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선 판에도 ‘탈북자 알바’ 동원…"제2의 어버이연합 사태"
  • 조유빈∙조해수∙안성모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7.01.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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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민 前 의원 북콘서트에서 대선 출마 의지 밝혀…행사 끝난 후 일부 참석자들 2만원씩 현금 지급받아

대선 판에도 ‘탈북자 알바’가 등장했다. 장성민 전 의원이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북콘서트에 탈북자 알바가 대거 동원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4월 시사저널의 ‘어버이연합 게이트’ 단독보도로 탈북자 알바가 보수집회에 ‘일당’을 받고 동원된 사실이 밝혀져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정치인의 행사에 같은 방식으로 알바가 동원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대가를 지급하고 선거와 관련된 행사에 참석할 사람을 모집하는 행위는 공직선거법 위반이기 때문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대표이자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장 전 의원은 1월17일 오후 2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자신의 책 ‘큰바위 얼굴’과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 북콘서트를 열고 “국민의당에 입당해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생각”이라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이 날 장충체육관에는 3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고, 권노갑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김종인 민주당 의원,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이 참석해 축사와 격려사를 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행사 전 받은 ‘표’, 행사 후 ‘돈’과 교환

 

장 전 의원의 대규모 북콘서트를 앞두고 탈북자들 사이에서 ‘일당 알바’를 모집한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어버이연합이 보수집회에 탈북자를 동원했던 것처럼 2만원을 받고 행사에 참여할 탈북자들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시사저널은 사실 확인을 위해 1월17일 행사가 열린 장충체육관을 찾았다.

 

행사를 30여분 앞둔 1시30분쯤, 장충체육관 앞 동대입구역 근처에는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에게 ‘표’를 나눠주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표는 두 종류였다. 한 쪽에서 배부하는 표는 흰색 종이로 이름과 연락처를 기재하게 돼 있었고, 윗부분에 빨간 동그라미 모양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다른 쪽에서 배부하는 표는 빨간색으로, 뒷부분이 모눈종이 형태였다.

 

행사 시작 전 빨간 표를 받아가는 모습 ⓒ 시사저널 최준필


장 전 의원의 북콘서트는 따로 입장권을 교부받거나 구매할 필요 없이 행사에 방문한 사람들은 모두 입장할 수 있었다. 이 표는 ‘일당’을 받기 위해 배부된 표인 셈이다. 실제 빨간색 표를 받아 챙긴 뒤 행사장에 입장한 60대 남성은 “표 없어도 입장이 가능하다. 이건 이따 돈 받을 때 보여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행사 끝난 뒤에 2만원을 받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행사 이전부터 조직적으로 참석자를 모집한 정황도 드러났다. 한 참석자는 “미리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해당 문자를 확인한 결과, 참여할 탈북자들 모집은 행사 나흘 전인 1월13일부터 이뤄졌다.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행사에 교통비 2만원을 받고 참석할지 여부를 미리 알려달라는 문자가 왔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 1시30분까지 장충체육관 앞에 모이라고 했다”며 “교통비로 2만원을 준다고 해서 왔다”고 설명했다.

 

흰색 표를 배부 받은 한 참석자는 “(표는) 나중에 돈 받을 때 쓰는 것이다. 표 없으면 돈을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팀과는 종이 모양이 다를 수 있어서 (우리 팀이 아닌 사람이) 이 표를 가지고 가면 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우리 팀은 이 표다”라며 ‘일당’을 받기 위해 동원된 알바 팀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일행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현금 준대?”, “그렇대” 등의 얘기도 들려왔다. 또 다른 참석자는 “행사가 끝나고 (동대입구역) 5번 출구 옆에 모이라고 했다”며 “표 없으면 돈을 못 받으니 표를 받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행사가 끝날 무렵인 3시30분쯤부터 사람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동대입구역 5번 출구 근처에서 돈을 나눠주는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았다. 4시가 가까워지자 지하철 입구에서 기다리던 두 명의 여성이 행사에 참석한 노인들을 지하철역 아래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던 한 노인은 “이리 내려가면 돈을 준다더라”며 “돈 준다고 해서 우리는 10명이서 왔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후 일부 참석자들이 지하철역 아래에서 일당을 지급받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일당’은 지하철역 아래에서 지급되고 있었다. 참석자들이 빨간색 표를 꺼내주거나 옷 위에 부착한 빨간색 표를 떼어내 제출하면 돈이 든 봉투를 건네주는 방식이었다. 행사 참석 전 배부 받은 표를 행사가 끝난 후 돈과 교환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장충체육관 앞에서도 ‘일당’ 지급이 이뤄졌다. 표가 없는 참석자들이 “왜 우리는 돈을 안 주냐”고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참석자들을 안내하는 한 남성에게 무슨 일인지를 묻자 “표가 있어야 (돈을) 받을 수 있다”며 “오신 분들한테 주는 교통비”라고 설명했다. 일부 참석자들이 봉투를 받자마자 그 안에 든 현금 2만원을 확인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장충체육관 앞에서도 일당지급이 이루어졌다. ⓒ 시사저널 최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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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알바’에서 ‘청와대 지시’ 의혹까지

 

장 전 의원 측 “우리는 전혀 모르는 일”

 

선거와 관련된 행사에 돈을 주고 참석자를 모집하는 행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자세한 것은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북콘서트 때 대선 출마 발언을 했다면 선거와 관련이 있는 자리로 볼 수 있다”며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출마 선언을 한 자리에 참석한 사람한테 (참석) 대가로 돈을 주는 것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또 “(대가를 제공한 것이) 당사자가 아니라도 ‘제3자 기부행위 금지’에 위반될 수 있다”며 “후보자의 가족 외에 제3자가 기부하는 행위도 처벌하고 있다. 금품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받은 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등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부행위 위반죄에 해당할 경우 공직선거법 25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대선 판에도 알바가 동원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탄핵정국에서 이어질 조기대선에서는 무엇보다 ‘투명성’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6총선시민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선거운동 등에 알바를 동원하는 것은 돈을 주고 여론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실정법 위반보다 더 심각한 반사회적 범죄”라고 말했다. 안 처장은 “선거와 관련한 행사로 인정될 경우 선거법에 저촉되는 사안이다. 선관위의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돈의 출처가 어딘지 추적해야 한다”며 “사회적 약자들을 돈으로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한다는 점에서 제2의 어버이연합 사태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성민 전 의원 측은 “우리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실제로 탈북자들이 동원됐다면 철저한 수사를 통해서 배후 세력들을 밝혀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 전 의원 측은 또 “북콘서트는 정치적 색깔을 띤 행사도 아니었고, 지인들에게만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렸을 뿐 조직적으로 문자를 보낸 적이 전혀 없다”며 “우리가 수사 의뢰를 해서 이 사실을 낱낱이 밝히고 싶은 심정이다. 자발적으로 참여하신 분들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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