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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검찰총장도 최순실 게이트 수사 대상 될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 시험대에 오른 검찰…한 박자 늦은 수사에 국민 불신 팽배

조해수 기자 ㅣ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6.11.15(Tue) 15:00:29 | 14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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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농단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최순실씨가 10월31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 연합뉴스·시사저널 박정훈


 

#1.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최순실은 ‘대역’이다. 눈매, 콧대, 눈썹, 피부 노화, 탈모 상태 심지어 키까지 차이가 난다. 이미 포토라인에 섰던 사람이 굳이 안경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이유가 뭐냐.”

11월3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돼 긴급 체포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구치소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대역을 썼다는 의혹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심지어 최씨가 조사 도중 먹은 곰탕이 청와대에 보내는 ‘암호’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2.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빈 상자를 들고 나왔다. 빛이 검찰의 압수품 상자 안으로 침투해 텅 빈 박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검찰이 질소 78%, 산소 21%를 압수해 왔다.”

검찰은 10월26일 서울 강남구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전경련 사무실 등 9곳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외국 검찰의 압수수색 사진과 비교하며 “검찰이 빈 상자로 ‘쇼’를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3. “오히려 검찰 수사팀이 조사를 받는 것 같다. 우병우가 일어나니까 수사팀이 다 따라 일어나네. 김밥만 싸왔으면 소풍 나왔는지 알겠다. 주객전도도 유분수지.”

가족기업 횡령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11월6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조사 당시 사진이 공개됐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우 전 수석은 보온 의류를 입고 웃는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고 그 앞에는 검찰직원이 손을 모은 자세로 기립해 있다. 우 전 수석의 변호사가 크게 웃는 장면도 잡혔다. 당시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 자금 유용,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책임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기자를 쏘아보며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한 박자 늦은 검찰, 수사의지 있나

 

언론의 의혹 제기로 시작된 ‘최순실 게이트’의 공이 결국 검찰로 넘어갔다. 현재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역대급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특수본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모두 32명의 검사로 구성돼 있다. 지금은 없어진 대검찰청의 중앙수사부(중수부) 인력이 20명 안팎이었고, 포스트 중수부로 불리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인력도 10여 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검찰이 이번 수사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는 내년 말로 다가온 19대 대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야당과 시민사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를 주장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 다음 정권이 출범하기까지 국정 공백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다음 정권이 출범하기 전까지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 말이면 어김없이 칼끝을 거꾸로 돌려세웠던 검찰이 이번에도 박근혜 정권에 대한 ‘배신 아닌 배신’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현 정부 들어 정권 코드에 맞추기 바빴던 검찰이 이번에도 역시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다. 최순실 대역 논란과 압수수색 빈 상자 논란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어느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병우 황제수사 논란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마다 ‘검찰 개혁’이라는 구호가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항상 한 박자 이상 느린 모습을 보여왔다. 언론은 물론이고 정치권의 요구에도 부응하지 못했으며, 박 대통령의 ‘엄중 수사’ 촉구 발언이 나온 뒤에야 부랴부랴 움직이는 정도였다. 특수본이 역대급 규모라고 하지만, 이 역시 정국 변화에 마지못해 걸음을 맞췄을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9월29일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미르·K스포츠 양 재단을 합쳐 800억원이 넘는 기금을 적립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관여했다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검찰에 고발했다. 10월5일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 8부에 배당했다. 최씨를 둘러싼 의혹이 청와대가 연루된 권력형 비리인데도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된 것이다. 특히 형사8부는 토지·개발, 건설 관련 사건들을 주로 맡는 부서다. 인원도 검사 4명에 불과하고, 통상적으로 형사부 중에서도 가장 기수가 낮은 부장검사가 배치된다. 곧바로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검찰의 수사의지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형사8부가 주로 어떤 사건을 담당하는지 찾아봤더니 근린공원 훼손 사건, 명의도용 사건, 고등학교 교사 금품수수 사건 등이었다”며 “미르재단 관련 의혹은 대검 산하에서 특별수사팀을 구성해서 수사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는 검찰의 수사의지를 지적하며 김수남 검찰총장의 교체까지 거론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전히 작동하는 청와대 검찰수사 가이드라인

 

10월11일 고발인 소환조사만을 마치고 미적대던 검찰이 다시 움직인 것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고 난 후다. 박 대통령은 10월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처음으로 최씨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두 재단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검찰의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같은 날 최씨 등 미르·K스포츠 재단 관계자의 통화내역 조회·확인에 대한 영장이 발부됐고 문체부와 두 재단 관계자 등 참고인 조사가 시작됐다.

 

10월24일에는 드디어 특수부 검사 3명이 추가 투입됐고, 최씨가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PC 분석에도 돌입했다. 이날은 언론에서 최씨가 태블릿PC를 통해 대통령 연설문부터 정부 각종 문서를 열람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날이었다.

