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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출렁이는 충청 민심

차기 대통령 자질 ‘도덕성’ 1위… 야권 지지율 여권보다 세 배나 앞서

김지영 기자 ㅣ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7.01.25(Wed) 11:55:06 | 14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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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 여론조사가 민심(民心)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관론이다. 2016년에도 입증됐다. 우리나라 4월 총선과 미국 11월 대선에서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크게 빗나갔다. 여론조사 무용론(無用論)이 또 고개를 들었다. 그렇다고 여론조사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민심을 대략적으로나마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절대 신뢰할 수도, 완전 무시할 수도 없는 계륵(鷄肋) 같은 게 여론조사다. 교과서는 아니어도 참고서로 활용할 순 있다.

 

시사저널이 충청 지역(대전, 충남·북, 세종)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그대로 반영됐다. ‘대선 시기’를 묻는 질문에 ‘4~5월 최대한 빠를수록 좋을 것 같다’는 응답이 50.9%, ‘6~8월경이 좋은 것 같다’는 30.5%였다. 이는 충청 유권자 10명 가운데 8명이 박근혜 정권에 ‘완전히’ 등을 돌렸단 얘기다. 예정된 12월 대선까지 못 기다리겠다는 소리 없는 분노의 표출이다. ‘차기 대통령의 능력과 자질’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인지 ‘도덕성’이 1위로 꼽혔다. 정당 지지율도 민주당(38.5%), 국민의당(8.3%), 정의당(4.4%)을 합해 야권이 51.2%였다. 여권 지지율 17.3%(새누리당 12%, 바른정당 5.3%)를 세 배나 크게 앞질렀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민심의 냉정함과 엄혹함을 엿볼 수 있다.

 

2016년 11월19일 대전 대덕대로 타임월드백화점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 대선 시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2016년 12월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헌재는 6개월(180일) 내에 심판 절차를 마쳐야 한다. 헌재는 심판 절차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전문가들이 조기에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판결 시점은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 이전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대체로 2월말이나 3월초로 예상된다. 만약 그 시점에 인용 판결이 나면 대선은 60일 이내에 치러야 한다. 4월말이나 5월초다.

 

충청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차기 대선이 언제 치러지는 것이 좋을 것 같으냐’는 물음에 과반이 넘는 50.9%가 ‘최대한 빠를수록 좋을 것 같다’고 응답했다. 4~5월 대선을 바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후보자 검증을 위해서라도 6~8월경이 좋을 것 같다’는 응답이 30.5%로 집계됐다. 전체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81.4%)이 조기 대선을 바란다. 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헌재의 탄핵 기각으로 예정된 12월이 좋을 것 같다’는 응답은 12.8%였다. 나머지 5.8%는 ‘모름/무응답’이었다.

 

ⓒ 시사저널 미술팀


계층별로 보면 ‘4~5월 대선’ 응답은 고소득자, 30대(59.3%)·40대(62.8%), 세종시 거주자(59.1%), 자영업자(58.6%), 정의당 지지층(69.9%)·민주당 지지층(65.2%), 지난 대선 문재인 투표층(70.4%), 차기 대통령 적합도 문재인 지지층(70.8%)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6~8월 대선’을 선호한 응답은 20대(38.8%), 블루칼라(37.4%), 월 소득 101만~200만원(40.5%)·201만~300만원(39.5%), 바른정당 지지층(42.3%)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12월 대선’은 농·임·어업(20.6%), 새누리당 지지층(34.4%), 지난 대선 박근혜 투표층(20.7%)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응답했다.
 

2016년 11월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대통령 능력과 자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능력과 자질에 대한 추상(秋霜) 같은 검증이 더욱 절실해졌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에 대한 검증 부실로 인해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2007년과 2012년 두 차례 대선에서 불거진 박근혜 후보와 최태민 일가의 검은 커넥션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사실상 국정 중단 사태까지 벌어졌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이미 적신호가 들어왔다.

 

이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차기 대통령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능력이나 자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21.7%가 ‘도덕성’을 꼽았다. 역대 가장 불통(不通)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다. 정치권 목소리에 귀를 닫았고 민심에 등을 돌렸다. 여론은 국가 정책을 기획하고 결정하는 토대다. 그 여론을 무시한 대통령의 말로를 요즘 목도하고 있다. ‘도덕성’ 다음으로 ‘소통 능력’(17.6%)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의 실정(失政)으로 인해 ‘도덕성’과 ‘소통 능력’이 중요해졌다.

 

‘도덕성’은 30대(28.4%), 대전 거주자(28.6%), 월 소득 401만~500만원(28.7%), 정의당 지지층(35.0%)에서, ‘소통능력’은 20대(30.9%), 세종시 거주자(31.6%), 학생(27.8%) 계층에서 높게 집계됐다.

 

다음으로 ‘강력한 리더십’(16.7%), ‘책임감’(13.7%), ‘개혁성/개혁의지’(9.3%) 등이 뒤를 이었다. ‘강력한 리더십’은 새누리당 지지층(26.7%)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 ​개헌 필요 여부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개헌론’이 조기 대선 정국 화두 가운데 하나로 다시 떠올랐다. 대선 주자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개헌안과 개헌 시기 등을 역설하고 있다. 정치권에 비해 유권자 관심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다만 1987년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현행 5년 단임제 대통령제의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에 대해선 응답자 10명 가운데 7명(68.2%) 정도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자에게 개헌에 적합한 시기를 질문한 결과, ‘차기 대통령 취임 1년 이내’가 35%, ‘취임 1년 이후’가 25.0%로 나타났다. 응답자 10명 중 6명(60.0%)은 ‘대선 이후’가 적합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조기 대선이 예상되면서 개헌에 필요한 절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비해 ‘대선 전(前)’이 적절하다는 응답은 32.9%로 집계됐다.

 

© 시사저널 미술팀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 그 가운데 세종시 거주자(80.2%), 자영업자(78.5%), 바른정당 지지층(82.6%)에서 개헌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층에서도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적합한 개헌 시기를 계층별로 보면, ‘대통령 취임 1년 이내’라는 응답은 자영업자(42.7%)와 정의당 지지층(44.8%)에서, ‘취임 1년 이후’는 세종시 거주자(39.2%), 화이트칼라(36.7%), 더불어민주당 지지층(37.9%)에서 높았다.

 

‘대선 전’은 새누리당 지지층(45.2%)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집계됐다. 새누리당의 경우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不妊)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개헌으로 대선 판을 흔들어야만 그나마 회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보는 듯하다.

 

신년 여론조사 지지율 1위에 올라 있는 문재인 전 대표 지지층은 ‘취임 1년 이후’(41.3%), 반기문 전 총장 지지층은 ‘대선 전’(42.8%), 안희정 지사(52.6%)와 이재명 성남시장(53.2%) 지지층은 ‘취임 1년 이내’를 적합한 개헌 시기라고 응답했다.

 

 

■ ​정당 지지도

 

충청 지역 유권자의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38.5%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새누리당 12.0%, 국민의당 8.3%, 바른정당 5.3%, 정의당 4.4% 순이었다.

 

‘지지 정당이 없다’가 26.5%, ‘모름/무응답’이 2.8%로 조사됐다. 무당층(無黨層)이 30%에 육박해 정당 지지 순위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무당층 30%는 역대 총선과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왔다. 때문에 “무당층 30%를 잡는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지지층은 20~30대, 화이트칼라, 대학 재학생 이상 계층이 많았다. 이에 비해 60세 이상, 충북, 중졸 이하, 월 소득 100만원 이하 계층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와 주목된다. 

 

© 시사저널 미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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