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 골프의 조건은 ‘쉼’
  •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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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 칼럼]

연말연시 술자리에서 흔히 외치는 건배사가 ‘9988’이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자는 의미다. 오늘은 조금 다른 의미의 ‘9988’이다. 99세에도 골프 88타 정도를 치면서 인생을 즐기자는 것이다.

 

나를 찾는 환자의 3분의 1은 골프 관련 통증을 호소한다. 팔꿈치가 아프고, 어깨가 아프고,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아파서 골프를 칠 수 없다는 것이다.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게 진리이지만 이미 골프 약속은 줄줄이 잡혀 있다. 결국 병이 심해지면서 평생 골프를 못 치게 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일반적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나이 상한선은 80대 초반쯤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수명을 100세로 본다면 20년가량을 그 좋아하는 골프를 못 치고 사는 것이다. 누구나 인생의 황혼기에 좋은 벗과 가족들과 손자들과 함께 골프를 즐기는 것을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하면 99세에도 88타(보기 플레이 정도)를 치면서 골프를 즐길 수 있을까.

 

ⓒ pixabay

류현진 선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야구선수다. 지금은 비록 부상으로 재활치료 중이지만 미국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대한민국의 이름을 높이고 있다. 투수는 여러 가지 원칙을 지키면서 공을 던진다. 일단 5일에 한 번 등판한다. 한번 던지고 나면 꼭 5일 정도는 회복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한번 던질 때 공을 100개 이상은 던지지 않는다. 이 원칙을 꼭 지킨다. 왜 그럴까.

 

이런 원칙을 지켜야만 오랫동안 공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baseball prospectus)에서 투구 수가 어깨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100개를 넘게 던지면 초과투구 수의 세제곱 수만큼 어깨 무리가 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예를 들어 투수가 한 경기에서 105개를 투구했다면 100+53=100+125=225 즉, 225개를 던진 것과 같다. 5개를 초과해서 더 던진 것이 125개를 더 던진 것만큼 몸에 무리가 간다는 뜻이다. 욕심 때문에 한두 개쯤이야 하고 무리를 하면 오히려 그 한두 개의 공 때문에 선수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라운딩 간격과 하루 스윙횟수가 부상이 발생하느냐 마느냐를 좌우한다. 한 번쯤은 괜찮겠지 하고 무심코 한 라운드 더 무리한 것이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라운딩을 한번 하면 3일은 쉬는 것이 좋다. 하루에 두 번 라운딩 하는 것은 몸에 많은 무리를 준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데 뻐근하고 통증이 있으면 완전히 가라앉은 후에 라운딩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윙횟수는 라운딩을 할 때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18홀을 돌 때 4~5시간 동안 풀스윙이 필요한 경우는 50번 내외로 본다. 그러면 한 시간에 10개 정도의 풀스윙을 한다는 것인데 이 정도는 팔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다. 다만 뒤땅을 친다든지, 벙커에서 너무 세게 스윙을 하는 경우는 조심해야 한다.

 

문제는 연습장에서의 무리한 스윙이다. 연습장에서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스윙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이럴 경우 보통 한 시간에 300개 정도를 치게 되는데 당연히 몸에 무리가 간다. 일반적으로 권고되는 개수는 한 시간에 90개 이하이다. 한 시간에 90개 정도의 스윙을 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이 여유를 갖고 쳐야 한다. 한번 스윙을 한 뒤에는 반드시 타석에서 내려와야 한다. 내려와서 몸을 풀고 그런 다음 다시 타석에 올라가서 신중하게 어드레스를 하고 그립을 다시 잡고 스윙을 해야 몸에 무리도 안 가고 실력도 빨리 는다.

 

며칠 전 70대 초반 여성이 팔꿈치가 아파서 찾아왔다. 최근 동남아시아에 가서 3주 동안 매일 36홀을 돌았다고 했다. 검사해보니 팔꿈치 인대가 너무 많이 손상돼서 앞으로 골프를 칠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런데도 “내 친구는 지금도 치고 있어. 빨리 고쳐서 합류해야 돼”라고 말했다. 만약 3주 동안 매일 36홀을 돌고도 안 아팠다면 지금도 치고 있을 것이다.

 

결국 아파서 더 못 칠 때까지 골프를 놓지 않았을 테니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평생 칠 수 있는 스윙 숫자가 정해져 있다. 연습장에서 매일 3시간씩 친다면 필드에 나갈 수 있는 수명이 점점 짧아질 것이고, 36홀씩 무리해서 몇 번 친 것 때문에 젊어서 골프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아껴서 9988을 할 것인가 아니면 욕심껏 치다가 70세를 끝으로 골프를 접을 것인가. 신중히 생각해볼 문제다.  

 

1. 라운딩 후에는 적어도 3일의 휴식 기간을 갖는다. 

2. 연습장에서 스윙은 한 시간에 90개를 넘지 않는다. 

3. 연습장에서 스윙한 후에는 반드시 내려왔다가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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