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길라임, 비욘세는 잉그리드 잭슨...그들이 사랑한 ‘가명’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1.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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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사생활 보호 혹은 부정행위 가리기 위한 유명인들의 ‘가명’ 사용 백태

 

남: 이 호텔에 스콧이라는 예약자가 묵고 있나요?

매니저: 아뇨.

남: 고인돌가족의 플린스톤은요?

매니저: 아뇨. 

남: 밤비?

매니저: 아뇨. 다만 ‘포카혼타스’라는 분이 계십니다. 이미 체크아웃 하셨지만. (생략)

유명 여배우와 일반인 사이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노팅힐》의 한 장면이다. 한 호텔에 묵은 여배우를 찾기 위해 남자 주인공이 예약자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에서 따온 가명들을 이것저것 대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 실제 할리우드 배우들의 실생활을 그대로 차용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위 영화 속에서나 보던 일이 ‘대통령=길라임’이라는 이름으로 발생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11월15일 저녁9시 이후 한국의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길라임’으로 뒤덮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병원시설인 차움의원을 이용하면서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여자주인공 이름인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는 JTBC의 보도 때문이었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는 최근의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라마 주인공의 이름이 실제 등장한 순간이다.

 

이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은 해당 드라마 장면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합성한 ‘짤’을 만들고, 드라마 속 명대사를 빗대 요즘의 정국을 패러디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청와대 제공

유명인이 신분 감추기 위해 애용하는 ‘가명’

 

유명인이 세간의 눈을 피해 사적인 용무를 볼 때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가명을 쓰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미국의 유명 스타 커플인 래퍼 제이지와 팝가수 비욘세 커플은 출산을 앞두고 병원을 예약할 때 잘 알려진 자신들의 이름 대신 ‘잉그리드 잭슨’이라는 가명을 써서 파파라치를 따돌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국내외 연예계에서 스타가 가명을 사용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특정 가명을 고정적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톰 행크스는 ‘해리 로더’와 ‘조니 마드리드’, 주드 로는 ‘미스터 페리’, 토비 맥과이어는 ‘네일 딥’, 제시카 알바는 ‘캐시 머니’, 나탈리 포트먼은 ‘로렌 브라운’ 등을 애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영화 촬영차 한국을 방문한 《어벤저스》 팀은 머물던 호텔에 전원 가명을 사용해 예약하기도 했다.

 

개인의 사생활 노출을 피하기 위해 사용되는 가명. 부정한 행위를 가리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2013년 서영교 의원(당시 민주통합당, 현 무소속)은 “김재철 (당시)MBC 사장이 지방 호텔에서 ‘김훈’이라는 가명으로 2인 투숙하면서 법인카드로 비용을 결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10월29일 새누리당 친박 성향 일부 국회의원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한 광화문 촛불집회가 열린 날에 지방에서 골프 회동을 했다. 이때도 본인 이름이 아니라 가명을 사용해 골프장 예약을 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영란법 시행 이후 법망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가명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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