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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대통령 제3자 뇌물죄’ 확신하고 덤벼드는 검찰

존립 위태로운 검찰 vs 탄핵 불가피한 朴 대통령의 ‘사생결단’식 싸움

송응철·유지만 기자 ㅣ sec@sisapress.com | 승인 2016.11.29(Tue) 15:00:28 | 14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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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잔뜩 독이 올라 있는 느낌이다. 현재로선 향후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분위기다.” 11월23일 삼성그룹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실장(부회장) 사무실이 검찰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직후, 삼성 내부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뇌물죄’ 빠진 데 대한 여론 부담 느낀 듯

 

11월20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 검찰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검찰수사를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직접 칼을 겨누고 있다. 그 핵심은 ‘뇌물죄’다. 이를 위해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을 강도 높게 몰아붙이고 있다. 대기업들이 최순실씨가 주도한 미르·K스포츠 재단 등에 낸 기금은 결코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대가성이 있는 것임을 밝히고자 함이다. ‘부정 청탁과 대가’가 확인되면 박 대통령에게는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다. 검찰은 사실상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확신하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수사가 12월 특검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를 공소장에 적시하려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수남 검찰총장 ©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이는 향후 검찰의 위상 및 존립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이미 촛불여론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고, 이는 차기 정부에서 어떤 식으로든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뇌물죄가 적용될 경우, 더 이상 탄핵 정국에서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검찰과 박 대통령이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검찰 내부에서 “(정호성 핸드폰의) 녹취록을 10초만 들려줘도 촛불이 횃불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사실상 청와대와 대통령을 향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그만큼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의 혐의가 명백할 경우, 조사 없이도 입건할 수 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들이 그만큼 ‘결정적’이라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현직 대통령을 입건했음에도 불구하고, ‘뇌물죄’가 빠진 데 대한 비난 여론이 계속되자 검찰은 ‘뇌물죄’ 적용에 마지막 힘을 쏟고 있다. 검찰은 주요 피의자에 대한 기소 후에도 추가 혐의가 밝혀지는 대로 공소장에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최대 형량이 무기징역인 뇌물죄는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 중에서 법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검찰은 최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 데 이어, 롯데와 SK그룹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배경에 대해 “뇌물죄 확인 차원”이라며 박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 검찰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이다.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 청와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삼성이 최씨의 두 재단에 총 255억원을 낸 시기가 이때와 맞물리는 탓이다. 서초동 주변에선 이미 검찰이 삼성의 뇌물죄 적용으로 방향을 굳혔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부정 청탁과 대가’ 공소장 추가 여부가 관건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게이트의 중심에 선 3인방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는 이들이 기업들로 하여금 거액의 자금을 내놓게 한 과정들이 자세하게 나타나 있다. ‘칼만 안 들었지 강도가 따로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이 대목만 놓고 보면 ‘우리는 피해자’라는 기업들의 푸념에도 어느 정도는 고개가 끄덕여질 만하다. 그러나 검찰 내부의 기류는 분명하다. 반드시 대가성을 확인해서,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공소장에 ‘부정 청탁과 대가’를 입증할 만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 검찰의 공소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부분은 아직 적시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존 검찰 공소장의 주된 내용은 역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들의 출연 과정이다. 시작은 박 대통령의 2015년 7월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면담을 추진하라는 지시였다. 이에 안 전 청와대 수석은 삼성·현대차·CJ·SK·LG·한화·한진 등 7개 그룹 총수를 면담 대상자로 정했다. 그리고 이들 그룹 회장들에게 박 대통령이 7월24일 예정된 ‘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기업 회장단 초청 오찬 간담회’ 직후 단독 면담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처럼 정해진 계획에 따라 박 대통령은 7월24일 간담회 이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 등과 만남을 가졌다. 다음 날인 25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을 차례로 만났다. 이틀간 그룹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문화·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려는데 적극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세부적인 ‘수금’ 업무는 안 전 수석이 주도했다. 이후 GS·두산그룹이 추가돼 총 9개 그룹이 대상으로 확정됐다. 안 전 수석은 이들 그룹에 300억원 규모의 출연금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각 그룹별로 할당액을 정해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최순실씨의 ‘지시’에 따라 목표 출연금 규모가 50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기존 9개 그룹들에 대한 할당액을 증액하는 한편, 롯데·KT·금호·신세계·아모레퍼시픽·현대중공업·포스코·LS·대림 등 9개 그룹을 추가했다.

 

이들 18개 그룹 가운데 재무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현대중공업과 문화 분야에 이미 거액을 투자한 신세계는 출연 대상에서 제외됐다. 나머지 16개 그룹은 486억원의 출연금을 내놨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10월27일 미르재단이 설립됐다. 그러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K스포츠재단을 설립한다는 명목으로 미르재단에 출연한 16개 그룹에 300억원 규모의 추가 출연을 요구했다. 이들 그룹은 올해 2월부터 8월 사이 K스포츠재단에 모두 288억원을 출연했다.

