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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너 죽고 나 살자!”…국정농단 세력의 민낯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국정농단 세력의 ‘배신 정치’

권상집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01(Wed) 09: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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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배신을 가장 증오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아 있을 때 자신에게 머리를 조아렸던 사람들이 하나 둘 등을 돌리면서 그녀는 사람이 얼마나 쉽게 배신을 하는지 실감했다는 이야기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이후 가장 많이 강조하고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가 바로 ‘원칙’과 ‘신뢰’였다. 그런데 한때 박 대통령과 가장 가까웠던 이들은 지금 각자도생(各自圖生)하기 위해 자신의 최측근 또는 자신이 직접 모셔왔던 리더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 현상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경제학․경영학․정치외교학․경찰학 등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개념이다. 1950년 경제학의 게임이론에서 시작된 죄수의 딜레마는 쉽게 말하면 서로 협력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진정성․진심을 믿지 못하기에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대안을 찾아 이에 집착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딜레마 앞에 ‘죄수’라는 개념이 붙은 이유는 1992년 프린스턴 대학의 수학자 앨버트 터커(Albert Tucker)가 유죄 인정에 관한 협상에서 해당 상황을 죄수들에게 적용하면서 해당 이론이 죄수들의 자백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 후 25년 가까이 죄수의 딜레마는 범죄자의 실토를 위해 검찰․경찰 등에서 공범 등을 동일한 시간대에 불러 각기 다른 곳에서 진술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은 그 둘을 정점으로 이익을 나눠 가지려는 내부자들 간의 끈끈한 연결고리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애초에 의리가 아닌 이익이라는 이해타산적인 관계로 모인 그들이기에 이익이라는 연결고리가 끊기면 결국 이들이 유지한 네트워크는 순식간에 붕괴되고 만다. 굳게 입을 다물고 위증을 반복했던 그들은 증거가 하나씩 드러나자 서로 ‘너 죽고 나 살자’ 모드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장시호는 최순실에게 등을 돌렸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또한, 삼성은 일관되게 정부의 강압을 이유로 박 대통령을 코너로 몰고 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역시 청문회 발언을 뒤집고 진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관저에서 지켜보고 있을 박 대통령은 기가 막힐 것이다. 그러나 사실 배신은 박 대통령부터 시작했다. 정유라는 지금도 덴마크에서 귀국을 거부하고 장기전에 돌입해 있다. 최순실 역시 지난해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으로 귀국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그녀는 공항에서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도 당당한 모습으로 귀국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최순실이 지금처럼 감옥에 갇혀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을까. 아마 청와대는 당시 상황을 안일하게 바라본 것 같다. 최순실의 귀국을 종용하면서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직접적인 약속을 했을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추정이 사실이라면 이는 박 대통령의 첫 번째 배신이 된다.

 

그런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자신은 억울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모든 책임을 최순실에게 돌렸다. 그토록 배신을 증오하고 상대와의 신뢰를 강조하던 박 대통령이 특검의 칼날이 눈앞까지 다가오는 등 궁지에 몰리자 40년지기 절친인 최순실로부터 등을 돌렸다. 심지어 ‘시녀’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최순실은 자신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두 번째 배신이다. 박 대통령은 아마 관저에서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고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지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궁지에 몰려 선택의 순간에 놓였을 때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낸다. 게임이론의 내용 중 하나인 죄수의 딜레마가 강조하는 부분도 바로 이 점이다.

 

일관되게 태블릿 PC를 사용할 줄 모른다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던 최순실에게 일격을 가한 건 놀랍게도 그녀와 끈끈한 유착 관계를 보여 왔던 조카 장시호였다. 장시호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와 강요 부분을 모두 인정했다. 현재까지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최순실과 다른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급기야 최순실이 사용했던 제2의 태블릿 PC를 특검에 제출하면서 자신 역시 최순실이 지시하면 따라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최순실에 의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취하고 있다. 이미 일부 네티즌들이 ‘국민 조카’, ‘수사 도우미’로 그녀를 부르기 시작했다. 강압적인 최순실과 피해자 장시호 프레임을 통해 그녀는 최순실의 등에 비수를 꽂고 먼저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은 어떤가. 특검은 30분 간격을 두고 그들을 같은 날 각각 다른 특검 조사실로 불러 들여 두 공모자를 압박했다. 일부 언론 보도에서 나타났듯이 조 전 장관은 특검 조사에서 ‘김기춘 당시 실장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시켰다’고 진술하며 또 다시 ‘김기춘=가해자, 조윤선=피해자’라는 프레임을 바탕으로 김 전 실장을 블랙리스트 주범으로 몰아세웠다. 비슷한 시간에 그 둘을 같이 불러내 한 명에게 압박을 가해 다른 한 명을 벼랑으로 몰고 가는 죄수의 딜레마 전략은 결국 굳게 입을 다문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사이를 갈라놓았다. 조 전 장관이 곧바로 해당 보도가 오보임을 강조했지만, 둘은 벼랑 끝 구속 상황에서 상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것이다.

 

서로의 등에 칼을 꽂는 배신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순실과 안종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은 미르 및 K스포츠 재단의 기업 출연이 청와대 지시였고, 안종범이 출연금 규모를 정해주고 계속 금액을 올렸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및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진행한 사항이라고 말한 자신의 주장 자체를 뒤엎는 증언이다. 더 이상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자 이 부회장 역시 자신에게 든든한 방패막 역할을 해온 안종범으로부터 등을 돌린 것이다. 안종범 역시 재판 과정에서 “모든 사항을 다 이야기 하겠다”며 직접적인 문제의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정호성도 재판에서 고위직 인사 문건 유츨 등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에 있어서 박 대통령이 관여한 사실을 인정했다. 박 대통령이 그토록 증오한 ‘배신 정치’ 드라마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박 대통령은 관저에서 이런 현상을 보며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미르 및 K스포츠재단에 지원금을 상납한 모든 기업들은 박 대통령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었다며 대통령을 가해자로 규정하고 있다. 자신과 18년을 함께해온 정호성과 참모 중 자신이 가장 신뢰했던 안종범 역시 대통령이 해당 문제에 관여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대통령이 설 연휴를 앞두고 진행한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한 탄핵 근거는 굉장히 부족하며 모든 문제는 최순실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박 대통령 역시 ‘피해자 코스프레’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결국 최순실 너 하나 죽고 나는 좀 살자는 정신적 스탠스가 지금 관저에 있는 박 대통령의 심경이다. ‘배신 정치’ 드라마의 결말은 최순실의 유죄로 끝나야지 자신이 공모자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 보여준 박 대통령의 민낯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공고하게 구축됐던 그들만의 신뢰와 네트워크는 법의 심판 앞에 지금 하나 둘 무너지고 있다. 죄수의 딜레마 속에서 ‘나는 피해자, 너는 가해자’ 프레임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보다 더 진한 물이었던 그들의 유착 관계는 지금 서로를 적으로 만들며 자신만은 감옥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몸부림을 치고 있다. 특검의 칼날은 점점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고 죄수의 딜레마 현상으로 인한 배신은 그 폭과 깊이가 더욱 커지고 있다. 배신을 가장 증오해 왔던 박 대통령과 최순실이 기획․제작․주연으로 나선 ‘배신의 정치’ 드라마는 이제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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