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주회사 전환? 이건희 일가가 얻을 혜택이 크기 때문”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2.0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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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찾고 있다.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11월29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최대 6개월간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기업구조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가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건’에 시선이 쏠려 있는 이 시점에, 삼성전자가 47년 역사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나선 셈이다.

 

지주회사로의 전환에 대한 공식적인 명분으로는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을 들고 나왔다.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으며 이번 발표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다.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삼성전자’로 기업 지배구조를 재편하려는 첫걸음이 아니냐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장마비로 입원한 뒤 이재용 부회장이 실질적 경영을 맡아왔다. 

 

© 시사저널 임준선·시사저널포토

블룸버그는 “아마 이번 분할의 가장 큰 이유는 삼성과 이건희 일가가 이로부터 얻을 혜택이 상당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은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11월29일 컨퍼런스콜에서 “자문을 받아본 결과, 지주회사로 가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분할해야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투자부문)과 사업회사(사업부문)로 인적분할하는 시나리오다. 현 상황에서 삼성그룹 차원에서 재정상의 큰 리스크 없이 현실 가능한 방법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배구조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시가총액 약 240조원(11월30일 오후3시 기준)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여 지배력을 높이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요된다. 

 

인적분할을 하면 이 부분이 수월해진다. 현재 이건희 일가와 삼성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8.15%(2016년 11월 기준)로 알려졌다. 삼성생명(7.55%) 삼성물산(4.25%)과 이건희 회장(3.49%), 이재용 부회장(0.59%) 등이 포함된다.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모든 주주는 분할 전 지분율만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지분을 각각 보유한다. 이건희 일가와 삼성 계열사는 지주회사 지분 18.15%와 사업회사 지분 18.15%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두 회사 간 주식 스와프를 하거나, 삼성전자 투자회사와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 등으로 이어지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 이 부회장 측이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율을 최대 4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전자 지주회사→삼성전자 사업회사’로의 ‘옥상옥(屋上屋)’ 수직적 지배구조가 형성된다. 게다가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 최상위 지배자 지위에 오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도 삼성전자가 결국 인적분할 절차를 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속에 삼성그룹의 상황은 결코 좋지 않다. 삼성그룹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지원 및 최순실씨의 조카인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등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국민연금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잡음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며,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2차례 검찰조사를 받았다. 삼성그룹 서초사옥에 대한 고강도 압수수색도 이어졌다. 

 

여러 모로 겹친 악재 속에서도 삼성은 기업 지배구조 재편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지주사 전환의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지주사 체제를 서두르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6월부터 야권을 중심으로 대주주의 부당한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들이 발의됐다. 일명 ‘삼성법’이라 불리는 이 법안들에는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법안 중 하나라도 국회를 통과해 시행된다면 지주사 체제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대대적인 수정을 해야 한다. 현재 이들 법률 중 대부분은 국회 소관위 심사단계를 밟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과 이 부회장 중심의 기업구조 재편 움직임 사이에 거리두기를 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 등을 두고 일방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과정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빚어진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길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 

 

한편 삼성전자 주가는 두 달여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1월30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4.11% 상승한 174만6000원을 기록했다. 직전 최고가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주주제안이 나온 직후인 10월7일 기록한 171만60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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