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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버티는 대통령, 그 비합리적 판단의 뿌리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 비합리적 태도와 헌법 악용

정해구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22(Tue) 09:16:49 | 1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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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만 본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우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리얼미터의 여론 지지도는 최저 5%까지 떨어졌고, 11월12일 광화문 항의시위엔 무려 100만 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몰려 나왔다. 그뿐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과 야 3당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새누리당의 일부 비박 세력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향후 사태가 보다 좋아질 전망도 별로 없어 보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과 특검의 수사 그리고 국정조사가 이뤄질 경우 박 대통령의 위법 사실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퇴진 요구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 요즈음 박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다. 일반인들의 상식적인 판단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박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는 무엇 때문인가?

 

11월12일 서울 잔디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3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수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비합리적 판단, 성장 과정서 비롯된 듯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개인 성격의 차원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박 대통령의 비합리성이다. 박 대통령의 비합리적 태도는 다수 사례에서 확인되지만,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사태 초기에 박 대통령이 보여줬던 매우 주관적인 판단과 대처였다. 우선 게이트가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박 대통령은 이를 개헌 제안으로 덮으려 했고, 개인 처지를 앞세운 변명성 사과로 문제를 애써 호도하려 했다. 또한 사태의 해결책으로 야권이 대통령의 2선 후퇴와 국회 추천의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했을 때, 박 대통령은 그 권한을 상당 정도 행사할 수 있는 책임총리론으로 대응했다.

 

물론 사태 초기 박 대통령은 이런 정도의 대처만으로도 사태의 확대를 막을 수 있으리라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대통령의 이러한 대처 태도는 오히려 사태를 더욱 키웠다. 박 대통령의 사과를 듣고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고, 매일매일 터져 나오는 새로운 국정 농단 내용으로 시민들의 분노는 급속히 커졌다. 이처럼 사태 초기 박 대통령이 보여줬던 대처는 매우 주관적인 오판에 근거한 것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자체는, 그리고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이 같은 비합리적 판단은 어쩌면 그녀의 과거 성장 과정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비극적으로 삶을 마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그리고 이후 동생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던 조건에서 그녀는 최태민과 최순실 자매에게 가족 이상으로 의존하고 밀착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그러한 관계는 박 대통령이 공과 사를 분명하게 구분하고 문제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크게 약화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비합리적 판단은 박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는 개인 성격적 차원의 원인이라면, 안정적 통치를 위해 헌법이 보장해 주고 있는 대통령의 특권이 박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는 또 하나의 제도적 수단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外患)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도록 보장해 주고 있다. 따라서 본인이 하야를 거부할 경우 현실적으로 대통령을 퇴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탄핵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박 대통령이 제반 여건상 하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하야를 거부하고 나설 수 있는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이러한 헌법상의 규정을 악용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박 대통령은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국회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착수한다 할지라도, 탄핵의 결정은 국회에서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보수 일색인 헌재에서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그 통과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탄핵의 과정은 상당 기간의 시간을 요하는데, 박 대통령은 이를 통해 대통령직 유지의 상당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탄핵 시도가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은, 사태의 전개에 따라서는 박 대통령에게 전략을 수세에서 공세로 바꾸고, 여론을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지도 모른다. 아니, 박 대통령은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도 있는 그 기회에 자신의 운을 걸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항의와 그로 인한 엄청난 비판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장기전을 벌이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경제와 안보, 매우 취약한 상태

 

그러나 정작 문제는 현실적으로 국정 수행이 불가능한 이러한 현실에서 박 대통령이 오로지 자신의 권력 유지와 책임 회피를 위해 이렇게 행동할 때, 그리고 이에 대항해 국민적 항의가 거듭될 때, 양자의 거듭되는 상호 충돌은 통제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우리의 경제와 안보는 매우 취약한 상태다. 더구나 미국에서 새롭게 등장할 트럼프 정부의 대한(對韓) 정책 변화는 그 취약성을 더욱 증대시킬 가능성이 크다.

 

어떤 점에서, 사태 해결의 선택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그것은 차기 대통령선거가 준비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감안하되 박 대통령이 가능하면 빨리 하야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새 정부가 출범해 이 사태를 조속히 종결시킬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그럴 경우 국민은 박 대통령의 처벌에 보다 관대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국정 수행이 불가능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계속 자신의 생존을 꾀할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처벌은 그것이 수반하는 혼란만큼이나 엄정하게 시행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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