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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단독] “최순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선임에 개입했다”

포스코 복수 핵심 관계자들의 증언 확보… 포스코 “권 회장과 부인, 최씨와 일면식도 없다는 뜻 분명히 밝혀”

박준용 기자 ㅣ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7.01.12(Thu) 09:05:39 | 14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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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회장 선임은 최근 포스코에서 발생한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 중 하나다.” 한 포스코 관계자의 말처럼, 2014년 1월 당시 권오준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의 회장 선임은 두고두고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권 회장이 당초 내정된 인물 대신 ‘박근혜 정부의 입김’으로 회장직에 올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순실, 2013년 말 권 회장 부인 만났다”

 

의혹으로만 제기되던 이른바 ‘권오준 미스터리’가 최근 다시 회자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부터다. 이 ‘미스터리’를 풀 열쇠도 다름 아닌 ‘비선실세’ 최순실씨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은 취재를 통해 최씨가 권 회장 선임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포스코 복수 핵심 관계자들의 증언을 확보했다. 또 복수의 포스코 및 사정기관 관계자의 확인을 거친 결과, 이 증언은 상당히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최순실씨의 포스코 회장 인선 개입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말 권오준 회장의 부인인 박충선 대구대 교수가 최씨를 통해 권 회장의 선임에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됐다. 박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역구 국회의원(대구 달성) 시절이던 2003~05년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을 지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서강대 2년 후배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포스코 핵심 관계자는 “박 교수가 대구 지역사회에서 발이 넓었다. 박 대통령이 같은 서강대 동문이고 해서 국회의원 시절 자주 만났던 것으로 안다. 선거캠프 일도 도왔다. 그러면서 (박 교수가) 최순실씨와도 서로 알게 됐다”면서 “박 교수가 2013년 11월쯤 최씨를 만나서 (권 회장 선임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포스코 전직 임원도 “박 교수가 최씨에게 부탁했고, 이로 인해 권 회장이 선임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선거캠프에서 일한 한 인사는 “박 교수는 최씨를 절대 모를 수 없는 사이”라고 전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뉴스1


“최순실, 이재만 통해 포스코 영향력 행사”

 

2013년까지만 해도 권 회장은 차기 포스코 회장의 후보로조차 거론되지 않았다. 통상, 역대 포스코 회장은 등기이사 중 제철소 업무를 맡았던 인사가 선임되는 것이 관례였다. 권 회장은 이런 선임 기준과는 다소 다른 이력을 쌓았다. 2013년 기술총괄 부문 사장(CTO)을 지내던 권 회장은 주로 기술 전문가로 일했다. 등기이사도 아니었다. “경영을 했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권 회장은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는 게 포스코 내부의 평이었다.

 

