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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AI 발생 주변 농장 방역관리 못해 피해 키웠다

24시간 내 살처분 기본이지만 실제 살처분은 3~4일 소요

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29(Thu) 13:50:38 | 14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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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말 야생 철새 분변에서 검출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된 H5N6형으로 가금(家禽) 산업계를 긴장시켰다. 2주일 뒤인 11월16일 충북 음성의 오리농장과 전남 해남의 산란계농장에서 동시에 H5N6형 AI가 발생한 이후 초기에는 전국적·산발적 발생 양상을 보이다가 현재는 지역적으로 집중적인 발생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200농가 이상이 양성으로 확진됐으며 총 400농가에서 약 2000만 수 가깝게 살처분이 진행된 상태다. 2003년 12월 충북 음성에서 처음으로 AI가 국내에 보고된 후 5번의 발생이 있었지만, 이번 6번째 발생은 과거와 다르게 매우 급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병원성이 다르다는 점이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발생한 4차례의 AI 바이러스 혈청형은 모두 H5N1형이었으며, 2014년 1월에 시작돼 2016년 5월에 종식된 5번째 발생은 H5N8형, 이번의 발생은 H5N6형이다. 세 가지 바이러스는 혈청형만 다른 것이 아니고 닭이나 오리에서의 병원성이 다르다. H5N1형과 H5N6형은 병원성이 높다는 점에서 비슷하나 2014년에 유행했던 H5N8형은 다른 형에 비해 병원성이 매우 낮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진된 충북 옥천의 한 산란계농장에서 12월22일 닭 매몰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연합뉴스


살처분 정책 수정으로 조기 진화 실패

 

여기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2014년 H5N8형이 발생했을 때 닭과 오리의 급격한 폐사나 산란율 저하 없이 진행됨으로써 농가에서는 그 피해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거나 실제 감염돼도 인지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방역 당국은 이러한 양성 농가를 색출한다는 것 자체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또한 가금 산업계에서는 무모한 살처분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자 방역 당국은 AI에 대한 방역정책을 발생 농장 500m 이내 모든 농장의 즉시 살처분에서 발생 농장만 살처분하고 인접 농장은 검사 후 양성 판정 시 살처분하는 방법으로 수정했다. 이러한 방역정책을 병원성이 높은 2016년 H5N6형에 적용하다 보니 강력한 초기진압을 할 수 없어 조기 진화에 실패한 것이다. 즉, 발생 농장을 중심으로 한 인접 농장으로의 수평전파를 효율적으로 진압하지 못했다. 이것이 현재 AI 발생의 역학적 특징인 동일한 방역대 내에서의 지속적 발생 양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두 번째, 이러한 지역 내 급격한 전파에 기름을 부은 것이 살처분의 가장 기본인 신속함이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방역 매뉴얼상에는 24시간 내 살처분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농가에서의 살처분은 3~4일이 소요되고 심지어는 발생의심신고 후 10일 가까이 돼서야 살처분이 완료된 사례도 있다. 살처분이 지연되는 이유는 장비의 부족, 매몰 장소의 부족 등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살처분 인력의 부족이다. 군부대, 공무원 및 축산 관련 단체의 민간인 등이 총동원된 과거의 살처분과 달리 이번에는 대부분 민간용역 업체에 의해 살처분이 진행됐다.

 

10개국 이상의 외국인 비율이 50%가 넘는 살처분 인력의 구성에서 과연 제대로 방역관리가 이뤄졌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살처분과 매몰이 진행된 후에도 고농도로 노출된 이들 민간인의 소독과 격리 등 방역관리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살처분 인력과 관련한 방역관리가 과연 방역관에 의해 제대로 통제됐는지도 의문이다. 이 요인이 발생 농장과 경제생활권이 동일한 인접 농가로의 전파에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달걀 싣는 팔레트·합판 소독에 소홀

 

2016년도 H5N6형 발생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주로 산란계농장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오리농장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방역을 하는 산란계농장에서 특히 거의 완벽에 가까운 구서관리와 방역관리를 하는 대형 농장에서 발생하는 것을 보면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농가에서는 바람에 의한 전파를 추정하고 있으나 아직 증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번 발생이 종료된 후에도 반드시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산란계농장에서의 집단적 발생에 대한 방역 당국의 검사와 역학조사에서는 과거와 같이 차량 등에 의한 기계적 전파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차량에 대한 방역관리에서 차량의 바퀴와 외부에 대해서만 세척과 소독이 강조됐지 달걀을 싣는 팔레트(화물운반대)와 합판에 대해서는 소홀한 점이 있었다. 팔레트와 합판은 모든 농장이 순환형태로 공동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수평전파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요소다. 과거 난좌에 대해서도 동일한 위험이 감지돼 일회용 난좌로 변경한 것과 같이 팔레트와 합판에 대해서도 강력한 조치가 필요했었다. 실제 이번 발생에서 팔레트를 검사한 결과, 검사 대상의 약 80%가 H5N6 AI 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팔레트 등에 의한 수평전파는 유통업자보다는 농장의 책임이 더 클 수 있다.

 

농장은 AI를 비롯한 모든 전염성 질병의 최전선이자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따라서 농장의 방역책임자는 농장주인 것이다. 만약 농장에 던져진 팔레트나 합판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오염돼 있다고 가정한다면, 과연 농장주는 평상시처럼 알 차량과 팔레트를 농장 안으로 들어오게 하겠는가. 더욱이 다른 농장에서 온 팔레트를 자신의 농장에 보관하겠는가. 절대로 보관하지 않을 것이고 합판은 일회용으로, 팔레트는 최소한 반나절이라도 소독수에 푹 담가놓을 것이다. 설마 하는 순간의 안일한 생각이 막대한 경제적 피해와 함께 AI 발생 농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하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또다시 방역관리에서 우리의 약점이 노출된 것이다.

 

2003년 이후 14년간 6차례의 발생을 통해 우리는 다양하고 실질적인 현장에서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매번 많은 희생과 경제적 손실이 재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습득한 교훈을 다음번 발생에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습득한 경험을 잊어버린다면 더욱 슬픈 일일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과 같이 지속적으로 AI가 매번 발생한다면 우리나라는 가까운 시일 내에 AI 상재국(常災國)이 될 것이고 더 나아가 AI 백신 접종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사실 AI 백신 접종을 한다면 폐사 등이 뚜렷하지 않아 국가와 농가 모두 더 이상 AI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방역도 느슨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은 중국·캄보디아·인도네시아·베트남과 같이 오리 주생산국들은 모두 AI 백신 접종국가이며, AI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으로 사람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수고로움과 어려움이 있는데도 살처분을 통해서라도 AI 상재국이 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게 소비자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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