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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한강로에서] 더 추(醜)해져선 곤란하다

김현일 대기자 ㅣ hikim@sisapress.com | 승인 2016.12.03(Sat) 09:00:27 | 14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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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요즘 어떻게 지낼까. 안 봐도 눈에 선하다. 원체 특이한 개성의 소유자라지만 힘들 게다.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느라 입맛인들, 잠자리인들 오죽하겠는가.

 

국정에 복귀했다고 하나 일손이 잡힐 리 없을 터다. 검찰이 범죄를 99% 확신하는 피의자(被疑者), 국정 농단 공범(共犯)으로 점찍고 목을 죄어 오는 판에 무슨 국사를…. 곧이어 특검의 칼날이 들이닥칠 테고 국회는 탄핵이란 철추를 치켜들고 있으니 ‘진박’ 변호사와 머리를 맞대고 방어논리 개발에나 열중할 듯싶다. 하나 ‘사상누각’ 반박에 발끈한 검찰이 최순실을 뇌물죄로 엮었으니 빠져나가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이 화급한 마당에 그나마 의지할 민정수석과 법무장관이 사표를 던졌다. 엊그제 임명된 민정수석이 사표를 낸 속내가 어떤 것이건 대외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다 끝났다’다. 사표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이는 모든 공직자가 ‘다 끝났다’고 외친 것과 마찬가지다.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새누리당은 지리멸렬(支離滅裂), 파산했고…이미 대다수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진짜 다 끝난 것’이다. 서류상으론 대통령이지만 대통령이 아니다. 국민 다수로부터 권위를 박탈당한, 최소한의 존중마저 잃었기에 그렇다. 너나 할 것 없이 돌팔매질을 하니까 애처롭고 가엽기도 해 거들고 싶지만 거들 여지조차 없다. 죄질도 죄질이려니와 거짓말을 자주 해서다. 아직도 1960·70년대 권위주의 시절의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변설만으론 죄과를 가려주기에 턱없다.

 

ⓒ 연합뉴스


매우 잘못한 이에게 ‘죽을죄(罪)를 졌다’고 한다. 죄질이 더 고약한 범죄자에겐 ‘죽어도 죄가 남는다’고 한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이 말은 박 대통령에게 해당된다. 자살교사죄(自殺敎唆罪)라는 게 있고 하니 조심스러운데…아무튼 그만큼 위중하다는 얘기다. ‘죽을죄’를 감히 입에 담는 이유는 간단하다. 거짓과 위선(僞善) 때문이다. 죄가 없다면 차라리 다행이라 싶지만 조폭 여두목처럼 재벌의 등을 친 흔적 등은 널려 있다. 그런데 아니라고 우기고 발뺌했지만 다 들통났다. 최고책임자의 거짓은 악질적 조폭 행각보다도 죄질이 나쁘다. 그리고 온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국민을 참담한 심경에 빠뜨린 죄는 무엇과도 비교가 안 된다. 어디 이뿐인가. 믿고 표를 몰아준 지지자, 여성들의 배신·허탈감은 어찌하나. 그럼에도 수사결과가 공정치 못하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여느 피의자처럼 제 살 궁리나 하니 가증(可憎)스러운 것이다.

 

정말 두루 잘못했다. 농단·거짓·배신·불효…법적 책임은 차치하더라도, 정치적·도덕적으로 ‘죽을죄를 졌다’. 그러니 국가를 담보로 추접한 권력 놀음을 벌일 게 아니다. 청와대를 몸보신 도구로 사용(私用)하는 것은 ‘죽을죄’에 국기문란(國基紊亂) 죄목을 더할 뿐이다. 더 추(醜)해질 따름이다. 늦었지만 ‘죽을죄 졌다’며 진심으로 사죄하고 흩어진 민심과 국정을 추스르는 데 협조해야 한다. 그러면 어느 야당 대선후보가 제시한 ‘명예로운 퇴장’, 즉 포승줄에 묶이는 상황만은 모면할지 모른다. 국민들에게 “피고 박근혜는 제18대 대통령을 지낸 자로서~” 운운하는 재판 장면을 지켜보는 고문(拷問)까지 해선 곤란하다. 7년 전 ‘부엉이 바위’ 비극만도 국민에겐 버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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