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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평양을 ‘정밀 타격’ 할까

트럼프 ‘불개입주의’ 표방 “김정은과 협상 시도부터 할 듯” 한반도 사드 배치도 유동적

유지만 기자·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11.16(Wed) 13:11:25 | 14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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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월8일(현지 시각) 대선 승리를 확정한 후 승리 소감 연설을 하고 있다. © EPA 연합


 

“북한은 갑자기 그것(핵개발)이 가치 없는 약속이라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평양은 핵무기 경쟁을 그만두거나 그렇지 않으면, 1986년 로널드 레이건이 리비아 카다피에게 행했던 것처럼 철퇴를 맞을 것이다.”

11월8일(현지 시각)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선출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2000년 개혁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한 말이다. 트럼프는 당시 《우리에게 걸맞은 미국(The America We Deserve)》이라는 책을 통해 낙태나 총기 소유 등 국내 정책은 물론 무역이나 중국, 러시아 문제 등 국제관계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수행할 정책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물론 그로부터 16년이 지나서야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기간에 수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한마디로 ‘북한 핵개발 절대 불허’가 아니라 1986년 레이건 행정부가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리비아에 정밀 타격을 가했듯이, 군사적 옵션으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 책에서 실제적인 군사행동을 북한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북핵 문제를 지적하기는 쉽지만, 그러나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 원자로를 폭격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나는 핵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협상이 실패할 경우 북한이 실질적 위협을 주기 전에 이 같은 무법자들을 겨냥한 정밀 타격을 지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협박과 미국 인구의 파괴를 막을 수 있다면 대통령으로서 재래식 무기를 이용해 북한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명령을 내릴 준비가 돼 있다’고 단언했다.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시점에 이러한 위협을 막기 위해 바로 북한을 정밀 타격하겠다고 공언한 사람이 지금 백악관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 2000년에 ‘북한 정밀 타격’ 주장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우리에게 무역통상 문제 못지않게 중요하게 부각되는 문제는 바로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대북정책이다. 대체적인 전망은 트럼프의 외교정책 기본 구상이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불개입주의’를 표방하고 있어 대북 강경책을 취하지 않고 ‘협상’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트럼프가 선거기간 중에 일본까지도 포함해 한반도에서 북한의 위협 등은 “그들의 문제”라며 자체 핵개발까지도 용인하겠다고 발언한 내용은 이를 잘 말해 준다. 더구나 트럼프가 대선 기간에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에 있는 미사일방어체계(MD)에 관해 “그것은 쓸모없는(obsolete)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현재 한·미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서도 미묘한 파장을 몰고 있다.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가 오바마 행정부와는 차별을 내세워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첫 번째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남북 분단으로 대표되는 한반도 문제는 그렇게 쉽게 ‘나 몰라라’고 내버려둘 사항이 아니라는 점에 대부분 동의한다. 트럼프가 아무리 국제경찰을 그만두고 ‘신(新)고립주의’ 노선을 걷겠다고 해도 국제관계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징인 한반도 문제에서 쉽게 발을 뺄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대선 유세 과정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미치광이가 아니면 천재”라고 말하고 “중국이 어쨌든 그 자를 빨리 사라지게 하도록 하겠다”고 하다가 “김정은과 대화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며 다소 오락가락한 것도 이러한 고민을 그대로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지도자에 대한 평가도 헷갈리고 언제는 자신이 직접 북한과 협상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중국을 거명하는 등 일관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트럼프가 북한 문제에 관해 관심이 없거나 몰지각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트럼프는 2000년 펴낸 책에서도 ‘나는 내가 북한 문제를 아슬아슬하게 다루거나 그들(북한) 주위에서 탭댄스를 춘다고 아무도 비난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예단한 바 있다. 이미 북한 문제가 그렇게 쉽게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트럼프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내년 1월20일 취임과 동시에 북한 문제가 트럼프의 손에 의해 다뤄지게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포퓰리즘(대중주의) 정책의 승리’라고도 표현되는 트럼프의 당선은 그가 그만큼 대중적 인기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잘 말해 준다. 이는 역으로 북한 문제도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도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미 주류 언론들이 온통 이에 관한 보도를 쏟아낼 경우, 트럼프도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 유세 기간 중에 TV쇼에 출연한 도널드 트럼프 © AP 연합


“트럼프, 시범 케이스로 북한 압박할 수도” 

 

지난 선거 기간 트럼프 캠프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비보도를 전제로 “우리가 당선되고 나서도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현실적으로는 군사적 옵션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물론 그가 말한 뉘앙스도 북한과의 최종 협상 등을 배제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트럼프는 기존 오바마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북한 문제에 대해선 우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힐러리의 건강 문제까지도 거론하며 스태미나(stamina)를 언급했던 트럼프가 북한의 도발에 관해 손을 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어쩌면 한마디로 트럼프가 외교관계를 처리하는 데 북한 문제는 최초의 ‘시범 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또 다른 국제관계 전문가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이 여러 국제 분쟁에서 발을 뺄 가능성은 커졌지만, 그가 공화당의 대통령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이라크 전쟁을 비롯한 수많은 미국의 ‘개입주의’가 공화당 행정부에서 강화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훨씬 더 강경책으로 선회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 협상을 타결했지만, 공화당이나 트럼프가 이를 비난하고 나선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트럼프가 국제 분쟁에서 빠지려고 해도 공화당 주류에 포진해 있는 이른바 매파(강경파)들이 이를 쉽게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트럼프가 북한에 ‘정밀 타격’이라는 군사적 선택을 취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중동 지역과는 달리 미국의 북한에 대한 공격을 중국이나 러시아가 방관하거나 허용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또 어떠한 명분을 내세운 정밀 타격이라 할지라도 이는 곧 남북한 간의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 누구에게도 이득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미국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현재 상황은 트럼프가 정밀 타격을 공언했던 16년 전과도 판이하게 달라졌다. 북한이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개발을 완료했다고 내세우면서 미국의 공격에도 보복 공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이유인 것은 분명하다.

