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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문화·스포츠계까지 초토화시킨 ‘최순실’의 위력

문화예술계, 차은택 ‘황태자’로 군림…연예·스포츠계 곳곳에 고영태·장시호 등장

하재근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09(Wed) 16:30:31 | 14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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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정찬동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에 문화계 또한 초토화되는 분위기다. 보통 게이트는 정치권이나 경제계 일인데, 이번 최순실 게이트는 문화예술계와 체육계에까지 파문이 이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바로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차은택씨와 아시안게임 펜싱 금메달리스트인 고영태씨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차씨는 문화예술계 권력으로 ‘문화계 황태자’로까지 불린다. 그는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의 위원,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영상감독 등을 거쳐 2015년에는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와 관련해 차씨가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했다는 의혹이 보도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에선 장관이나 일부 청와대 수석조차도 대통령 독대를 제대로 못했다고 하는데, 청와대를 제집처럼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최순실씨에 이어, 차씨는 독대 보고까지 했다면 이것만 봐도 이들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씨는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총괄감독을 맡기도 했고, 고위직 인사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문화융성 관련 국가예산을 쥐고 흔들었다는 의혹까지 있다.

 

차은택씨 주위에선 그가 대통령과 매우 긴밀한 관계라는 소문이 퍼지며 실세라는 인식이 생겨났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2014년에 ‘문화가 있는 날’ 행사로 ‘융복합 뮤지컬’ 《원 데이》를 관람한 일이 있었다. 그 공연의 총연출이 바로 차씨였고, 그날은 차씨가 그 직전에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 된 후 처음 나선 자리였다. 이제 막 위원이 된 차씨에게 대통령이 직접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는 자리다. 그날 공연에 문체부가 국고를 긴급 지원했다는 특혜 의혹도 제기됐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 보니 ‘차은택 실세론’이 퍼져 나간 것이다. 이후 최순실·차은택씨 등은 문화융성·한류·융복합 등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고 대통령을 등에 업고 《원 데이》 공연처럼 미르재단 등 적당한 이벤트를 만들어 이권을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차은택, 이승환 뮤직비디오로 이름 알려

 

차은택씨는 1999년 이승환의 《당부》 뮤직비디오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화면에 귀신이 나왔다는 소문이 돈 이승환의 《애원》 뮤직비디오에도 참여했다. 그 후 노래 자체보다 뮤직비디오가 더 크게 히트한 《벌써 1년》과 이효리의 히트작 《유고걸》, 빅뱅의 《거짓말》 등을 작업했다. 또 2002년 SK텔레콤의 ‘붉은 악마’, 전지현의 《2프로 부족할 때》, 이효리의 《애니모션》 등 유명 광고를 만들었고, 백지영의 《사랑 안 해》를 작사하기도 했다. 문체부를 장악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그들의 영향력이 문체부로 뻗어간 건 차씨의 이런 경력상 자연스러워 보인다. 문화 쪽 사업은 또 문화융성·문화융복합·한류홍보 등 뭔가 있어 보이지만 실체가 불분명하고, 크게 전문성이 없어도 되는 명분을 내걸기가 용이하다.

 

차은택씨의 활동무대가 대중예술계다 보니 연예인과 방송인들의 이름도 상당수 등장한다. 《스타킹》 등 예능프로그램에 나왔던 미스코리아 출신 정아름씨가 차씨와 관련 있다는 소문에 결백을 호소했다. 차씨 쪽에서 문체부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국민체조 대체안 ‘코리아체조’를 뒤엎고 ‘늘품체조’라는 부실체조를 급조해 내세우며 시연회에 대통령이 참석하기까지 했는데, 여기에 정씨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처음에 정씨가 문체부에 늘품체조를 제안했다고 보도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차은택씨와 정씨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 더 나아가 정씨도 부정한 이득을 취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는데, 정씨는 거기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개그콘서트》에서 ‘황마담’으로 유명해진 개그맨 황승환(본명 오승훈)의 이름도 나왔다. 과거 차씨 등과 함께 시세조종 행위를 했다고 고소당했다가 무죄를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황씨는 파산 후 무속인의 길을 걷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던 초기에 고영태씨가 연예인 야구단인 ‘플레이보이즈’ 활동을 하며 차씨를 알게 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황정민·이종혁·장동건·김승우 등 플레이보이즈 멤버들도 화제가 됐다. 플레이보이즈 야구단은 추천을 통해 입단 후보를 받은 후 소속 멤버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만 입단이 되는 만큼, 고씨가 몇몇 연예인들과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한 멤버가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거론된 사람들 모두 관계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어쨌든 차씨 못지않게 고씨도 운동계 스타이며 연예인야구단 활동 경력 등으로 연예계에 마당발 인맥을 형성했다는 후문이고,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고씨 회사의 협찬 가방을 김남주가 든 것도 이런 인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차은택씨(왼쪽 사진)와 아시안게임 펜싱 금메달리스트인 고영태씨 © 뉴스뱅크이미지·시사저널 임준선


고영태와 장시호, 연예계 인맥 소문

 

한편 한류스타 박해진이 과거 고영태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며 둘 사이가 밀접한 관계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박해진 측은 과거 우연히 사진을 찍었을 뿐 별다른 관계가 아니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배우 고주원은 고씨의 사촌동생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최순실-고영태 라인과 연예계 인맥 사이의 연결고리가 고주원이라는 소문도 나왔으나, 고주원 역시 이 모든 의혹이 완전히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과거 전지현·한예슬 등 스타들의 헬스트레이너로 유명했던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도 구설수에 올랐다. 그녀가 3급 행정관이 된 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3급 공무원은 행정고시에 합격하고도 20년 이상 일해야 갈 수 있는 자리인데, 연예인 헬스트레이너였던 그녀가 어떻게 손쉽게 3급이 될 수 있었는가도 여전히 논란이다.

