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
  • 이민우 기자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6.12.12 15:09
  • 호수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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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관저에서 무슨 일 있었나…12시 홀로 점심, 16시 머리 손질

영원한 비밀은 없었다. 대통령이 침묵하고 최측근들이 ‘모르쇠’로 일관해도 그날의 행적은 차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14년 4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목격한 제3의 인물들이 차츰 입을 열고 있어서다.

 

세월호 7시간의 미스터리는 그동안 청와대의 금기어였다. 2년8개월 동안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그날의 대통령 행적에 대한 의혹을 해소해 달라고 꾸준히 요구했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정윤회 밀회설, 최태민 천도재 참가설, 성형시술설, 약물 처방설 등 온갖 소문이 떠돌았지만, 청와대는 늘 ‘부인’만 할 뿐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진 않았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조차 국정감사장에서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청와대의 설명과 새롭게 드러난 내용 등을 토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을 재구성해 보자. 일단 박 대통령은 당일 오후 5시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방문하기 전까지 청와대 관저에 머물렀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비서실장이나 국가안보실 등으로부터 관저에서 유선 보고를 받았다. 거꾸로 유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후 중대본에 모습을 드러내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드냐”고 말했다. 상황 파악이 전혀 되지 않은 듯한 발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오후 5시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했다. 방문에 앞서 박 대통령은 미용사를 부른 뒤 최소 20분 이상 머리 손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청와대 제공


靑 관저 사람들 ‘입’ 통해 드러나는 행적

 

ⓒ 시사저널 미술팀
당연히 의문점은 관저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쏠렸다. 2년8개월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진실은 의외의 인물들의 입을 통해 한 꺼풀씩 밝혀지고 있다. 우선 ‘미용실 원장이 참사 당일 관저에서 박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통령의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을 위해 계약직으로 채용된 2명이 이날 오후 3시22분부터 4시47분까지 청와대에 머물렀다.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에 갇혀 생사를 오가는 순간, 머리 손질을 위해 최소 20분(청와대 주장) 이상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또 다른 증언도 나왔다. 200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한 전직 조리장은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참사 당일 “관저에 딸린 주방에서 낮 12시와 오후 6시에 각 1인분의 식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은) 식사는 평소처럼 했고, 중대본 회의 참석 후 관저로 돌아와 식사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회의나 외부 일정이 없으면 늘 관저에 머물렀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중대본 방문 준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유선 보고나 지시조차 없었던 221분에 대해선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 청와대를 통해 확인된 내용은 박 대통령이 수습을 위한 어떠한 지시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면 보고를 받고, 띄엄띄엄 전화로 구조 상황을 물은 것이 전부였다.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30분 해양경찰청장과 유선 통화를 한 뒤 오후 2시11분 국가안보실장에게 “구조 상황을 재확인하라”고 지시했다. 3시간41분 동안 박 대통령 행적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세월호가 뱃머리 일부만 남기고 거의 침몰(오전 11시18분)한 이후 3시간 가까이 대통령의 목소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7시간 이후’도 수수께끼

 

‘7시간 이후’도 수수께끼다. 중대본 방문 후 박 대통령은 관저로 퇴근했다. 구조 상황을 지휘해야 할 대통령이 또 자리를 비웠다. 저녁 식사 사실 외에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새벽까지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었지만 박 대통령은 또다시 모습을 감췄다. 때문에 성형시술설과 수면제 복용설 등 각종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그날의 행적은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 머물렀던 이들의 진술을 통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경호실 내 관저팀은 8시간씩 3개 조로 근무하며 하루 24시간 관저 출입자를 감시하고 대통령의 안위를 살핀다. 안봉근 전 비서관이 발탁한 구아무개씨와 A씨, B씨 세 경호관이 모두 관저팀 소속이다. 이들 모르게 청와대 관저를 출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이들 가운데 전직 경찰관이었던 구씨는 12월16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실시하는 대통령 경호실 현장조사에 참석하라는 요구를 받은 상태다. 구씨의 증인 채택을 요청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인이 양심 고백을 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관저 경호를 담당해 온 청와대 구씨의 증언이 더해지면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일 일정은 좀 더 구체화될 전망이다. 

 

‘올림머리’ 담당 정 원장 미용실 방문해 보니 

“매일 하던 업무였는데…”

 

구민주 기자 mjooo@sisapress.com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ㅌ미용실 © 시사저널 최준필
12월7일 청담동 ㅌ미용실 건물 앞은 이미 취재진들로 북적였다. 오전 중 한 차례 기자들이 미용실 진입을 시도했지만 직원들에게 가로막혔다. 간간이 직원들이 드나들었지만 취재진의 질문엔 침묵으로 일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머리를 담당한 원장은 오전 예약을 취소한 후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후 1시30분 손님으로 위장한 채 미용실 안으로 들어갔다. 머리를 감겨주던 보조 미용사는 “안 그래도 시국이 뒤숭숭해 장사가 안 되던 차에 이번 일까지 터져 손님이 더 없는 상태”라며 영업상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 대부분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했다.

 

카운터에 있던 점장은 “정 원장이 수년간 매일 오전 청와대로 가 대통령 머리를 해 줬다”고 말했다. 점장은 세월호 당일 청와대를 방문한 것에 대해 “그날도 매일 하던 당연한 업무를 행한 것뿐인데 우리로선 그저 억울한 입장”이라고 했다. 한편 정 원장의 오랜 고객으로 알려진 최순실씨에 대해선 “올해 들어 온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점장은 이날 취재진들에게 정 원장이 미용실에 나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장은 오후 2시 무렵 취재진을 뚫고 출근해 예정대로 모든 예약 손님을 맞았다. 마감 시간까지 업무를 정상적으로 소화한 정 원장은 오후 8시쯤 준비된 차량에 올라탄 뒤 급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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