 

 

긴장 최고조에 달한 후 직접 협상 가능성

 

이런 측면에선 오히려 한반도에 한바탕 엄청난 긴장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이후 미국과 북한이 직접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트럼프가 군사적 옵션을 사용하든 협상을 통해서든 북핵 문제를 해결해 미 국민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책무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과연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지 여부가 최대 난제가 될 전망이다. 북한이 현재까지 개발한 핵무기를 전면적으로 폐기하는 조건으로 협상에 임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협상이 북·미 간의 평화협정 체결과 이에 따른 주한미군 철수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북·미 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일순간에 주한미군의 주둔 이유는 사라진다.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가 단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대중국 견제 등 미국의 동북아시아 패권 전략의 일환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비록 트럼프가 대선 기간에 주한미군 철수 불사까지 언급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국 우선주의’ 입장에서 말한 국내용이지, 북한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도 아니다.

 

북한은 핵을 개발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몰락을 예로 들었다. 카다피가 핵을 가졌더라면 몰락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포기하는 바람에 결국 몰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북한도 과거 레이건 행정부의 리비아 폭격을 대북 정책의 방향으로 제시한 트럼프와 상대해야 한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하겠다고 한 발언을 두고 북·미 협상이 추진될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을 하고 있다. 트럼프가 말한 핵심은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고 해도 국빈만찬이 아니라 햄버거 정도 줄 것이라고 비꼰 것이다.

 

물론 완전한 비핵화 이행 이전에는 북한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보다는 일보 전진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트럼프 스스로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겠다”며 “아마 안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더 나아가 “내가 김정은과 대화를 한다고 해도 빌어먹을 그들이 핵무기들을 포기하게 할 가능성은 10%나 20%에 불과하다”고 예단했다. 스스로 ‘협상의 달인’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트럼프가 북한 문제는 아직 협상에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속내를 그대로 밝힌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북한이 원하는 ‘체제 인정’의 결과로 귀착될지도 미지수다.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가 한반도에서 북한을 향해 어떠한 ‘탭댄스’를 선보일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미치광이(김정은)가 핵 갖고 장난 못 치게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유세 기간 동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미치광이”라 표현했다. 그는 북핵 문제를 ‘중국 압박’이라는 카드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과 일본의 핵무기 보유에 ‘열린 생각’을 갖고 있다”며 자신의 ‘불개입주의’에 기반한 발언도 했다. 주한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대선 유세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나타난 트럼프의 북한 및 한반도 관련 발언을 정리했다. 

 

1월7일(현지 시각) 美 폭스뉴스 인터뷰 


“그(김정은)가 정신 나간 쪽에 서 있기 때문에 북핵은 정말로 심각한 문제다. 이 미치광이가 더는 핵을 갖고 장난을 못 치게 해야 한다. 이제는 끝내야 한다.”

 

2월10일 CBS 토크쇼 대담 


“중국은 전적으로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다.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그 자(김정은)를 빨리 사라지게 하도록 만들겠다.” 

 

3월21일 워싱턴포스트(WP) 경영진 및 편집팀과의 만남 자리 

 

“한국은 매우 부유하고 위대한 산업국가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만큼 공평하게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한국에) 군함과 항공기를 보내고 기동훈련을 하지, 우리가 돌려받는 것은 전체 비용의 극히 일부(a fraction)에 불과하다.” 

 

3월25일 뉴욕타임스 인터뷰 

 

“일본과 한국이 북한이나 중국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보유하는 것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갖고 있다.”

 

4월2일 로스차일드 유세

 

“북한과 일본 사이에 분쟁이 일어난다면 끔찍한 일이겠지만, 그들이 한다면 그들이 하는 것. 행운을 빈다, 좋은 시간 되기를, 여러분(Good luck. Enjoy yourself, folks).”

 

4월27일 대외정책 연설 

 

“북한에 대해 바짝 경계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 정권에 엄청난 영향력이 있으면서도 자신들은 할 수 없다며 우리(미국)를 상대로 장난을 치고 있다.”

 

5월17일 로이터통신 인터뷰

 

“나는 그(김정은)와 대화할 것이다. 그와 대화하는 걸 꺼릴 이유가 없다.” 

 

6월15일 애틀랜타 유세

 

“내가 그와 대화해 빌어먹을 핵무기들을 포기하게 할 가능성은 10%나 20%다.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 누가 알겠는가?”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만나겠다. 미국이 중국에 제공하는 국빈만찬은 차려주지 않고, 다만 회의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며 회담하겠다.”

 

 9월6일 버지니아 비치 유세

 

“북한은 매우 적대적이고, 미국을 전혀 존중하지 않으며 잠재적인 파국 상황을 맞을 수 있다.”

 

9월15일 뉴욕 경제클럽 연설

 

“한국에는 지금 2만8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그들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청을 하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 방위비를 (더) 내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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