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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짜뉴스 제작자는 마케도니아 10대?

뉴스가 돈이 되는 세상, ‘가짜뉴스’ 판치다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press.com | 승인 2017.02.02(Thu) 17: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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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란 용어는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의 주역으로 지목되면 전 세계적 화두에 올랐던 가짜뉴스가 이제 한국에 상륙한 모양새다. 벌써 정치권에선 툭하면 상대 진영에 대한 반박논리로 이 단어를 내세우고 있다.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접어들면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가짜뉴스를 둘러싼 논란이 상당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메신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는 가짜뉴스, 왜 이토록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또 소비될까. 

 

지난해 12월 중순, 전 세계 유수 언론의 헤드라인엔 ‘벨레즈(Veles)’라는 다소 생소한 지명이 등장했다. 발칸반도 동북쪽 마케도니아에 위치한 인구 5만5000명의 소도시인 벨레즈가 갑작스레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뭐였을까.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해 여름, SNS 상에서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의 경쟁자인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선 악의적인 뉴스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프란체스코 교황, 가톨릭 교도를 향해 ‘힐러리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선언하다”(유니버스폴리틱스), “(클린턴 지지자로 알려진 영화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트럼프 지지로 선회, 할리우드가 충격에 빠졌다”(프레시뉴스)처럼 황당할 정도로 자극적인 뉴스들이었다. 이들 뉴스는 그러나 대부분 근거가 없는 것이었으며, 이를 보도한 매체는 이름도 생소한 신생매체들이었다. 

 

수상한 낌새를 차린 온라인 뉴스 미디어 ‘버즈피드’와 영국 언론사 ‘가디언’은 이들 뉴스의 출처를 파기 시작했다. 수 주간의 ‘취재’의 끝은 마케도니아의 작은 마을, 벨레즈로 향해 있었다. 문제가 된 친(親)트럼프 성향 뉴스의 진원지가 벨레즈에 몰려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조사에 따르면 벨레즈에선 100개 이상의 ‘가짜 언론사’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었다. 

 

© pixabay


가짜 언론사들의 운영진은 대부분 이 마을에 거주하는 1020세대였다. 이들은 하루종인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통해 미국 극우파 보수 성향의 블로그를 뒤지며 적당히 짜깁기하고 윤색해 가짜뉴스를 만들어냈다. 

 

마케도니아의 이 청년들은 물론 트럼프 지지자도, 클린턴 반대자도 아니었다. 미국 대선과는 아무 관계가 없었던 이들이 가짜뉴스 생산을 통해 노린 건 오직 ‘돈’, 즉 광고 수익이었다. 

 

온라인과 SNS에서 높은 조회수는 고가의 광고 수익을 의미한다. 클릭수가 높은 콘텐츠엔 수익성 높은 광고가 붙기 때문이다. 구글의 광고 연결 엔진 ‘구글 애드센스’는 특정 웹페이지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 자동으로 해당 페이지에 가장 비싼 광고를 배정한다. 가짜뉴스는 바로 이 광고 수익을 노린 것으로, 쉽고 빨라진 뉴스소비 환경을 숙주삼아 번식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벨레즈 청년들이 만들어낸 트럼프 지지자를 위한 가짜뉴스는 페이스북에 올리면 1주일도 안 되는 사이 수십 만 개의 ‘좋아요’를 우습게 얻었다. 이렇게 누군가가 가짜뉴스를 클릭할 때마다 미국 동부에서 1만㎞는 족히 떨어진 벨레즈의 청년들의 통장 잔고는 차곡차곡 채워졌다. 익명을 전제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벨레즈 청년들은 당당했다. “우린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다. 가짜 뉴스를 만들어 배포하는 일은 잘하면 하루에도 수백 만 원씩 벌 수 있다. 이 좋은 걸 누가 안 하겠냐?”

 

가짜뉴스가 범람하게 된 데엔 쉬워진 뉴스 소비 방식도 한몫했다. 과거 뉴스를 전파하려면 신문사∙인쇄소∙배급소∙서점∙라디오∙방송국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유통 시설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다르다. 검색 엔진을 이용할 줄만 알면 누구나 세계적으로 뉴스를 유통시킬 수 있다. ‘오보’라 할지라도 뉴스 생산자를 찾아내기 어려울뿐더러 설사 찾았다 해도 해당 국가에 관련 처벌 규정이 없으면 범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인 셈이다. 

 

지금까지 가짜뉴스를 거를 방법은 없었다. 뉴스의 진가(眞假)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오롯이 사용자의 몫이었다. 하지만 가짜뉴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되자, 세계 각국 정부가 IT기업과 손잡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선 11개 선진국 고위 관료들이 모인 가운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는 페이크 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독일∙스웨덴∙핀란드 등 10개국은 가짜 언론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센터 설립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팩트체크(Factcheck)’ ‘폴리티팩트(Politifact)’ ‘스노프스닷컴(Snopes.com)’ 등 특정 콘텐츠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웹사이트도 앞다퉈 개설, 운영되고 있다.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대표적 SNS로 꼽히는 페이스북도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장치를 독일을 시작으로 여러 국가에 도입할 예정이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1월19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CEO 서밋에서 "페이스북은 점증하는 증오 연설과 폭력, 허위 뉴스에 맞서 싸워 나가기 위해 우리의 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EPA연합


하지만 가짜뉴스 차단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무엇보다 개별적 신고에 의존하기엔 그 규모가 방대하며, 기사 생성 및 확산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출처 기술 방식에 의한 뉴스 필터링, 신고된 제작자 차단 등 기술적 해결책 역시 아직은 제한적인 수준이다. 뉴스 생산자가 간단히 우회해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도 가짜뉴스 단속에 나섰다. 이를 위해 선관위는 1월19일 1월2일부터 중앙선관위 및 전국 17개 시·도선관위에 ‘비방·흑색선전 전담 테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총 182명의 직원을 투입했다. 또 페이스북코리아와 협의해 위법한 게시물을 삭제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도록 협업 체제를 구축하는 등 가짜뉴스 유포자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앞으로 트위터코리아와 구글코리아,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국내 주요 업체와도 협의를 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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