그러나 특검팀은 연장 신청이 승인되지 않을 가능성을 감안, 정해진 기간 내에 수사를 일단락 지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수사 기간 연장이 승인될지 여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국민 전반의 여론을 감안하면 연장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그럼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에서 3월 중 박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할 경우, 곧바로 대선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통상 사정기관은 선거의 공정성을 이유로 선거 기간 중에 활동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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