 

10월25일 전경련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던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것은 같은 날 있은 박 대통령의 첫 번째 대국민사과 후였다. 대국민사과 다음 날인 26일 검찰은 드디어 미르·K재단, 최씨·차은택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수사에 착수한 지 3주가 흐른 뒤였다. 실효성 논란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적 비판이 들끓자 검찰은 10월27일 마침내 최씨 의혹에 대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다. 투입된 검사도 15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 박자 늦은 셈이었다. 검찰이 특수본을 설치하기 하루 전인 26일 여야는 최순실 특검안에 사실상 합의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에서 “특검을 즉각 수용할 것이고 특검 실시를 여야 협의로 바로 할 것을 제안한다”며 “당 소속 의원 총의로 특검 수사 방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결국 검찰이 특검 설치가 가시화되자 면피용으로 특수본을 설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후 미르·K스포츠 재단, 최씨 측근, 청와대 관계자, 전경련·재계 관계자들이 대거 조사를 받았다. 모두 참고인 신분이었다.

 

검찰은 10월29일과 30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청와대가 이를 막자 “수긍할 수 없는 조치”라며 “압수수색 영장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이례적인 강경 입장을 밝히면서 청와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 역시 ‘제스처’에 불과할 뿐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10월31일 다시 특수본 인원이 15명에서 22명으로 늘었다. 이 날은 최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날이었다. 검찰 내에서도 “지휘부가 국정 농단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즉석 땜질식으로 그때그때 처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11월4일 박근혜 대통령은 두 번째 대국민사과를 하며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화답하듯 김수남 검찰총장은 같은 날 “필요하다면 가동 가능한 검사를 모두 동원해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라”고 뒷북 지시를 내렸다. 대통령 수사에 대한 사안도 마찬가지였다.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은 당초 대통령 수사 여부에 대해서 “대통령은 형사소추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후 검찰은 “진상규명에 필요하다면 수사의 필요성, 가능성 이런 것들을 검토해서 건의를 할 것”이라며 입장을 180도 바꿨다.

 

검찰은 이날 최순실 대역 논란에 관한 공식 입장도 발표했다. 검찰은 “항간에 떠도는 최순실 대역설과 관련해 검찰에서 ‘지문 대조’를 통해 확인한 결과, 현재 구속돼 조사 중인 피의자는 최순실 본인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서 얼마나 코너에 몰려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1월6일 우병우 황제수사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부장검사가 팀장에게 보고하러 간 사이 휴식을 취하는 상태에서 다른 후배 검사 및 직원과 대화를 나눈 장면”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봐주기 수사’라는 국민적 질타는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검찰이 해당 사무실 창문을 창호지로 가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에 대한 신뢰도 조사를 하면 박 대통령 지지율 5%보다 아래일 것”이라며 “이 사건은 처음부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였다. 검찰의 수사 속도가 언론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비판하는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아무리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를 한다고 해도 이를 믿어줄 국민은 없다.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우리 당(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 청문회, 특검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로도 진실을 끝까지 추적해 내고 대한민국 법치를 정상화시키겠다.”

 

 

“인적 쇄신 없이는 개혁 불가능”

 

네티즌들은 검찰의 압수품 상자가 비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연합뉴스

검찰의 우려대로 야당에서는 대대적인 검찰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인적 쇄신이다. 검찰 내에 여전히 우병우 사단이라고 불리는 인물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공정한 수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월11일 “검찰과 국정원에 우병우 사단이 포진해 있다”며 “이영렬 특수부 본부장과 윤갑근 특별수사본부 팀장, 정수봉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이 범죄정보를 수집한다는 이유로 모든 정보를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내년 1월초~2월말 있을 검찰 정기 인사를 앞두고 우병우 사단을 비롯한 친(親)박근혜 정부 인물들을 검찰 주요 보직에서 제외시키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야당은 최순실 게이트 특검에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문제는 이 사건에 김수남 검찰총장도 깊게 관여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문건 유출 혐의로 기소됐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문건 유출 사건을 지휘할 당시 (박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회장이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담당검사가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했는데, 김수남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박 회장에게 휴대전화를 내놓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수사를 총지휘했던 김수남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접 수사를 방해한 셈이 된다. 따라서 특검에서 정윤회 문건 파동을 다룰 경우 현직 검찰총장 역시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야당 관계자는 “우병우 라인이든 김수남 라인이든 구악(舊惡)들은 모두 척결돼야 한다. 정윤회 문건 파동 특검 수사 방침은 검찰총장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며 “현재 검찰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 없이는 개혁이 불가능하다. 최재경 신임 민정수석 라인 역시 견제의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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