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 여배우 김하늘 그녀가 변했다
  • 이예지 우먼센스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01 15:55
  • 호수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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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는 길》의 불륜 연기 이어 새 영화 《여교사》에선 제자와의 치정 얽힌 여교사 역할

김하늘은 신비주의 여배우였다. 작품과 관련된 공식 석상을 제외하고는 개인 활동을 자제했고, 그 흔한 SNS조차 삼갔다. 데뷔 20년 차 여배우라면 한 번쯤 있을 법한 스캔들조차 없었다. 그런 그녀가 최근 변하기 시작했다. SNS를 열고 팬들과 소통을 시작했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숨겨 두었던 예능감을 드러냈다. 변화는 작품을 선택하는 폭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사의 품격》(SBS) 이후 4년 만에 선택한 작품 《공항 가는 길》(KBS2)이 그녀의 변화를 방증했다.

 

뒤늦게 만난 남녀가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는 설정의 《공항 가는 길》에서 김하늘은 경력 12년 차 부사무장 승무원 최수아 역을 맡아 이상윤(서도우 역)과 호흡을 맞췄다. 그녀는 가정이 있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불륜 설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로드 넘버원》(MBC), 《신사의 품격》 등에서 청순 발랄한 역할을 주로 맡아오던 그녀가 다소 파격적인 작품을 선택한 데는 결정적 이유가 있었다. 결혼이었다. 김하늘은 올해 3월, 한 살 연하의 사업가와 결혼했다.

 

배우 김하늘 © SM C&C

결혼 후 연기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자신해

 

“결혼 후 한결 여유로워졌어요. 시야가 트였다고 할까요. 작품을 선택하는 폭도 넓어졌죠. 무엇보다 남편의 지지가 큰 힘이 돼요. 극 중 가정이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남편은 그런 역을 소화한 저를 멋있다고 말해 주거든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운 같아요.” 언제가 가장 행복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요즘엔 남편과 함께할 때”라고 말하는 그녀. 행복감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가 반가웠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새 인연, 남편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인연은 정말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 속에서도 수아와 도우의 끈질긴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이를테면 도우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수아를 만났었던 장면, 도우의 딸 애니가 마지막 순간 수아와 스쳐 지나갔던 장면 등이오.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이 있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실에선 더 기적적인 일들이 많아요. 저와 남편이 인연으로 얽혀 만난 것처럼요.” 사실 김하늘의 드라마 복귀는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석 달이 넘도록 새벽에 귀가하는 아내, 신혼부부에게는 힘든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남편이 드라마 모니터를 많이 해 줬어요. 전(前)남편과 딸을 두고 자기의 사랑과 행복을 찾아 도우에게 가는 결말이 옳지 않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근데 저는 결말이 만족스러워요. 내가 행복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마인드거든요. 드라마 촬영 때문에 신혼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이제 제주도 여행을 가려고 해요. 남편에게 제주도 촬영지를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요. 촬영 중에 가봤던 맛집도 함께 가보고 싶어요.” 남편에 대한 애정은 대화 곳곳에서 드러났다. 그녀와 남편의 호칭은 ‘자기야’. 차분한 김하늘을 애교쟁이로 만드는 건 남편이었다.

 

“주변에서 여유롭고 긍정적으로 변했대요. 가장 좋은 나이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했다고 생각해요. 저와 잘 맞는 사람과 함께 사니까 평화롭고 행복하죠. 연기할 때도 여유롭고 좋은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아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엄마가 아침을 챙겨주셨는데, 신랑은 못해 주니까 부모님 생각이 나더라고요(웃음).” 김하늘은 스스로 결혼 후 연기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자신했다. “환경이 변하다 보니 어떤 영향이 있을 것도 같기는 해요. 그런데 결혼했다고 해서 역할이 줄어든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는 많아요. 오히려 결혼으로 인해 생기는 안정감이 연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배우 김하늘 © SM C&C

새 영화 《여교사》, 파격적 소재의 ‘19禁’ 

 

남편과 싸운 경험에 대해 물었다. “짓궂은 질문”이라고 투덜거리면서도 솔직하게 말한다. 사생활에 대해선 말하기 꺼리던 결혼 전과는 사뭇 다르다. “저는 감정표현을 정확히 하는 사람이에요. 기쁠 때, 슬플 때, 힘들 때,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죠. 남편과 싸울 때도 확실하게 감정을 이야기하다 보니 싸움이 커지지 않아요. 남편이 많이 이해해 주고 받아주거든요. 감정 표현을 확실하게 하는 방법은 연기를 하면서 배웠어요. 그동안의 경험들이 제 감정을 다듬어주었죠. 그런 면에서 배우라는 직업은 나를 찾아가기에 좋은 직업인 것 같아요.”

 

2세 계획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똑 부러지는 성격답게 미래의 가정도 밑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아이를 언제 낳아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다만 육아만큼은 플랜이 짜여 있어요. 부모님과 친척이 다 같이 어울려서 살고 있기 때문에 육아를 혼자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에요. 남편에게도 ‘많이 도와줘야 한다’고 이야기하죠. 이를테면 아이 목욕을 시키는 건 남편 몫이라고 강조하죠. 내가 하면 팔목이 아플 거라고 말해요(웃음). 제 친구의 경우, 목욕은 남편이 시키고 드라이는 아내가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이 보기 좋고 바람직한 것 같아요.”

 

기자를 만나도 좀처럼 사생활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그녀의 변화가 좋았다. 왠지 연애 상담을 해야 할 것 같다. 어떤 남자가 좋은 남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하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인정할 수 있는 남자요. 남자는 여자와 다르거든요. 그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거죠. 나와 다른 걸 인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예요. 인정할 수 있으면 가는 거고, 아무리 사랑해도 인정할 수 없으면 그 관계는 유지될 수 없죠. 모든 사람한테 좋은 사람이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나한테 좋은 사람이 중요한 거죠.”

 

김하늘은 조만간 영화 《여교사》로 돌아온다. 한 명의 제자와 두 명의 여교사 간 치정이 얽힌 파격적 소재의 19금 영화다. 김하늘이 맡은 역할은 계약직 여교사 효주 역이다. 효주는 자기 대신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과 자신이 눈여겨보던 남학생 재하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를 활용해 혜영이 가진 것을 뺏으려 드는 강한 캐릭터다. 이번 작품 역시 결혼 전과는 다른 결의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교사》라는 작품이 들어왔을 때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있었어요. 접하지 못한 캐릭터였거든요. 한국영화에서 이런 작품이 제게 온 것에 대해 가장 행운이라 생각하고, 그 생각이 가장 컸어요. 연기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아직 많거든요.” 그녀의 변신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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