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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나비의 섹슈얼리티] ‘젊은 남성’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다

젊은 남성을 대하는 중년 여성의 심리, 헌금도 호스트바도 ‘가치 있는 것’에 지갑 연다

나비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23(Fri) 14:00:24 | 14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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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청담동의 금요일 밤은 뜨겁다. 지하, 혹은 빌딩 최고층 스카이라운지를 차지한 많은 유흥업소들의 방마다 값비싼 양주를 둘러싸고 각자 자신의 돈과 지위를 뽐내는 자들이 앉아 있다. 그 자그마한 방에서 필요한 몇 백의 화대를 통 크게 지불하고, 한잔 술까지 걸쳐 의기양양해진 그들의 으스대는 모습은 그 자리에서만은 ‘밤의 대통령’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얘기를 괜히 꺼낸 것이 아니다. 2016년 겨울,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자신의 돈과 지위를 뽐내며 으스댔던 기록들을 온 국민이 보고 있다. 이에 대한 기사들이 천지를 도배해, 지금 우리들은 좋든 싫든 ‘최순실’이란 이름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있다.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이름도 가물가물한 판에, 내 소중한 기억력이 자꾸 최씨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름을 반강제적으로 외우도록 낭비되고 있으니 화가 날 만도 하다. 최씨와 함께 등장하는 이가 고영태씨다. 올해 육십의 최씨와 마흔의 고씨. 둘의 관계를 놓고 이런저런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나돌았다. 급기야 12월7일 국회 청문회에서조차 둘 간의 관계에 대해 “남녀관계가 맞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이에 대해 고씨는 “절대 그런 관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고씨 옆자리에는 또 다른 ‘최씨의 남자’로 알려진 마흔여덟 살의 차은택씨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왼쪽)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 시사저널 박은숙·최준필


국내 6쌍 중 1쌍은 연상녀·연하남 부부

 

“20살 차이 나는데 가끔 서로 반말 비슷하게 하기도 하고, 말다툼을 하기도 하는데 가깝게 지내었다.” “재단의 임원으로 앉혀 국정에 관여하게 하였으며, 그의 입을 통해 주로 재단의 주요 업무들이 전달되었다.” 최순실씨와, 그리고 한때 그녀와 가까웠던 남성들에 대한 얘기는 이 지면에 다 언급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숱하다. 도대체 어떤 관계이기에 부모 자식 간에도 쉽게 나눠주지 않는다는 권력을 나눠가진 사이가 되었을까?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일반 대중들 사이에 연상의 중년 여성과 연하 남성의 장밋빛 사정을 상상케 했다. 중년 여성이 비호하는 젊은 남성이 그녀의 사무실에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향후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다는 이야기. 그것은 마치 자극적 재미만을 위해 고도로 작화된 3류 성인만화를 방불케 한다. 그 만화들에는 가난한 출신의 인물이 돈 많은 여성의 도움을 받아 권력의 상층부로 올라가는 내용이 우리의 상상력을 시험하며 곧잘 줄거리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밀회》와 《마녀의 연애》에서는 연상연하 커플의 ‘사랑’이 등장했었다. 한두 살 차이로 나이에 대한 기시감이 전혀 없는 그런 연상연하가 아니라, 무려 19살의 나이 차를 극복한 커플로 말이다. 잘하면 엄마뻘이 될 수 있는 여인이지만, 잘 가꾼 피부와 몸매, 그리고 매력을 겸비한 그녀에게 빠져드는 연하남들의 모습은 《밀회》를 종편 드라마의 벽이라고 일컫는 시청률 3%를 두 배 이상 뛰어넘게 만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축구 국가대표 기성용 선수와 배우 한혜진의 결혼이 관심을 끌었던 것도, 유명 스타끼리의 결혼뿐만이 아닌, 8살의 나이 차를 극복한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여자가 남자보다 나이가 많은 쌍은 증가했다. 젊은 층에서는 연상녀·연하남 커플에 대한 거부감은 이미 없는 듯하며, 결혼에서도 이젠 동갑내기 부부의 수를 앞질러 6쌍 중 1쌍은 연상연하 부부이다. 많게는 10년 이상 차이 나는 쌍까지 다양하며, 미국에서는 연하 남성과 만나는 연상녀를 가리켜 ‘쿠거족(cougars)’이라는 속어가 유행할 정도다.

 

이렇듯 젊은 남성들이 연상녀를 사랑하는 추세의 증가는 그동안 성결합과 섹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설명해 왔던 진화심리학을 위배한다. 그에 따르면, 남성은 평균적으로 3.5세 어린 여성을 선호하고, 40대 이상의 남자는 10세가량 어린 여성을 선호한다. 일부다처제가 허용된 사회의 두 번째 부인은 남편과 평균 14.2세 차이가 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남녀들은 이제 6명 중 1명 정도가 기존의 성결합 구도를 선택하지 않고, ‘연하남의 애교와 활력이 좋다’ ‘연상녀의 배려심과 편안함이 좋으며, 경제적 부담을 덜 느끼게 한다’는 매력을 손꼽으며 서로 결합하고 있다. ‘남성은 자식을 많이 낳을 젊은 여성을 선호한다’는 진화심리학의 학설은 이제 현대에 맞게 옷을 조금 고쳐 입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이제 방송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아름답고 섹시한 남성들이 표를 얻는다. 남성들의 화장품 개수가 많아지다, 급기야 남자 아이돌은 눈화장을 한다. 양지에서뿐만 아니라 음지에서도 연상녀와 연하남의 성결합 코드가 역시 존재한다. 바로 강남 일대의 ‘호스트바’들이다. 한국인의 성문화와 술문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곳을 한국의 룸살롱으로 본다면, 호스트바는 밀폐된 방 안에서 남녀의 성역할만 바뀌는 것뿐, 서로 같은 풍경이다. 그 속에서 이뤄지는 남녀 간의 성역할과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심리에 대해 혹자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그에 따른 여성 지위 향상의 표출이라고도 하고, 여성들의 남자에 대한 스트레스 분출구라 하기도 하며, 혹은 돈 많고 할 일 없는 심심한 여성들의 놀이터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을 상상하든,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이상이다. (호스트바를 찾는 여성들의 심리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뤄보려 한다.)

 

애초에 인간은 결핍을 추구하며, 결핍을 채워주는 것들을 곁에 두고 살아간다. 자본주의 안에서 개개인의 인간은 모두 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간주하는 것들에 지갑을 열어왔다. 헌금도, 기부활동도 스스로가 ‘그것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곳에 지갑을 연 결과들이다. 헌금과 호스트바는 감정적으로는 지구 반대편 정도의 거리에 존재하지만 그 본질은 같다. ‘그것이 가치 있다’고 여겨져 지갑을 연 행위다. 인류 역사에서 ‘젊은 여성’은 늘 가치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현대는 ‘젊은 남성’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생계를 책임지고, 물질적 지원을 보장하며, 여성을 보호하던 전통적인 이상적 남성상의 모습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사랑받기 시작한 ‘젊은 남성’들. 중년 여성들이 기꺼이 돈과 시간을 바칠 만큼 가치 있다 여겨지는 그들의 매력. 모든 것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가져오기 마련이므로 이다음에 무슨 이슈가 또 일어날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의 현실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인 것은 분명하다. ‘현대는 젊은 남성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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