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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르포] 치솟는 물가에 AI까지…알바로 겪어 본 위기의 치킨집

“내일은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이 안드는 게 더 문제”

조문희 인턴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13(Fri) 18: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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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사장님 여기 날개 반만 주세요.”

 

치킨호프 가게가 가장 바쁜 시간은 저녁 6시~8시다. 하지만 이 시간 동안 받은 메뉴라고는 닭 날개 반 마리가 전부였다. 그 흔한 배달도 없었다. 닭 날개 반 마리의 가격은 8000원. 생맥주를 비롯한 다른 메뉴도 팔았지만 이 시간대에 닭을 팔아 번 돈은 8000원이 전부였다. 턱을 괴고 있던 사장이 말했다. “손님이 없어서 도와줄 것도 없어. 그냥 치킨이나 먹고 가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A 치킨호프 가게를 찾았다. 14년 동안 부부가 함께 운영한 동네 치킨집이다. 1월12일 미리 취재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겠다고 말한 뒤 이곳을 찾았다. 그리고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가게 일을 도왔다. 치솟는 물가에 AI(조류인플루엔자)까지 확산되면서 치킨집 운영이 어렵다는 소식을 접한 뒤 생긴 궁금증 때문이었다. 

 

ⓒ 조문희 제공


치킨집 ‘역대급’ 매출 하락…단가 맞추기 힘들어

 

퇴근길에 모여 치맥을 나누는 일행들로 가득 찬 테이블은 기대도 안했다. 하지만 오후 7시, 도착했을 때는 총 8개 테이블 중 달랑 한 테이블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생맥주 3잔과 치킨 한 마리. 사장 내외는 가게 구석 자리 벽에 몸을 기댄 채 앉아있었다. 사장은 “왔니, 앉아라”며 의자를 툭툭 쳤다.

 

작년 1월, 이 가게에 손님으로 왔을 때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에도 저녁 7시쯤에 찾았는데 테이블은 만석에 배달 주문까지 밀려있었던 가게였다. 알바생이 있는데도 일손이 모자라 가게 사장의 아들을 호출할 정도였다. 사장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때가 100이면 지금은 50도 안 돼. 지금이 제일 안 좋아 지금이….”

 

무엇이 그렇게 안 좋아졌을까. 그는 ‘단가 맞추기’를 꼽았다. 거의 모든 재료의 값이 올라 단가를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치킨을 튀길 때 필요한 콩기름은 18L에 3만3000원 하던 것이 3만8000원이 됐다. 생맥주 한 통은 5000원이 올라 7만원이 됐고, 소주 한 박스는 2000원 올라 4만5000원이 됐다. AI덕분에 계란은 귀한 몸이 됐다. AI가 터지기 전 4500원이던 계란 한 판이 2주 전에는 9000원으로 올랐는데, 어제부터는 한 판 가격이 1만4000원이다. 

 

이곳은 치킨 한 마리에 1만5000원을 받는다. 일주일 전에 1000원을 올렸다. 여기에 재료비, 임대료, 포장비 등을 빼면 치킨 한 마리를 팔고 남는 돈은 8000원 남짓이다. “그나마 우리는 배달을 내가 직접 나가니까 망정이지, 배달 알바 썼으면 벌써 문 닫았어.” 사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AI도 AI지만, 줄어든 소비 심리가 한 몫 했다. “사람들이 지갑을 안 열어. 예전엔 새벽 3시 4시까지도 신나게 술을 팔았는데, 지금은 10시만 되면 손님이 뚝 끊겨. 술값도 오르니까 마음 놓고 마실 수도 없는 거지.” 사장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희망 없는 내일…“하루하루가 지옥 같아”

 

오늘의 알바비는 ‘파닭’ 한 마리와 생맥주 500cc로 대신했다. 앉을 새도 없이 서빙을 하고 접시를 닦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는데 할 일이 없었다. 알바비로 받은 ‘파닭’이 튀겨지는 동안 사장에게 물었다. 어떤 게 가장 힘드냐고.

 

“희망이 없는 거지. 내일은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이 안 들어.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질 거라고 보이지 않으니까. 자영업 하는 사람 입장에선 너무 암담한 거지. 계속 이러고 살아야 하나 싶고.”

 

닭이 서로 달라붙지 않게 집게를 잡고 닭을 휘졌던 사장의 손에는 기름에 덴 상처가 여러 군데 보였다. 한 손엔 밴드가 두 개가 붙어있었다. 그는 조금씩 튀어 오르는 기름에 흠칫 놀라다가도, 다시 서로 붙은 닭을 떼어 냈다. 이내 “자식 때문에 죽어라 죽어라 버티고 있는 거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두 달 전만 해도 가게 사장은 배달을 다니느라 바빴다고 했다. 하지만 이 날은 배달이 한 건도 없었다. “날씨가 추워서 사장님 쉬라고 그런가 보네요”라는 말에 “아무리 추워도 배달 한 건 나가는 게 좋은 거야. 추운거야 참으면 되지”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래도 이 가게는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했다. 옆에 ㄲ치킨은 하루 총 매출이 7만원이다. 그러다보니 알바도 다 잘랐다. “적자가 계속 나니까 빚을 지고 있는데, 저러다 망하면 빚더미 나앉는 거야.” 옆 가게는 경쟁자가 아닌 걱정의 대상이었다. 

 

두 무리의 손님들이 들어왔다. 시각은 9시30분. 가게를 자주 찾는 단골이었다. 사장은 저녁을 먹다말고 일어나 손님을 맞이했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주문 메뉴에 치킨은 없었다. 직접 두 테이블에 과자와 생맥주를 갖다 주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니 사장은 “이제 할 일 없으니 그만 집에 가라”고 말했다. 

 

짧은 알바를 끝내고 가게 문을 나섰다. 아파트 상가 안에 위치한 14평 남짓의 가게. 이 상가 안에 자리 잡은 치킨 집만 3개다. A 가게를 제외한 나머지 두 치킨 집에는 손님이 없었다. 한가한 사장들은 기름 앞에 서 있는 대신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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