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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섭의 정치 풍향계] 반기문이 넘어야 할 3대 험한 고개

부족한 시간·독자 노선 안철수·투표율 높아질 젊은 층

소종섭 편집위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15(Sun) 13:07:24 | 14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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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온다. 1월12일 귀국하겠다고 1월3일 밝혔다. 대통령선거 출마는 기정 사실화됐다. 언어는 이미 출마선언문을 넘나든다. “10년 동안 유엔에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 2016년 12월20일,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이나 동포들과 만나 ‘한 몸 불살라서라도’ ‘물불 가리지 않고’라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 듯한 강한 어조를 구사했다. 그만큼 의지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서울에는 뉴욕의 화려함이 없다. 서울의 정치판은 정글이다. 자고 나면 바뀌는 변화무쌍함은 한국 정치의 역동성이자 가벼움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될 것인가, 기각될 것인가가 첫 번째다. 정당은 4당 체제로 재편됐고 국회는 여소야대다. 국회에서는 개헌특위가 출범했고 장외에서는 ‘제3지대론’이 타오른다. 한국 정치사에서 지금처럼 가변성이 큰 때는 일찍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이 온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월3일(현지 시각) 뉴욕의 공관을 떠나면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기문, 제대로 검증받은 적 없다”

 

현실 정치에 뛰어들 경우 반 전 총장이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검증일 것이다. 그는 한 번도 제대로 검증받은 적이 없다. 백지 상태다. 원래 흰색 옷에는 조금만 얼룩이 묻어도 금방 눈에 띄고 커 보이는 법이다. 오죽하면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반 총장이 우리 당에 온다고 해도 검증할 것이다”라고 강조했을까. 반 전 총장도 “검증을 피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맞다. 검증은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본인은 “음해다”라고 하지만 상대는 “검증이다”라고 주장하는 것도 다반사다. 이 모든 것을 본인이 다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진짜로 넘어야 할 고개는 검증이 아닐지 모른다. 보이지 않는 세 개의 고개가 있다. 우선 시간이다. 반 전 총장은 연대와 통합을 꿈꾼다. 친박-친문을 제외한 세력들과 연대 내지는 통합을 해서 단일 세력을 구축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맞서는 구도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자신의 세력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없다. 독자 정당을 창당하기는 힘들다. 느슨한 결사체 형식으로 있다가 다른 정당에 합치면서 정당을 업는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창당한 문국현식(式)과 입당한 이회창식의 중간쯤이라고나 할까.

 

반 전 총장이 연대와 통합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국민의당은 1월15일 전당대회를 치른다. 반 전 총장이 애초 1월15일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사흘 앞당겨 1월12일 귀국하는 것은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잔칫날 굳이 재 뿌릴 필요는 없다는, 국민의당과 손잡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1월22일 ‘국민주권 개혁회의’를 출범시킨다. 새누리당을 깨고 나온 개혁보수신당은 1월24일 창당한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3월 초순에 나온다고 보면 대통령선거는 60일 뒤인 5월 초순에 치러진다. 그러나 각 당의 후보는 빠르게 경선을 치러 3월 안에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반 전 총장으로서는 3월 안에 어느 정도 연대와 통합의 얼개를 짜놓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10년 동안 국내를 떠나 있었던 그로서는 엄청나게 시간에 쫓기게 될 것이다. 게다가 그는 외교 무대에서는 프로이지만 정치에는 새내기가 아닌가. 시간과의 싸움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가가 일차적으로 그의 운명을 가른다.

 

두 번째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정체성 검증을 통해 개혁적 보수로 판명이 날 경우 영입해 안철수 전 대표와 치열한 경쟁을 붙여야 한다. 개혁보수신당이 새누리당과 재통합하면 보수의 대결집이 이뤄져 야당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 한다. 대선 전 개혁보수신당과 연대를 결단할 시기가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개혁보수신당이 힘을 합쳐 반기문·안철수·손학규 등이 경선을 벌여 이긴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면 문재인 전 대표를 꺾고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박지원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개혁보수신당은 민정당·공화당의 후예들로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역들이다”며 일단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안철수 전 대표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12월28일 기자들과 만나 “개혁보수신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정권 연장이다. 역사적·시대적 흐름과 역행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서 당선시킨 사람들이 다음에 정권 욕심을 내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개혁보수신당의 연대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만약 안 전 대표가 독자 노선을 고집하면 이른바 ‘비(非)문재인계’를 하나로 묶는다는 반 전 총장의 구상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안 전 대표는 조만간 강력하게 독자 노선을 천명하며 지지율 올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나중은 어떻든 일단 지지율을 올려놓아야 여러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촛불집회 젊은 층, 대선으로 이어질 듯

 

마지막으로 반 전 총장이 넘어야 할 고개는 ‘젊은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지난 총선에서 ‘행동하는 젊은이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강남역 살인 사건’ ‘구의역 열차 사고’ 때 포스트잇을 붙이고 국화꽃을 갖다 놓았던 젊은 층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나왔다. 19대 총선과 비교했을 때 20대 전반의 투표율은 45.4%에서 55.3%로, 20대 후반의 투표율은 37.9%에서 49.8%로, 30대 전반은 41.8%에서 48.9%로 올랐다. 2008년 총선 때 20대 투표율이 28.1%, 2012년 총선 때는 41.5%였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치다. 최근 광화문의 촛불집회 현장에도 젊은 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런 흐름은 대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중앙일보는 1월3일 20대가 정치적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 결과 20대의 92.2%가 “대선에서 투표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20대의 투표율이 69.0%였던 것에 견줘 보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적극 투표층을 봐도 30대가 가장 높고(83.3%) 40대, 20대 순이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젊은 층의 투표율이 대선에서 과거보다 훨씬 높아질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반면 기존 새누리당 지지층이던 60대 이상 유권자의 투표율은 과거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지난 총선의 결과에서 유추해 보면 야권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여권 지지자들은 투표 의지가 약화된 반면 야권 지지자들은 높아졌다. 반 전 총장의 핵심 지지층은 세대별로 봤을 때 50~60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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