 

차은택씨 논란엔 장시호라는 이름도 등장한다. 최순실씨의 언니인 최순득씨도 배후실세이고, 그 딸인 장시호씨가 연예계에 인맥이 있는데, 사촌동생인 정유라씨(최순실씨의 딸)를 차씨에게 연결해 준 것이 바로 장시호씨이고, 그 인연으로 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알게 됐다는 소문이다. 장시호의 본명은 원래 장유진이었는데, 방송인 추성훈의 부인 야노시호를 좋아해 개명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야노시호까지 논란에 소환됐고, 가수와 배우 등 연예인 몇몇이 장시호 인맥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최순실씨가 딸 정유라씨에게 특혜를 주고 이권을 따내기 위해 체육계를 다잡는 가운데 수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이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고, 이규혁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의 이름이 장시호 관련 사건에 보도되는 등 스포츠 스타에게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진정한 11월 괴담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예종 학생들, 대통령 하야 촉구 ‘굿’ 펼쳐

 

도무지 그 실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퍼져가는 논란에 연예계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수 신성우는 본인의 결혼 소식을 알리며 ‘이런 시국에 실시간 검색의 재물이 되는 듯해 맘이 좀 개운치 못하지만’이라며 ‘시국’을 언급했다. 아마도 연예인이 본인 결혼 소식에 정치 시국을 거론한 최초의 사례일 것이다. 배우 조진웅은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소감에서 ‘어떤 시국이 됐건’이라며 시국을 언급했고, 개그맨 박명수도 방송 중에 시국을 거론했다. 배우 신현준은 박근혜 정부 규탄 촛불집회가 열린 시각에 태극기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차은택씨와 두 번이나 같이 작업했던 가수 이승환은 본인 건물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방송인 오상진은 SNS에 최순실 모습과 함께 ‘샤머니즘’이라고 썼고, 2PM의 찬성도 비판글을 올렸다.

 

최순실씨가 무속적 의미가 담긴 오방색을 선호했다고 하자 《무한도전》은 ‘오방색 풍선’이란 자막을 내보냈다. 이외에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라는 자막도 넣었고, 래퍼 디템포는 《우주의 기운》이란 곡에서 ‘독일로부터의 신탁 기다리는 안드로이드 봇’이라고 했다. 《개그콘서트》에선 ‘도대체 모르겠네 비선 실세’가 나왔다. 주말 사극 《옥중화》에선 무당이 마님에게 오방낭을 주며 ‘간절히 빌면 천지의 기운이 마님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런닝맨》에선 ‘비만실세’ ‘실제론 참 순하고 실한데’ 등의 자막이 나왔다. 《막돼먹은 영애씨》에선 ‘영애씨 말 타고 ‘이대’로 가면 안 돼요, 말 좀 타셨나 봐요? 리포트 제출 안 해도 B학점 이상’이라는 자막이 나왔다. 심지어 육아예능인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자막을 내걸었다. 일반 예능, 드라마에서 정치 이슈와 관련된 자막을 이렇게 대거 쓰는 것도 초유의 사태다.

 

김희애·유아인 주연의 드라마 《밀회》도 다시 화제에 올랐다. 이 작품에선 역술인 어머니의 딸이 특혜입학 후 출석도 안 하면서 학점을 제대로 받았는데 이름이 정유라이고, 출석을 부를 때 최태민도 언급됐다. 또 사모님이 호스트바 출신 남성을 사업가로 만들어주는 설정도 나왔다. 작품을 쓴 정성주 작가가 이화여대 출신이라는 것도 화제가 됐고, 이 작품을 쓴 시점이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전이라고 해서 ‘소름끼치는 예언’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방송가에선 종편과 지상파의 위상이 역전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종편이 연일 최순실 게이트 특종을 터뜨리는 동안 지상파는 무기력했다. TV조선이 이미 올여름부터 차은택씨와 미르재단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재평가됐고, 특히 태블릿PC 내용을 보도한 JTBC 《뉴스룸》은 시청률이 8.8%까지 치솟으며 시청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지상파 기자들이 JTBC 뉴스를 보며 취재한다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렇듯 최순실 게이트는 방송연예계에도 초유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 안 된다. 어쨌든 문화융성 같은 중요 문화정책이 비선 실세에 휘둘렸고, 한 뮤직비디오 감독이 문화계에 군림했다는 의혹에 문화예술인들의 충격은 더해 갈 전망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은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굿’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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