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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알자회’ 알아야 진급?

‘국정 농단’ 최순실 군 인사 개입 의혹… “최순실 세력 기반으로 사조직 부상”

안성모 기자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17.01.03(Tue) 17:29:14 | 14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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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사를 공정하게 한다는 생각을 해 왔고 군의 인사만큼 외부 입김이 들어오기 어려운 분야도 없다고 생각한다.”

 

‘국정 농단’의 주역 최순실씨가 군 인사에도 개입했을까.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016년 12월28일 관련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군을 흔들려는 기도라고 본다”며 ‘비선 인사 개입’ 의혹을 일축한 후 “진위를 정확하게 확인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 장관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에서 단행된 군 인사는 늘 뒷말을 몰고 왔다. 군 정보를 총괄하는 국군기무사령관 인사가 대표적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기무사가 하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군 인사 검증 자료를 만드는 일이다”며 “기무사령관 인사를 보면 군 권력의 향배를 파악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이 2015년 10월1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朴 정권 1년6개월 기무사령관 3차례 교체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장경욱 소장(육사 36기)이 기무사령관으로 취임했다. 대북정보통인 장 소장이 기무사 개혁의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장 소장은 불과 6개월여 만에 경질됐다. 그는 퇴임식도 못 가진 채 군복을 벗어야 했다. 

이재수 중장(37기)이 후임을 맡았다. 국방부는 이 중장이 기무사 개혁과 발전에 좀 더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이 중장은 박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고교 및 육사 동기생이다. 이때부터 ‘육사 37기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돌았다. 박 회장의 육사 동기들이 평소 박 대통령을 누님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누님회’라는 모임이 실체 여부와 무관하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상황이 또다시 급변했다. 2014년 10월 이재수 중장이 재임 1년 만에 기무사령관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통상적으로 기무사령관의 임기는 2년으로 보고 있다. 이 중장은 3군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방부는 군에서 발생한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적절하게 지휘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좌천 인사인 셈이다. 이 중장의 빈자리는 한 기수 후배인 조현천 소장(38기)이 차지했다.

 

박근혜 정권 초기 1년6개월 만에 군 정보기관의 수장이 3차례나 바뀌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와 관련해 세계일보가 입수해 12월28일 보도한 ‘최순실 비선을 활용한 軍(군) 인사 개입 관련 의혹 보고’ 문건은 작성자가 누구인지를 떠나 현 정권에서 벌어진 군 인사의 난맥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건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軍(군) 내부 비선라인 흐름도 △최순실 세력을 기반으로 한 조현천 기무사령관 등장 △군내 사조직 ‘알자회’ 세력화 동향 △조현천 기무사령관 보직 이후 軍(군) 인사 개입 의혹 △기무사령관의 막강한 권력 행보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문건 내용은 시기적으로 볼 때 2단계로 나뉜다. 우선 2013년 10월, 이재수 기무사령관 취임 시절이다. 박지만 회장의 동기생인 육사 37기가 군 지휘부로 부상한 이른바 ‘박지만 비선라인’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의 ‘만사형(兄)통’에 빗대 ‘만사제(弟)통’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2014년 10월, 조현천 기무사령관 취임은 군 권력의 변화로 읽혔다. 문건에는 ‘2014년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 전후를 기점으로 박지만 육사 동기 그룹이 대다수 경질 또는 좌천되자 추○○(41기) 국장이 최순실 라인을 통해 조현천 기무사령관을 천거한 것으로 알려짐’이라고 돼 있다. 국정원에 근무하던 추아무개 국장의 누나가 최순실씨와 가까운 사이로 추 국장이 누나의 도움으로 비선라인과 친해졌다는 설명도 기재돼 있다.

 

여기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2014년 군 인사 때 청와대 민정에서 대상자 검증 보고 시 조현천 소장을 ‘알자회 골수인물’로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로 이를 삭제하고 더 이상 조 소장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고 함.’

 

이어서 ‘기무사령관에 내정된 조현천 장군은 軍(군) 내 인사정보를 추 국장에게 제공했고, 추 국장은 국정원 보고 형태로 BH(청와대) 우병우·안봉근에게 제공해 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추 국장의 경우 최순실씨와 안봉근 비서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1월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수치 수여식에서 이재수 국군기무사령관의 삼정도에 수치(綬幟)를 달아주고 있다. © 연합뉴스


“문건 유출 파문 ‘박지만 라인’→‘최순실 라인’”

 

조 소장이 기무사령관으로 발탁되면서 사조직인 ‘알자회’ 회원들이 진급을 하고 군내 요직에 보임되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알자회’는 1976년 육사 34기생도 12명이 ‘서로 잘 알고 지내자’란 뜻에서 모임을 가진 게 시초였다. 이후 43기까지 매 기수마다 12명씩을 회원으로 모집해 결속을 다져왔다.

 

‘알자회’는 1986년 42기가 졸업하기 직전 외부로 노출돼 해체 지시가 내려졌고, 김영삼 정권 초기 ‘하나회’와 함께 군 개혁 대상으로 지목돼 회원들이 진급 심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당시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알자회 120명 회원 중 영남 출신이 56명으로 47%를 차지했고, 충남 26명, 호남 13명, 경기 12명, 서울 7명, 강원 5명, 제주 1명 순이었다.

 

한민구 장관은 ‘알자회’와 관련해 “25년 전에 조치를 취해 유명무실해진 것을 최근 국내 상황이 혼란기라는 데 주목해 다시 부각시키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조현천 기무사령관을 자신이 추천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국군사이버사령부가 굉장히 어려울 때 조 사령관이 그곳을 정리하는 역량을 보고 추천해서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도 12월28일 “군 내에서 파벌 또는 비선에 의한 인사 개입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알자회’가 다 망했다고 보고 신경을 안 썼던 게 사실이지만, 추 국장이 자리를 잡고 조 사령관이 취임한 후 군 인사를 두고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증언들이 나오는 것 또한 사실이다”고 전했다. 그는 “국방부에서야 공정한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인사가 진행된다고 말하겠지만 인사 검증 자료로 올라온 내용 중 몇 문장만 고치면 경쟁자 몇 명 아웃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군인은 명예를 중요시하는 만큼 진급에도 목숨을 거는데 참다 참다 안 되니까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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