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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평양 Insight] ‘죽음의 물고기 잡이’에 내몰린 北 어민

김정은 “생선 매일 300g씩 먹도록 하라” 지시에 표류·사망자 속출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21(Wed) 10:00:25 | 14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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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도를 넘은 ‘물고기 사랑’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죽음의 어로(漁撈)작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어획고 증대를 연일 독려하는 최고지도자의 행보로 인해 무리한 출어가 이어지며 이에 따른 선박 표류, 사망·실종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12월11일과 12일 동해상 우리 수역에서는 북한 소형 선박이 잇따라 발견돼 우리 해경이 선원 8명을 구조했다. 기관 고장이나 중국 어선과의 충돌, 예인줄 절단 등의 사고로 인해 표류하던 중이었다. 이들 선박은 9월 중순과 11월 중순, 하순에 각각 북한 항구를 출항한 것으로 파악됐다. 놀라운 건 이들 배에서 이미 10명 가까운 선원들이 사망했다는 점이다. 길게는 3개월 넘게 표류하면서 물과 식량이 바닥나자 굶어죽었다는 게 조사를 담당한 우리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시신은 갑판에 방치됐다 파도에 휩쓸려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참혹한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의 무리한 출어 지시와 열악한 어로설비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북한 소형 목선은 너무 낡아 우리 해경선이 줄을 매달아 예인할 경우 파도에 파손될 정도였다고 한다. 3척 중 1척은 아예 수리가 불가능해 북한 선원의 동의하에 해상에서 폐기하고, 해경선으로 옮겨 탄 뒤 이동해야 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식량 부족에 대한 김정은式 해법

 

구조된 선원들도 대부분 심각한 탈진 상태이거나 동상을 입어 신체 일부를 절단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두고 온 가족을 생각해 북한으로의 귀환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남북관계의 경색을 이유로 이들의 송환을 다룰 대북 접촉 제안에 즉각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이 최근 들어 연일 수산사업소를 찾아다니며 물고기 잡이에 무게를 싣고 있는 사실은 북한 매체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12월15일자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군부가 운영하는 15호 수산사업소를 방문한 소식을 1·2면 전체에 실었다. 관련 사진만 18장에 달하는 대대적인 보도였다. 앞서 지난달 20일자에는 김정은의 ‘8월25일 수산사업소’ 방문 사실이 실렸다. 김정은이 “사업소 구내에 차넘치는 물고기 비린내를 맡으니 기분이 상쾌해진다”는 말까지 했다는 게 노동신문의 설명이다. 지난달 17일자에는 김정은이  ‘5월27일 수산사업소’와 ‘1월8일 수산사업소’를 잇달아 방문한 소식도 다뤄졌다. 김정은은 “최근 며칠 사이 수천 톤의 도루메기(도루묵)를 잡았다는 희한한 물고기 대풍 소식을 듣고 인민들에게 한시바삐 전하고 싶어 만사를 제쳐놓고 찾아왔다”고 현장을 찾은 배경을 설명했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인 2013년 12월 평양에서 수산부문 열성자회의를 열어 어업 증대의 시동을 걸었다. 이듬해 1월 새해 첫 공개 활동으로 군부대 수산물 냉동시설을 방문한 것은 상징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생선을 매일 300g씩 먹도록 하라”는 ‘깨알지시’를 내리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람은 비린내가 나도록 물고기를 먹어야 뼈도 몸도 튼튼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라고 북한 매체들은 전하기도 했다. 2014년 2월에는 평양시 육아원을 방문해 “올해부터 육아원과 애육원의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매일 300g씩 먹이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북한의 노동당이나 내각에는 어로·양식 등 수산업을 전담하는 부처가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군부에 이를 맡겼다. 민간부문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2014년 1월 제534군부대 수산물 냉동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군대 수산사업소와 사회 수산사업소의 어업실적이 큰 차이가 나는 건 경제부문 일꾼들이 조건 타발을 앞세우면서 인민군대처럼 당의 사상 관철전, 당 정책 옹위전을 힘 있게 벌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같은 해 11월 제567부대 18호 수산사업소 현지지도 때는 “패배주의에 우는 소리만 하며 당 정책을 말로만 외우는 사회의 일부 단위들과 달리 (군 수산부문 일꾼들은) 당의 사상과 의도를 실천으로 받들어가겠다는 각오와 결사관철의 정신을 높이 발휘했다”며 신임을 보였다. 믿을 건 군부뿐이란 생각을 굳혔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은의 강도 높은 물고기 잡이 지시로 인해 수산사업소 소속 군인이나 주민들의 고통은 말이 아니라고 한다. 북한 매체들은 “최고사령관(김정은을 지칭)이 제시한 물고기 잡이 목표를 기어이 수행하는 바다의 어로 결사대가 되자”고 선동한다. 또  “사철 바다를 비우지 말고 적극적인 어로전을 벌여 물고기 대풍을 안아 와야 한다”고 강조한 김정은의 발언을 연일 소개한다. 이쯤 되면 왜 ‘묻지마식’ 출어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12월1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15호 수산사업소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12월1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15호 수산사업소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쌀농사에 비해 수산업이 실적 내기 수월

 

김정은의 생각은 식량 부족을 물고기로 채워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예비(豫備)는 바다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데 있다”고 말하고 있는 데서도 엿보인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쌀농사 등 작물농사에 비해 수산 분야가 실적을 내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측면이 있다”고 풀이했다. 김정은 집권 후 식량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이 지난 3분기(7〜9월) 주민 한 명당 하루 평균 300g의 식량만을 배급했다고 밝히고 있다. 유엔의 1인당 하루 최소 권장량 (600g)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인데다, 북한 당국이 목표로 세운 양(573g)에 크게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김정은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12월17일 사망하기 하루 전 마지막으로 서명한 문건이 평양 시민들에게 물고기를 공급하는 문제를 다룬 것이란 점을 강조한다. 자신이 물고기 잡이를 각별히 챙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란 얘기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은 집권 5년 동안 나아진 게 뭐가 있느냐”며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잇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자초해 결국 민생만 파탄 났다는 얘기다. 최고지도자의 물고기에 대한 과잉집착은 북녘동포들의 겨울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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