실제로 포스코 전·현직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보면, 당시 포스코에는 권 회장이 아닌 다른 인사가 이미 회장 내정 단계에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정된 포스코 고위 임원 A씨는 2014년 1월5~7일 사이에 청와대에 ‘인사’까지 갔었다. A씨는 이날 박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의 김기춘 비서실장,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을 만났다. 하지만 청와대와 A씨가 면담하는 과정에서 ‘내정’ 계획은 없던 일로 마무리된다. ‘내정’이 무산된 것은 A씨가 면담 자리에서 했던 발언 때문이라는 것이 복수 포스코 관계자의 설명이다. 포스코의 전직 임원은 “A씨가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창업 정신을 이어받아 열심히 하겠다’고 하니 대통령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면서 “김기춘 비서실장도 (대통령으로부터) ‘인사(人事)를 제대로 하라’는 핀잔을 들었다. 박 대통령은 ‘포스코를 키운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닌 박태준 명예회장’이라는 시각을 좋게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생각에 대해 포스코 임원급 이상 고위직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포스코와 관련해 최씨의 입김이 힘을 발휘한 것은 이때부터라고 한다. 최씨의 영향력은 A씨 발탁이 무산된 뒤 ‘문고리 3인방’ 중 하나인 이재만 전 비서관을 통해서 행사됐다는 구체적 증언이 있다. 포스코 핵심 관계자는 “최씨가 2013년도에는 A씨가 선임된다고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권 회장은 선임되기 어렵다고 파악했다. 하지만 A씨 내정이 철회된 날 이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연락하고, 최씨가 권 회장을 밀어 한 방에 다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순실씨의 ‘선택’ 이후에는 당시 청와대의 김기춘 비서실장과 조원동 경제수석이 주도해 상황을 정리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선택은 최씨가, 실행은 청와대 관계자들이 한 셈이다. 이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실에서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박 의원은 2016년 12월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에서 “김(기춘) 전 실장은 조(원동) 전 수석에게 ‘권오준이 어떻겠느냐’고 던지고, 조 전 수석은 ‘알아보니까 회장감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김 전 실장은 ‘지시하는 대로 따르라’고 윽박을 질렀다”며 “김 전 실장은 최명주 당시 포스텍기술투자 사장에게 같은 지시를 내린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권오준을 회장으로 세우는 지시와 명령이 노출돼선 안 된다는 다짐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A씨 내정 불발과 최씨의 개입이 이뤄진 날(2014년 1월5~7일) 이후,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권 회장은 포스코의 차기 회장으로 공식 발표됐다. 하지만 이 과정은 권 회장을 위한 ‘요식 절차’였다는 것이 포스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의 ‘수상한 최종면접’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추천위는 1월16일 권 회장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 2명을 최종 후보로 추렸다. 당초 내정된 A씨는 최종 후보군에도 들지 못했다. 이날 추천위는 두 명의 면접자를 심사한 뒤 권 회장을 최종 낙점했다. 하지만 최종 면접은 정 전 부회장에겐 불리하게, 권 회장에게는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흘러갔다고 포스코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바로 ‘영어 면접’ 탓이다. 추천위가 예정에 없던 영어 면접을 심사 항목으로 추가하며 ‘국내파’인 정 전 부회장은 당황했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권 회장은 질문에 쉽게 답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016년 11월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최순실, 포레카 강탈 시도 등에도 개입 의혹


‘최순실 입김’은 포스코 회장 선임에만 발휘되지 않았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포스코가 의사결정을 강요받은 몇몇 사건이 ‘비선실세’ 최씨와 연루돼 있다. ‘포레카 강탈 시도’ 사건이 대표적이다. 포스코의 광고 계열사인 포레카 매각에 최씨와 그 측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그리고 청와대 관계자가 개입했고, 사실상 지분을 빼앗으려 했다는 게 사건의 요지다. 포스코는 권 회장이 취임한 2014년 이후 본격적으로 포스코 계열 광고대행사인 포레카 매각작업에 들어간다. ‘일감 몰아주기 해소’가 당시 포스코가 밝힌 포레카 매각의 이유였다. 2012년 대선 때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포레카가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포레카 매각에는 ‘일감 몰아주기’ 해소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말한다. 포스코 전직 임원은 “청와대가 권 회장을 선임하며 계열사 사장 자리 몇 개를 요구했다. 그중 하나가 포레카”라고 했다. 최씨 측이 포레카 매각 전부터 자신의 사람을 계열사에 배치한 뒤 포레카를 차지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2014년 3월 이후 임명된 일부 임직원은 ‘최순실·차은택 라인’이라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매각 직전까지 포레카 사장으로 재직했던 김영수 전 대표는 최순실씨의 핵심 측근이었다.

 

포스코는 2014년 말 컴투게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한 뒤 이듬해 8월 매각한다. 컴투게더 대표인 한아무개씨는 이 과정에 최씨의 측근 차은택씨, 송성각 전 원장, 청와대 관계자가 관여해 지분을 강탈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컴투게더가 차씨 측과 힘을 합쳐 포레카를 인수 한 뒤 지분을 나누려다 둘 사이가 틀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씨와 차씨 측이 포레카를 차지하려다 뜻대로 잘 안 되는 바람에 컴투게더의 지분을 가져오려 했지만, 그마저도 잘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시사저널 1413호 ‘차은택의 포레카 사태 본질은 헐값 매각’ 기사 참조)

 

