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IBK기업은행장 “한번 결정하면 밀어붙여야”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25 02:59
  • 호수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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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행장 시절부터 준비한 ‘조직개편’으로 분위기 일신

김도진 신임 IBK기업은행장은 취임 3주 만에 14년 이상 낡은 조직을 개편했다. 경영전략본부 부행장 때부터 조직개편 청사진을 미리 그려 놓았기에 가능했다. 그는 기존의 기업은행 조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조직 간 오해와 불신이 크다고 들었다. 실무자와 자주 논의했다. 김 행장은 “부행장 3년 동안 고민했다. 나 말고 다른 행장이 왔더라도 이번 조직편제만 보고 결재할 수 있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취임한 지 3주가 지난 그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하다”며 “내부 기대치가 커 책임감이 생긴다”고 전했다.

 

김 행장은 우직한 외모에 투박한 말투를 가진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다. 우선 본인 칭찬하길 꺼린다. 부하 직원을 말할 때면 우리 직원, 내 자식을 붙이는 특유의 의리도 가졌다. 이번 조직개편도 “완벽하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다만 “이전보다 효율적”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전날 술자리가 길었어도 오전 7시면 은행에 온다”며 “죽어도 (기업은행) 여기서 죽어야지”라며 웃는다. 김 행장을 1월20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에서 만났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 시사저널 최준필

어려운 시국이다. 경제는 더 나빠질 수 있다. 부담이 많은 상태로 시작한 것 같다.

 

그렇다.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은행만 아니라 다른 은행, 다른 업종 모두 그리 생각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2000년 이후 1조원 당기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실적이 왔다 갔다 했다. 근래 1조원 순익을 유지하고 있다. 의미는 있다. 하지만 각종 재무지표를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기업은행 총자산이익률(ROA)은 0.4%대다.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부족하다. 자산은 늘어나는데 거기에 따라서 수익이 못 따라온다. 자산 성장은 7%인데, 당기순익 성장률은 7%를 못 따라간다. 그만큼 비용 요인이 내재돼 있다는 뜻이다. 자산만 늘어난다고 이익이 늘어나는 시기는 지났다. 자산 구성의 품질을 높이고 포트폴리오를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이번 조직개편도 그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인가.

 

은행장에 취임하고 만든 조직개편이 아니다. 경영전략그룹에서 부행장 3년을 하며 고민해 구성한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은행장이 돼도 결재만 받고 운영되도록 준비했다. (조직개편 구상할 때) 부장 등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기업은행 조직체계가 14년가량 이어지다 보니 그룹 내에 부서 간, 팀 간 교류가 없고 부서 간 이기주의가 생긴다고 들었다. 이 제도가 완벽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보단 효율적이라고 본다. 실무자들이 좋다고 하면 써야 한다. 나중에 가서 변경이 필요하면 또 바꾸면 된다. 내일모레 나갈 사람이 자꾸 개입하는 것은 보기 안 좋다. 배가 산으로 간다. 제대로 된 조직편제가 안 나온다. 그래서 실무자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 핀테크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아이원(i-one) 뱅크를 만들었다. 이를 업그레이드해 사용하기 쉽게 만들었다. 이에 스마트뱅킹에 대응하고 집중하는 부서가 필요했다. 미래채널그룹을 신설한 이유다. 또 국내 은행권은 이자수익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부실이 높아지면 돈을 못 버는 구조다. 비(非)이자수익을 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해외사업을 늘려야 한다. 그래서 글로벌사업 부장을 본부장급으로 격상해 힘을 실어줬다. 신탁과 수탁을 나눠 하나에 집중하도록 했다.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기 위해 지점 통폐합을 했다. 바쁜 영업점에 인력을 충원했다.

 

 

소통을 중시한다고 들었다.

 

소통이 안 되면 조직이 안 돌아간다. 행장과 부행장, 부행장과 부하 직원, 지역 본부장과 부장 이하 직원들 간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행장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현장에 있는 장수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야 소통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직책을 맡은 사람이 행장에게 하루에 한 번, 이틀에 한 번만 보고를 한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 소통이 없으면 오해와 불신이 생긴다. 조직 동력이 떨어진다.

 

 

해외 진출 확장 계획은 있는가.

 

기업은행은 11개국에 27개 해외점포를 운영 중이다. 해외사업 자산은 은행 전체의 3.0%, 이익은 7.1%를 차지한다. 동남아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동남아 진출에는 이유가 있다. 중국 수익률이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자본규제·환경규제 등 각종 규제가 들어오고, 노동 임금도 오르고 있다. 한국 기업도 늘지 않는다. 그래서 동남아로 가고 있다. 베트남이 대표적인 국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과거 IMF 시절 철수한 적이 있다. 지금 들어가려니까 안 된다고 한다. 그쪽 금융시장 구조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지 은행 인수 작업으로 진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그쪽 정부에서도 2개 은행 이상 인수 작업을 할 경우 지분율을 50%까지 허용하겠다고 했다. 해외시장은 이익률이 높다. ROA(총자산이익률), ROE(자기자본이익률)가 국내보다 훨씬 높다. 다만 갈 길이 멀다. 당장 되는 게 아니다.

 

 

국내 금융권에선 성과연봉제가 가장 큰 이슈다. 기업은행은 공기업 지정 논란이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선 법률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논의할 사항이 있다. 정부와 노조, 기업과 다른 기관까지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할 사안이다. (공기업 전환과 관련해) 정부와 협의하고 논의하는 중이다. 기타공공기관으로 있는 게 더 좋다는 우리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현명하게 판단해 줄 것이라고 본다.

 

 

강한 이미지가 있다. 경영 스타일, 경영 철학이 궁금하다.

 

주변 사람들이 강하다고 한다. 사실 한번 결정하면 추진력 있게 나아가는 스타일이다. 결정이 다 되었는데 다시 논의하면 곤란하다. 추진 동력을 떨어뜨린다. 나갈 땐 세게 밀고 나가야 한다. 다만 결정 전에 논의를 충분히 해야 한다. 그 후에 결정된 것은 번복 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 항상 기업은행에 고마운 마음도 가지고 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보다도 기업은행을 사랑하고 은행에 충성심이 강하다. 아침 7시면 출근한다. 직원 중에서 등수로 따지면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오전에 일을 많이 한다. 그래야 효율성이 높다.

 

 

임기 3년 이내에 650개 전 영업점을 다 가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장에 가서 이야기를 듣고 영업점 직원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다만 공식적으로 방문하진 않을 예정이다. 불시에 방문해 이야기를 듣고 직원들에게 점심을 사줄 생각이다. 비서실에서 행장 4명을 모시면서 알게 된 게 있다. 행장이 간다고 하면 본부장·지점장 나오라고 하고, (지점 직원이) 쓸고 닦고 청소하기 바쁘다. 그런 건 싫다. 지점에 가서 실적 지적하는 건 내 몫이 아니다. 우리 식구가 거기에 있는데, 어떻게 보면 내 자식인데 밥 한 끼 사주는 게 내 몫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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