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올해의 인물-정치] 어둠에 희망 밝힌 ‘촛불시민’
  • 이민우 기자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6.12.20 14:06
  • 호수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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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정치 인물, 광장에 나선 700만 명 시민…“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스스로 증명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민주 국가의 기본 원리를 밝힌 대한민국 헌법 제1조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면서도 현실에선 외면받아 왔던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진리. 권력 비리와 국정 농단으로 퇴색한 정권에 맞서 거리로 나와 평화롭게 저항한 ‘촛불시민’이 이를 증명했다. 바람이 불어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촛불시민이 청와대에 유폐된 박근혜 대통령과 ‘촛불 스타’ 이재명 성남시장, 국정 농단의 주인공 최순실씨 등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올해의 정치 인물’로 선정된 이유다.

 

탄핵 가결 이후 열린 제7차 촛불집회가 12월10일 오후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세계도 놀란 시민의식

 

2016년 12월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인 결과로 가결되자 시민들은 “촛불시민의 승리”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흔들리던 ‘지지율 5% 정권’에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순간이었다. 그간 촛불민심은 주요 고비마다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역풍을 우려해 미적대던 정치권을 촛불의 힘으로 움직였다. 야권이 탄핵보다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할 때도, 새누리당 비주류가 대통령의 임기단축 선언에 우왕좌왕할 때도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고비 때마다 더 많은 시민들이 광장에 나와 횃불보다 강력한 촛불을 들었고, 평화의 촛불은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7주간 연인원만 745만 명.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인원(300만~500만 명)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촛불시민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세계도 놀란 ‘시민의식’이었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두 달 가까이 달려온 촛불집회에 수많은 찬사와 기록이 뒤따랐다. 하루 최대 232만 명이 거리로 뛰어나와 대통령의 하야·퇴진·구속 등을 외쳤지만, 촛불시민들은 민요 《아리랑 목동》을 개사한 《하야가》를 부르며 평화집회 기조를 이어 나갔다. 덕분에 헌정 사상 최초로 청와대 100m 앞 집회까지 성사시켰다. 청와대를 향한 길목을 차단했던 차벽은 ‘꽃담’으로 바뀌었다. 공권력과 맞서는 대신 꽃 스티커를 붙이며 평화로운 저항을 택했다. 직접 쓰레기를 줍는 시민의 모습은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돌멩이 하나 던지지 않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그렇게 명예혁명을 이뤄냈다.

 

30년 후 교과서는 2016년의 촛불시민의 승리를 어떻게 기록할까. 세계사의 변곡점으로 꼽히는 명예혁명으로 기억될까, 아니면 미완의 혁명으로 기록될까. 촛불시민이 이끈 ‘촛불혁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직 헌법재판소 판결이 남아 있다. 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 그리고 불의에 대한 변화 열망은 아직 해소되지 않아 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국정 농단으로 무너진 헌정 질서를 새로운 질서로 대체하는 길목에 서 있다. 촛불시민은 지금 ‘탄핵 이후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라는 더 큰 과제를 부여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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