‘포레카 강탈 시도’ 사건은 검찰이 1차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최순실·차은택·송성각·안종범 등이 컴투게더를 상대로 “지분 80%를 차은택 측에 넘기라”고 협박한 혐의가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검찰은 최씨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도 2015년 2월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포스코 회장을 통해 매각 절차를 살펴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포레카 매각을 최종 승인한 권 회장도 지난해 11월11일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최씨의 권 회장 선임 개입, 이후 이뤄진 권 회장의 포레카 매각 승인 의혹들에 대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팀’(특검)의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박범계 의원은 지난해 12월29일 포스코 회장 선임과 관련한 의혹을 특검에 수사의뢰했다. 아울러 특검 수사는 권 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 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이사회에서 연임 도전 의사를 밝혔다. 포스코 CEO 후보추천위는 오는 1월25일 이전에 권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론 내기로 한 상황이다.

 

시사저널은 최씨의 포스코 회장 선임·의사결정 개입 여부를 묻기 위해 권 회장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최씨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부인 박충선 교수에게도 수차례 연락을 시도하고 문자를 보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포스코 측은 “박 교수와 박 대통령, 최순실씨는 대구에서 활동했을 뿐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면서 “권 회장과 박 교수에게 확인한 결과, 모두 최씨와 일면식도 없다는 뜻을 전했다. 회사 측과 갈등이 있던 사람들이 인사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그럴듯하게 꾸며 만들어낸 이야기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또 “당초 회장에 내정됐었다는 A씨에 대한 이야기도 신빙성이 없다. A씨는 ‘승계협의회가 CEO 추천위에 추천한 후보군에도 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측은 또 “포레카와 관련해, 최순실씨가 개입됐다는 것은 매각된 이후의 일이다. 포스코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밝혔다. 2014년 1월 당시 포스코 회장 선임에 관여한 이영선 전 포스코 이사회 의장도 “권 회장 선임은 절차에 맞게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2016년 11월11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씨가 구속됐다. 차씨는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포스코특수강 매각,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


권오준 회장 취임 첫 작품 포스코특수강 매각 놓고도 비판 목소리…포스코 “인수기업 세아제강과 포스코가 ‘윈윈’하는 매각” 

 

“알짜 회사는 팔고, 부실 공장은 남겼다.” 포스코가 2014년 12월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한 것을 두고 나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포스코특수강 매각 과정에 ‘외압’ 의혹이 제기된다.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특수강 매각 결정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 후 내린 첫 지시였다. 권 회장은 2014년 이 결정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위한 것”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분명 포스코특수강은 ‘구조조정’ 목적으로 팔기엔 아까운 회사였다는 내부의 평이 지배적이다. 포스코특수강 매각반대 비상대책위원회도 2014년 당시 “포스코특수강은 회사 창립 이후(2013년까지) 15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고, 부채비율도 45.8%에 불과한 초우량 회사”라면서 “졸속 매각을 추진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특히 매각 과정에서 포스코특수강이 보유한 베트남 부실 법인을 포스코가 떠안은 점도 논란으로 떠오른다.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세아제강 측은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하던 중, “베트남 봉형강 생산법인(포스비나)이 과도하게 부실하다”는 이유로 협상을 잠정 중단했다. 결국 포스코는 2014년 12월 이 ‘애물단지’ 베트남 공장법인 지분과 채무 약 3595억원을 전액 떠안기로 합의했다.

이 결정은 포스코 내부 고위직 사이에서도 반발이 컸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오준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내린 지시가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의 매각’이었다”라면서 “경영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포스코 전 임원도 “포스코특수강이 베트남에 설립한 공장 법인은 약 6800억원을 투자했지만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동률을 보였다”면서 “이 법인의 부실을 떠안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포스코의 이해하기 어려운 매각 과정을 두고 권 회장의 전임인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영향력이 행사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포스코 핵심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은 권 회장에게 포스코특수강 매각을 청탁해 자신의 비리와 연결된 회사를 떼어내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포스코특수강 매각은 구조조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세아제강이 이미 포스코특수강 인수에 관심이 있었던 데다, 당시 현대제철도 특수강 사업에 뛰어든다고 해서 전략적 판단으로 매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측은 “정 전 회장은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베트남 공장도 전략적으로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체적으로 세아제강·포스코가 ‘윈윈’하는 매각이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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