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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농단’ 무시한 채 ‘도로 친박당’

친박계, 원내대표 당선…비박계, 탈당 초읽기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19(Mon) 12:47:12 | 14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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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가족’인 새누리당의 분당 사태가 가시화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정우택·이현재 의원이 12월16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당선되면서 ‘도로 친박당’이 됐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 친박계의 힘이 재확인되면서 비박(비박근혜)계의 당 개혁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최경환·서청원·홍문종 의원 등 핵심 친박들에 대한 인적 청산은커녕 오히려 당 주도권을 친박계에 내줬기 때문이다. 비박계가 탈당해 보수신당 창당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주장해 온 비박계의 탈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당내 다수파인 친박계는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여전한 수적 우위를 과시했다. 당 주도권을 쥔 친박계는 향후 비상대책위원장 선출 등 비대위 구성에서도 자파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게 됐다. 비박계의 거센 퇴진 압박에 시달렸던 친박계 지도부의 버티기가 일단 성공한 셈이다.

 

새누리당 친박계 정우택(오른쪽 두 번째)·이현재 의원(왼쪽 세 번째)이 12월16일 원내대표·정책위의장에 당선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현 대표, 김광림 전 정책위의장, 이 의원, 조경태 선거관리위원장, 정 의원, 정진석 전 원내대표 © 시사저널 박은숙


친박계, 비대위 구성에도 유리한 상황

 

비박계는 당초 당 쇄신을 바라는 중도 의원 30〜40명이 ‘나경원 원내대표·김세연 정책위의장 후보’ 조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도 의원들의 다수 표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당 혁신의 한계를 절감한 비박계 의원들은 탈당을 고심하고 있다. 비박계 대권 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을 위한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로서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거취에 대해선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좀 고민을 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탈당 가능성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고배를 마신 나경원 의원은 “변화를 원하는 세력과 함께 앞으로 당의 변화·개혁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논의하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개혁세력의 향후 방안에 탈당도 고려되느냐는 질문에는 “일단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탈당도 검토해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관건은 탈당 시기와 규모다.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탈당의 1차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비박계 주도의 비상시국회의는 향후 거취와 관련해 자체 의견수렴을 거쳐 조만간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비박계 인사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계가 승리할 경우 분당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를 주도했던 비박계 좌장 김무성 전 대표는 탈당해 신당 창당을 고민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김 전 대표는 12월13일 비상시국위원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신(新)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고 좌파 정권을 막아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12월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경선에서 주류 후보가 (당선)되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선거가 끝나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따라 탈당이냐 잔류냐를 결정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김 전 대표가 탈당할 경우 측근인 김학용·김성태 의원 등이 동반 탈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김 전 대표는 선도 탈당한 전·현직 의원들이 추진하는 신당 창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 정두언·정태근 전 의원 등 탈당파 의원들은 신당 창당 작업에 착수했다. 선도 탈당한 남 지사는 원내대표 선거 직후 “이것이 새누리당의 민낯이다. 새누리당이 해체돼야 할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비박도 더는 좌고우면하지 말라. 이미 버림받은 손바닥만 한 기득권 안에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라며 탈당을 촉구했다.

 

 

비박계, 당에 남아 혁신 투쟁할 가능성도

 

탈당의 2차 분수령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구성을 놓고 친박과 비박계가 정면충돌할 공산이 크다. 원내대표 경선 승리로 기세가 오른 친박계는 당권 장악과 직결된 비대위원장을 선출할 전국위원회를 조만간 개최할 계획이다. 1000명 이내로 구성되는 전국위에는 국회의원은 물론 원외 당협위원장, 중앙·여성·청년·장애인위원회 선출 전국위원 등이 포함되는데, 친박이 70%가량 차지해 세 대결로 갈 경우 친박이 우세하다. 앞서 친박계는 비상시국위원회에 맞서 의원 50명이 참여한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구성해 대규모 세력을 규합했다. 비박계가 친박계를 두고 ‘폐족’이라고 조롱하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당 주도권 장악을 위해 세력을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가 비대위원장 선출 및 비대위원 구성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당 지도부를 장악한다면 비박계의 탈당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분석이다. 수적 열세인 비박계가 비대위 구성에서도 친박계에 밀릴 경우 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비박계 하태경 의원은 “비대위 구성까지 봐야겠지만 거기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면 탈당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친박계는 일단 비박계의 탈당을 막기 위해 비박계의 추천을 받아 비대위를 구성하겠다고 회유작전을 펴고 있다.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정우택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은 비박계가 선택하나’라는 질문에 “그쪽에서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비주류와 중립 성향에서 추천하는 인물로 비대위원장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당 일각에선 비대위원장을 비주류 또는 계파 색이 옅은 중진의원으로 선출하고 비대위원을 친박과 비박 동수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친박계가 비박계가 추천하는 인사를 과연 수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탈당한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선임하자 친박계가 전국위원회를 보이콧하는 등 집단 반발해 무산된 적이 있다. 12월20일 박 대통령 징계 수위를 놓고 열리는 윤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비박계와 친박계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탈당의 동력을 모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비박계가 당에 좀 더 남아 당 혁신 투쟁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표차가 7표에 그쳐 당 쇄신을 바라는 의원들이 많은 데다 탈당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잔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지역구마다 사정이 다르다”면서 “여당 지지층인 노인층이 많은 지역구 의원들은 새누리당을 탈당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민심을 등에 업고 비박계가 친박계와 끝까지 투쟁해 당 쇄신을 관철시키는 것도 당을 위한 길”이라며 “신당 창당만이 정답은 아니다”고 밝혔다.

공개적으로 탈당 검토 의사를 밝힌 의원도 아직 소수에 그치고 있다. 특히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단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아 분당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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