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구속하라…사법부를 규탄한다”
  • 김은샘 신수용 조문희 인턴기자 ()
  • 승인 2017.01.2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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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차 촛불집회] 영하 10도 한파에도 꺼지지 않은 촛불 열기

1월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 굵은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13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광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함박눈에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촛불의 외침이 도심을 가득 메웠다.

 

광장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질 뻔한 시민들이 많아 자원봉사자들은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했다. 곳곳에 쌓여있는 눈 더미에 촛불이 꽂혀있는 모습과 구치소에 재벌총수들을 가두는 퍼포먼스 등이 눈에 띄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풍선들이 흐린 겨울 하늘을 수놓았다. 

 

영하 10도의 강추위 속에 눈이 내린 1월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3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재벌총수 구속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6시30분 기준 20만 명의 집회 참가자가 광화문 광장 일대에 모였다고 추산했다. 주최 측은 이번 집회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조기 탄핵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1월 총력집회’라고 선언했다.

 

여기에 1월19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법원의 기각 결정이 촛불 민심을 타오르게 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이재용을 구속하라’는 피켓을 들고 “재벌총수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5시 사전 발언 시간, 무대에 오른 시민들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의 구속,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 선거연령 18세 하향 등 다양한 주제의 발언을 이어갔다. 장애인․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우식 금속노조 삼성전자 서비스지회 조합원은 “무슨 법이 이래요? 똑같은 사람인데 왜 차별합니까?”라며 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오후 6시 본집회가 시작되자 촛불파도와 함께 울려 퍼진 함성이 광화문광장을 뒤흔들었다. 집회 참가자들의 연령은 다양했다. 이재훈군(10)은 “우리나라가 빨리 평화로워졌으면 하는 마음에 부모님을 설득해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진창언씨(57)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갔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재훈씨(26)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 대립이 아닌,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라며 “법은 있는 자들의 목소리만 대변 한다”고 꼬집었다.

 

보수단체의 맞불집회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20대 한 참가자는 “썩을 대로 썩은 나라를 진정으로 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보수라는 이름을 더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아무개양(19)은 “집회 참여율이 점점 낮아지는 것 같다”며 “사람이 많을수록 전달력이 강해지는 데 아쉽다”고 말했다. 시민운동 활동가인 이상진씨(50)는 “마음이 불편해서 집에 있을 수가 없다”고 밝힌 후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바랐다.

 

집회에 참가한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앨런씨(가명)는 “시위 음악의 선곡이 좋다”며 “쾌활한 분위기의 시위가 좋아 함께 참여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인 스티브씨(63)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시위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한국은 분노에 비해 조용하고 침착해 놀랐다”고 밝혔다.

 

추운 날씨에 광장의 노점상 앞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국수를 제공한 김아무개씨(52)는 “돈을 내시는 분들도 있다”며 “수익금은 전부 기부 한다”고 밝혔다.

 

1월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3차 촛불집회 현장에 ‘이재용 및 재벌총수 구속하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오후 8시 기준 주최 측 추산 집회 참가자 수는 30만 명으로 늘었다. 이 시간을 기점으로 행진이 시작됐다. 당초 예정된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와 헌법재판소 외에 태평로 삼성 본관 빌딩과 을지로 롯데 본사, 종로 SK 본사 등 대기업 본사 앞을 거치는 경로가 추가됐다. 행진 내내 “이재용을 구속하라, 재벌총수 구속하라, 사법부를 규탄한다”는 구호가 이어졌다.

 

이날 서울 외에도 부산․대전․대구․광주 등 전국 50여 개 도시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행진 후 광화문 광장에 다시 모인 시민들은 오후 9시 마무리 집회를 가졌다. 촛불집회는 설 연휴 기간 한차례 쉬고 오는 2월4일 토요일 다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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