 

 

기업들 ‘쥐어짜’ 이권 챙긴 내용도 공소장 적시

 

롯데그룹은 여기에 더해 75억원 추가 출연 제의를 받기도 했다. K스포츠재단이 이권사업을 위해 설립한 더블루케이가 추진하는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을 지원한다는 명목에서다. 박 대통령은 올해 3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단독 면담을 가졌다. 이후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롯데가 75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니, 그 진행 상황을 챙기라’는 지시를 받았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사업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롯데제과와 롯데카드·롯데건설·롯데케미칼·롯데캐피탈·롯데칠성음료 등 6개 계열사를 동원해 올해 5월 K스포츠재단 측에 70억원을 전달했다.

 

검찰 공소장에는 다른 방법으로 기업들을 ‘쥐어짠’ 사실도 적시돼 있다. 먼저 현대차그룹은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초등학교 동창 학부형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과 납품 계약을 맺을 것을 요구받았다. 안 전 수석은 2014년 11월 박 대통령과 정몽구 회장이 동석한 자리에서 KD코퍼레이션이 생산하는 원동기용 흡착제를 현대차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 이 회사는 인지도나 기술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2015년 2월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제품 성능 테스트나 입찰 등 협력업체 선정 절차는 생략됐다. 이후 KD코퍼레이션은 올해 9월까지 10억5991만원의 매출을 현대차를 통해 올렸다.

 

현대차는 또 최씨가 2015년 10월 설립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 물량을 제공하기도 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건네받은 이 회사의 소개자료 등을 현대차 측에 전달하고, 광고 수주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현대차는 올 2월, 당초 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에 배정키로 확정했던 광고 물량을 플레이그라운드에 제공했다. 이를 통해 플레이그라운드는 그해 4월에서 6월 사이 광고 5건을 수주, 70억6627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KT도 이 회사에 광고 물량을 몰아줬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KT 측에 플레이그라운드를 신규 광고대행사로 선정해 달라고 했다. 이에 KT는 신규 설립돼 광고제작 실적이 사실상 전무한 플레이그라운드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심사기준에서 ‘직전연도 공중파 TV·CATV 광고실적’ 항목을 삭제했다. 뿐만 아니라 플레이그라운드가 제출한 포트폴리오 가운데 일부가 타사의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플레이그라운드는 KT의 광고대행사에 선정돼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광고 7건을 넘겨 받아 68억1767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단 이번 검찰 공소장에는 기업들이 피해자로 묘사된다. 공소장에는 ‘출연에 참여한 그룹 대표 및 임원들은 요구에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인허가의 어려움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라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기업들 스스로도 정부의 강압에 마지못해 출연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검찰은 11월20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 기업들이 대가성을 바라고 기금을 출연했을 것이라는 데에 현재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공범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CJ, ‘특별사면 기대하고 돈 냈다’ 진술 확보

 

실제,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2015년 7월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은 내부 투자위원회 의결을 근거로 합병안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16면 딸린 기사 참조).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들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비율(1대 0.35)이 삼성물산에 현저하게 불리하게 책정됐다고 합병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결국 삼성의 손을 들어주면서 합병이 성사됐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할 때는 보통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검토, 그리고 의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삼성 합병 당시에는 이런 절차가 무시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외압이 작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11월23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사무실과 국민연금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또 11월24일에는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수장이던 문형표 전 장관을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롯데그룹과 SK그룹은 면세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다. 롯데·SK는 2015년 11월 면세점 재승인 심사에서 각각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 사업권을 잃고 재기를 모색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올해 3월 면세점 승인 요건을 완화하는 정책 방안을 발표하고, 이어 관세청이 4월 서울 시내면세점 4곳 신규 설치를 발표했다. 롯데그룹과 SK그룹이 면세점 사업을 재개할 길이 열린 것이다.

 

특히 당시 공고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새로 면세점에 입찰할 때 감점을 준다’는 정부의 제도 개선안이 빠져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대기업에 특혜를 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롯데·SK에 사업권을 주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고, 11월24일 이들 그룹은 물론,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한화그룹과 두산그룹도 면세점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은 관세청이 한화갤러리아와 두산그룹에 면세점 특허권을 내주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올해 7월 특별사면이 출연의 대가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검찰은 CJ그룹과 관련해 손경식 회장으로부터 이재현 회장의 ‘특별사면’을 기대하고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총수 사면과 관련된 얘기를 나눴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다른 그룹들도 그동안 각종 특혜 시비에 휘말려온 바 있다. 따라서 검찰의 칼날이 향후 다른 그룹으로도 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기업들 출연의 대가성을 입증할 단서를 발견할 경우, 이어지는 특검수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 공소장에는 직권남용이나 강요 등 혐의만 적용돼 있다. 박 대통령도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의 공범으로만 입건된 상태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최순실씨 등이 대기업을 압박해 자금을 출연받은 사실은 적시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어떤 특혜가 주어졌는지는 적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이 대가성 입증에 성공할 경우, 최씨 등 3인은 물론 박 대통령도 뇌물 혐의의 공범이 된다. 현직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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