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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국회가 부르면 안가면 그만이죠?

‘맹탕’ 국정조사 만드는 그들의 ‘불출석’

박준용 기자 ㅣ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12.06(Tue) 17: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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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탕 국정조사’, ‘빈껍데기 청문회’, ‘실속 없는 국조특위 무용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관련 국회의 국정조사가 한창인 요즘, 언론을 통해 이런 말을 자주 접하실 겁니다. 하지만, 국정조사를 이렇게 부르는 사례는 비단 이번뿐이었을까요? 최근 여러해만 돌아봐도  ‘가습기 살균제’, ‘세월호’, ‘국정원 댓글조작’, ‘공공의료’ 등 국정조사에서는 같은 표현들이 나왔습니다. ‘맹탕’이고 ‘빈껍데기’라고 말입니다. 

 

국회의 고유권한인 국정조사에서 왜 이런 비판이 반복될까요. 자칫 이런 표현들만 놓고 보면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준비 안 된 의원들이 호통만 치고 끝내는 장면은 그닥 보고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짜 국정조사를 ‘맹탕’으로 만드는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국회의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핵심 증인들’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국정조사가 시작된 ‘원인제공자’이자 ‘권력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 12월 5일 최순실 국조특위에서 청와대 경호실장의 불출석 사유서를 읽고 있다. ⓒ 연합뉴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규명하는 이번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선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최순실씨 일가가 12월7일 예정된 청문회 출석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습니다. 최순실씨와 언니 최순득, 조카 장시호씨 등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거나 공황장애 등을 불출석 사유로 들었습니다. 또 최순실씨 조카 장승호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치원 학부모 미팅 일정 탓에 국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들 뿐만이 아닙니다. 청와대, 정부 관계자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입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 수석,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안봉근․이재만 청와대 비서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출석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증언해줄 수 있는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을 비롯한 경호실 관계자도 출석을 거부합니다. 그나마 청문회에 출석한 것은 재벌 총수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증언만으로 국정조사가 힘을 받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12월6일 국회 증언대에서 재벌총수들은 모두 “우리는 청와대와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수년간 국정조사에서 이런 ‘핵심증인’의 출석 불응 현상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건 규명 국정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의 책임을 진 거라브 제인 전 옥시코리아 최고경영자, 신현우 전 옥시 사장 등 주요 관련 임직원 10명은 국회의 증인 신청에도 ‘불출석’ 의사를 전했습니다. 또 옥시 측의 의뢰를 받아 허위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던 유일재 호서대 교수, 조명행 서울대 교수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시계를 그보다 전으로 돌려볼까요? 2013년 6월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진주의료원 폐쇄 사태와 관련해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증인으로 부를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홍 지사는 이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국회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2013년 8월에는 국정원의 ‘댓글 선거개입’ 국정조사에서 핵심 증인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불출석’ 의사를 밝히며 애를 태웠습니다. 이들은 불출석을 고집하다 결국 국회 증언대에 섰습니다. 그런데 증언대에 선 이들의 말은 어땠을까요? 둘 모두 국정원과 경찰의 대선개입 관련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들어 증인선서를 거부했습니다. 사실상 불출석과 마찬가지 입장을 보인 셈입니다. 

 

국회가 부르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증언을 거부하는 사람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법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증인 출석을 거부하는 사람은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습니다. 증인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국회는 ‘동행명령권’도 내릴 수 있습니다. 동행명령은 국회가 증인에게 지정한 시일에 지정한 장소까지 출석할 수 있게끔 국회 사무처 직원을 보내 동행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동행명령은 국회의 해당 소관위원회 의결을 통해 이뤄집니다. 최순실씨처럼 수감 중인 증인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 경우 교도관이 그 권한을 위임받아 동행명령권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동행명령을 거부하면 불출석보다 큰 처벌을 받도록 돼 있습니다. 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강제적인 제도인 ‘동행명령권’. 이 제도가 있는데도 국회에 나오지 않는 증인이 많은 이유는 뭘까요. 이 제도가 약 28년 동안 시행됐지만 규정된 만큼 강하게 처벌된 사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 불출석했다는 사유로 고발된 사람은 있었지만, 이 문제로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처벌 받아봤자 약해”라는 생각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이 때문에 국회의 출석 요구에 이전 보다 높은 강제성을 부여하자는 논의가 나옵니다. 12월6일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입장을 먼저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증인이 국회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일정기간 구금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른 바 '의회모독죄' 도입입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부름, 그 부름에 정당하지 않은 이유를 대며 응하지 않는 사람들. 이 문제가 앞으로 개선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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