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 엘시티까지…살얼음판 걷는 현대증권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6.11.3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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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통합 KB증권 출범 앞두고 악재 잇달아

​현대증권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이어 '엘시티(LCT) 비리'에도 현대증권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내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주목되는 것이 현대증권 고가 매각 의혹이다. KB금융지주는 올해 4월 현대증권을 1조2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현대상선과 체결했다. 문제는 지난해 오릭스와 협상 당시 매각가가 65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1년이 채 안 돼 매각가가 두 배 가까이 뛴 셈이 된다.

 

덕분에 현대상선은 법정관리를 면하게 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현대상선보다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졌다. 물동량 기준으로 한진해운은 세계 7위였고, 현대상선은 17위에 불과했다. 회생의 필수 조건인 해운동맹에도 한진해운은 가입을 완료한 상태였다. 한국해양수산연구원(KMI)은 보고서를 통해 “해운업 구조조정시 한진해운을 생존시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 시사저널 최준필

1년 안 돼 매각가 2배 ‘뻥튀기’ 배경 있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반대였다. 현대상선은 자회사인 현대증권을 매각하면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반면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의 길을 걷게 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고액의 용선료 부담으로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현대증권을 매각하면서 두 회사의 운명이 뒤바뀌었다. 현대상선은 회생의 길을, 한진해운은 사실상 청산의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그 배경으로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등의 이름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요컨대 안 전 수석은 한때 현대증권 사외이사로 일했다. 금융위는 5월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자회사 편입을 최종 승인했다. 이후 현대증권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에 취임한 최아무개씨 역시 안 전 수석과 가깝다. 두 사람은 대구·경북(TK) 출신으로 성균관대 동문이다. 같은 시기에 성균관대 교수로 재임한 인연까지 있다. 때문에 현대증권 고가 매각 과정에서 비선 실세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진해운은 반대의 길을 걸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금이 모자라 최순실씨의 눈 밖에 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장승환 한진해운 육상노조위원장은 “한진해운이 좌초하게 된 배경에 보이지 않는 모종의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 회장이 최근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압박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의 눈길이 더하다.

 

금융당국이나 현대그룹 측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1월16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기업구조조정 원칙대로 처리했다”며 “그 어떤 외부 요소도 작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충현 현대상선 부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현대상선 회생은 현정은 회장을 포함해 직원들 한 명, 한 명이 선사들을 만나 설득한 결과”라며 “한진해운은 유동성 문제에 따른 것인데 그런 의혹이 나온 것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말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현대증권과 KB금융지주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구체적인 인물까지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KB금융지주가 4월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지분 22.56%(5380만410주)를 1조2500억원에 매입할 당시 주당 인수가는 2만3000원이었다. 이후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자사주 1671만여 주(7.06%)를 1071억원에 추가로 매입했다. 당시 자사주 인수가는 6410원으로 3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현대증권 노조와 소액주주들은 현재 소송까지도 불사하겠다는 태세여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현대증권을 둘러싼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11월28일 이영복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엘시티 사업 시행사인 엘시티PFV의 실질 소유주인 이 회장은 현재 570억원 규모의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잇단 악재에도 통합 KB증권 순항할지 주목

 

엘시티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부지에 101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을 복합 개발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만 3조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엘시티PFV는 부산은행 등 15개 금융회사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1조7800억원을 조달하는 대출 약정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증권 역시 PF 방식으로 엘시티PFV에 1000억원을 대출해주면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PF 대출 과정에서 특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이 최근 부산은행 등 대출기관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현대증권 역시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증권은 내년 1월 통합 KB금융 출범을 앞두고 있다. KB금융은 현대증권을 존속법인으로, KB투자증권은 소멸법인으로 하는 합병 절차를 발표했다. 내년 1월 통합 KB증권 출범이 예정돼 있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과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이 통합 KB증권의 각자대표를 맡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잇달아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내부적으로 우려가 더하다. 내년 1월에 출범하는 통한 법인이 순항할 수 있을지에 금융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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