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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의 안보 브리핑] “美 핵우산 요구하며 사드 거부는 ‘모순’”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다시 고개 드는 ‘사드 무용론’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06(Fri) 13:10:28 | 14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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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정유년에는 사건이 많았다. 임진왜란 이후 왜구가 재침입했던 정유재란(1597)이 있었고, 고종에 의해 대한제국이 선포(1897)됐다. 외국에서 벌어진 일이기는 하지만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발사에 성공한 해도 정유년(1957)이었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2017년 정유년에도 굵직한 사건들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고개를 들어 북쪽을 바라보면 변수는 더욱 많다.
 

북한은 2016년 1월6일 3년 만의 4차 핵실험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9월9일엔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1~4차 핵실험은 핵을 잘 다룰 수 있는가를 시험한 것이라면, 5차 핵실험은 양산 직전의 핵탄두를 폭발시켰다. 우리 정부 추산으로 5차 핵실험은 10kt의 파괴력을 나타냈다. 2016년 한 해 동안 북한은 2주일마다 한 번씩 도발을 감행했다. 미사일만 해도 20여 차례에 걸쳐 총 40여 발을 쐈다. 집권 5년 차를 겨우 넘긴 김정은은 17년간 집권했던 김정일 정권 시절보다 이미 2배에 달하는 핵실험과 4배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김정은 정권의 미사일은 점차 그 사정거리가 길어지고 있다. 2006년 실전 배치했다는 ‘무수단’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비행고도까지 날아가면서 위력을 과시했다. ‘무수단’의 형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도 성공리에 시험발사를 마쳤다. 과거에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자국 영해 이내로 제한했지만, 이제는 일본 EEZ(배타적 경제수역)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미사일을 날린다.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은 1000발이 넘는다. 미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 전 세계가 보유한 탄도미사일의 총량은 7000여 발에 이른다. 이런 미사일들 가운데 15% 이상을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이 2000여 발이다. 중국의 8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영토를 가진 북한이 중국의 절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 전력을 갖췄다. 북한은 단순히 미사일과 핵을 따로따로 가진 게 아니라 지난 5차 핵실험을 통해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에 도달했음을 어느 정도 보여줬다.

 

2016년 10월20일 국방부 앞에서 열린 사드 반대 집회 © AP 연합


“북핵 요격능력 없고 중·러와 대결” 무용론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와 연관지어 2016년에 우리 국방 당국이 내린 결정 중에 커다란 논란을 가져온 것이 2가지 있다. 바로 사드(THAAD) 성주 배치 결정과 한·일 GSOMIA(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다. 우선 사드는 미사일방어체계가 지극히 취약한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보유한 미사일 방어무기를 합쳐봐야 불과 십 수 개의 구형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전체를, 특히 전략적 군수지원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남부지역은 북한 탄도미사일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였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권의 태도였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부에서는 애초에 이런 위험이 있음에도 사드 배치가 미국 주도의 BMD(탄도미사일 방어)체계에 가입하게 되는 것이라며 심하게 반발해 왔다.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과 사이가 나빠지고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게 반대 논리의 요지였다. 심지어는 정부·여당마저도 정권 초에는 사드 배치를 놓고 ‘3 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요청받은 적도 협의한 적도 결정한 것도 없다)’라는 논평까지 내놓으면서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다가 2016년 1월 4차 핵실험이 실시되자 부랴부랴 ‘국익에 따른 검토’로 방향이 바뀌었고, 7월8일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최종발표에 이르렀다.

 

이후 사드 부지를 경북 성주의 공군 포대로 정했다가 또 한 번 진통을 겪었다. 결국 주민들의 반대로 공군 포대 대신 외곽의 골프장 부지로 변경돼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사드 무용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드 무용론자들 주장의 요지는 ‘사드는 북핵 요격능력이 없는데, 괜히 들여와서 미국과 일본 편에 붙는 형국이 되고, 결국에는 중국과 러시아와 대결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무기체계를 알고 국제정세를 안다면 저런 말장난은 할 수 없다. 우선 사드는 분명히 충분한 억제전력을 제공한다. 기존에 우리 군의 PAC-2와 미군의 PAC-3만으로 방어하던 느슨한 미사일방어망이 사정거리가 넓은 사드의 도입으로 더욱 넓어진다. 물론 사드만으로 북한의 모든 미사일을 막을 순 없다. 다만 미사일방어 능력을 갖추기 위한 첫걸음인 것은 분명하다.

 

 

“핵우산 역할 수행하는 사드”

 

더욱 어이없는 것은 ‘사드 배치=미국 BMD (Ballistic Missile Defense Initiative·탄도미사일 방어 구상) 편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드 배치는 미국과 일본을 지키기 위한 전초기지로 만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사드는 주한미군사령부가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것이고 태평양사령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즉 태평양사령부의 지역방어용 BMD가 아니란 의미다. 게다가 최소한 BMD 편입이 되려면 SM-3 공동개발에 지분을 가진 일본이나, 애로우·아이언돔을 공동 개발하는 이스라엘처럼 개발부터 배치·운용까지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만 가능한데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

 

휴전선 너머에 북한 미사일과 핵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일본이나 이스라엘과 같은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을 비난해도 시원치 않을 판국이다. 게다가 한·미 동맹의 핵심은 이제는 핵우산의 제공에 있다. 냉전종식과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미국은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다시 배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가용 핵전력은 미국 본토의 ICBM이나 바닷속의 SLBM이다. 전술핵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적의 핵공격에서 우리를 직접 방어해 줄 수 있는 사드나 PAC-3 같은 미사일방어체계도 핵우산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에 핵우산을 요구하면서 실제 핵우산 역할을 할 사드를 거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중국이 엄청난 경제제재를 가할 것이므로 도입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북한 핵공격을 막을 태세도 갖추지 못한다는 건 독립국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아직도 바뀐 바 없다. 즉 북한 정권이 생존해 자신들의 완충제로서 작용하는 것이 중국의 전략적 구상이었고, 그 구상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 나라의 운명은 그 나라 국민에게 달려 있다. 안보도 마찬가지다. 2017년 대한민국 안보는 국민들이 어떠한 것이 진짜 문제이고 위협인지 제대로 인식하는 데 달려 있다. 따라서 우선순위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북한만 바라보고 대비한다고 안보가 튼튼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란 실제적 위협을 위협이 아니라고 인식하고서는 동북아의 난투 현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제발이지 위협은 있는 그대로 보고, 대처는 현실적으로 해 나가자. 나라를 지키는 첫걸음은 거기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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