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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갈등 한반도 불안해진다

美-中, 외교·안보 갈등 확대 우려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29(Sun) 17:00:20 | 14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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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58%의 대통령을 보내고 지지율 40%의 새 대통령을 맞이해야 하는 답답한 현실이다.” 1월20일(현지 시각),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를 두고 한 정치분석가가 전한 워싱턴 분위기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통령 취임을 앞둔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은 40%로 뚝 떨어졌다. 역대 대통령 취임 시기 최악의 지지율이다. 2009년에 취임한 버락 오바마의 취임 당시 지지율 84%보다 44%나 떨어지는 수준이다. 1993년 취임한 빌 클린턴도 취임 당시 67%의 지지율을 받았고, 2001년 취임한 조지 W 부시의 취임 당시 지지율도 61%에 달했다.

 

반면 트럼프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오바마의 지지율은 58%에 달한다. 퇴임 지지율로는 역대 최고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임식도 반쪽짜리가 될 공산이 커졌다. 당장 민주당 소속 의원 상당수가 취임식 불참을 선언했다. 200만 명이 넘게 모였던 오바마의 취임식과 비교하면 100만 명도 모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反)트럼프 시위대도 상당수가 집결할 것으로 알려져 화합의 상징이 돼야 할 취임식부터 분열을 노출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이틀 앞둔 1월18일(현지 시각) 관계자들이 빗물 고인 취임식장을 청소하고 있다. © EPA 연합


‘최악 지지율’로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

 

트럼프 측은 별로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겨우 절반 가까운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초기 지지율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겠다는 발상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취임행사 주제처럼 미국 경제 부흥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는 트럼프가 자신이 약속한 정책을 과감하게 펼쳐 나간다면 초기 지지율 반등은 어렵지 않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여전히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안은 워싱턴 곳곳에서 감지된다. 자산만 약 3조원에 달하는 억만장자 부동산 재벌로 공직이나 군 경력이 전혀 없는 ‘아웃사이더’가 세계 최강국인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것은 240년 미국 역사상 최초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트럼프가 과연 자신의 공약처럼 기존 워싱턴 정치권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해 다시 미국의 경제 부흥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세계 경찰을 자처하고 있는 초강대국 미국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서 어떠한 외교정책을 내놓을지에 세계 각국은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하면서 이른바 국제분쟁 개입을 자제하는 신(新)고립주의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마저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제로 트럼프가 지명한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인사들이 인준청문회 과정에서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피력했던 발언이나 정책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혼선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1월11~12일 열린 상원 인준청문회에 출석한 국무와 국방, 법무와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들은 트럼프가 평소에 강조한 동맹 재조정과 물고문 부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파기, 무슬림 입국 제한, 친(親)러시아 정책 등에 작심한 듯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미친 개(Mad Dog)’라는 별명을 가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는 “우리는 국제적 동맹과 안보 협력을 껴안아야 한다”며 “강한 동맹과 함께하는 국가들은 번영하고 동맹이 없는 국가들은 약해진다”고 밝혔다. 이는 대선 기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며 동맹관계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입장과는 상반된 발언이다.

 

국무장관에 지명된 석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렉스 틸러슨도 청문회에서 러시아를 적국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의 해킹을 통한 미 대선 개입을 사실상 인정하는 등 러시아의 위협을 경고함으로써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강조한 트럼프와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특히, 그는 트럼프가 파기를 공언한 TPP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도 청문회에서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waterboarding)’ 부활과 무슬림 입국 제한 등 트럼프의 기존 주장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내정자도 물고문 반대는 물론 트럼프의 대표 공약인 ‘멕시코 장벽 설치’에 대해서도 “물리적 장벽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도 청문회에서 트럼프가 물고문하라고 명령하면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의에 “그런 명령을 받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지만, 절대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각종 파격적인 공약으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트럼프의 현 상황에서 청문회를 무리 없이 통과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 외교·안보 라인이 나름대로 소신 있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애초에 트럼프가 약속한 공약이 ‘빈껍데기’로 남을 공산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특히, 트럼프가 대선 기간 서민과 중산층의 대변자를 자처한 것과 달리 초기 트럼프 행정부가 ‘초호화 거대 갑부’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이들 간의 불협화음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또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합의한 이란과의 핵협상은 물론 쿠바와의 외교관계 부활도 다시 단절할 수 있다는 등 거의 ‘막가파식’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취임식을 앞두고 집결하고 있다. © EPA 연합


외교·안보 지명자들 ‘트럼프에 집단 반기?’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이후 대만 총통과 직접 통화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했다. 트럼프는 이 모든 것이 노련한 협상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내심 생각하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은 불안감을 거둘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평소 트럼프의 친(親)러시아 발언으로 미뤄볼 때 러시아와의 분쟁은 줄어들 수 있을지 모르나, 중국과의 갈등은 바로 우리에게도 불똥이 튀는 문제다. 중국과의 외교·안보 갈등으로까지 확대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한민국에도 전달된다. 여기에 ‘북핵’ 문제까지 가세한다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한반도의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

 

‘전략적 인내’로 대표되는 오바마 집권 8년 동안의 대북 정책은 철저한 ‘북한 무시 전략’이었다. 수차례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도 미국은 북한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오직 미국인이 평양 당국에 구속되어 있을 때만 석방을 위해 잠시 비밀협상을 벌였을 뿐이었다. 핵무기 보유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과 ‘담판’을 벌이겠다는 북한의 구상은 처절하게 외면당했다. 북한은 무언가 다른 외교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이번만은 담판을 짓겠다는 구상은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미 대선 기간 중에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강행해 존재감을 높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북한은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무엇으로든 존재감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며 실제로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물론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북한과 협상을 하겠다는 것인지 군사적 수단을 포함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북한으로서는 일단 트럼프의 반응을 이끌어낸 셈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대선 기간 김정은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발언하는 등 북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직접 해결보다는 중국의 영향력을 이용해야 한다는 등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 불확실한 트럼프에 중압감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도 북한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은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러시아, 중국, 테러집단과 함께 미국의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지명자도 청문회에서 한반도 정세에 대해 “북한정권의 도발적 언행으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국·일본 등 동맹과의 협력은 물론, 미사일 방어 능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을 저지하기 위한 군사적 대응 즉, 대북 선제타격 옵션은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는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원론적인 강경 입장을 고수하기도 했다.

 

이제 사실상 공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간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제재를 감수하면서도 미사일 발사 등 존재감을 과시해 미국과 담판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으로 북한은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각오해야 할 입장이다. 여기에다 남한이 탄핵 국면으로 인해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면, 김정은은 한반도 불안과 안보 정세를 조성한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도 없게 된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한국의 차기 정권이 수립되고 난 다음까지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그 시기만 다소 뒤로 미뤄졌을 뿐 북한이 도발적 수단을 써서라도 트럼프 행정부에 존재감을 과시하고 이를 빌미로 미국과 협상과 담판을 추진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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