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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클린턴과 트럼프, 누가 되더라도 상처뿐인 승리

“누가 대통령 되더라도 분열 치유책 내놓아야 할 것”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07(Mon) 15:00:31 | 14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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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AFP 연합


 

“싸움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The fight is not going to over).”

미국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판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 정치 분석전문가가 내뱉은 첫마디다.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성의 존재가 가장 큰 힘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다양성이 아니라 급격한 분열(divide)”이라며 “어쩌면 이제 전쟁이 나도 미국민의 단결은 힘들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쏟아냈다. 사실 2016년 미국 대선이 이렇게 전개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공화당에서는 대선후보 자리까지 차지한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으로 허리케인에 버금가는 폭풍이 몰아쳤다. 민주당에서도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돌풍으로 떼 놓은 당상이라던 힐러리 클린턴의 대세론은 대선 초기부터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후 대선 본선 과정에서도 줄곧 우위를 유지하던 힐러리였지만, 트럼프의 맹추격으로 대선 막판에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힐러리가 승리해도 불안은 여전히 남아”

 

2000년에 펼쳐진 대선에서도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와 민주당의 엘 고어가 플로리다주(州)의 선거 결과를 놓고 법정까지 가는 팽팽한 접전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접전 상황은 그때와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가 기존 공화당의 기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 공화당에 흡수된 보수 세력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분노한 백인 노동자층의 반란이 트럼프가 등장한 배경이다. 트럼프는 이 배경을 기반으로 ‘선거 불복’까지 외치면서 대선 후에도 분열을 불사하겠다고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내놓고 있다. 설사 대통령에 자신이 당선되지 않을지라도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 힐러리를 ‘이메일 스캔들’ 등으로 즉각 탄핵해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힐러리가 대선 승리로 대권을 거머쥐어도 그 순간부터 불덩어리를 안고 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대선 결과 승복’을 트럼프는 애초부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거 전에 자신의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전략을 넘어 실제로 선거 후에도 힐러리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에 낙선하게 되어 실제로 이러한 불복 운동에 나설 경우 미국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물론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 사회의 거대한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는데 대선 결과가 나온 다음에도 과연 트럼프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이러한 선거 불복 운동이나 반(反)힐러리 운동을 지속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트럼프가 대선에 낙선한 이후에는 다시 공화당 지도부로 권력이 몰릴 것이며, 백인 노동자층의 분노도 선거 이후에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보수 기득권층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른바 ‘아웃사이더’를 기반으로 한 ‘트럼프 돌풍’의 배경은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힐러리의 집권 이후에도 이 폭발성은 언제든지 다시 터져 나올 수 있다. 따라서 분명한 사실은 힐러리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더 큰 불안정성을 지니고 백악관에 입성한다는 것이다. 갈라질 대로 갈라진 미국의 분열을 당장 치유할 수 있는 정책을 힐러리가 최우선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을 갖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취임 순간부터 ‘반쪽짜리’ 대통령으로 전락하고 말 위험성이 힐러리의 앞길에 도사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되면 ‘미국 불안’ 심화할 듯

 

그러나 트럼프가 당선되는 경우에도 트럼프도 똑같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힐러리는 만일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등 ‘선거 불복’ 의사는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선 결과를 인정하는 것이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불복 가능성을 피력한 트럼프를 비난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역시 미국을 초유의 불안 사태로 몰아넣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민 문제나 국내 정치는 물론 무역 등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초강경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트럼프의 공약이 그대로 실현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문제에 있어서는 이민자나 흑인 등 인종차별 문제가 더 악화해 어떠한 사태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더구나 강력한 자국 이기주의의 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의 대외 정책이 가시화될 경우 당장 세계경제는 예측 불허의 혼란한 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공화당 지도부로부터도 그의 카리스마나 지도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러한 트럼프가 과연 극적인 대반전으로 아슬아슬하게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서 국민들로부터 지도력을 갖춘 대통령으로 인정받겠는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성추문이나 여성 비하의 막말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돌발적인 행동을 일삼고 행정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에게 실제 국정이 맡겨지는 순간부터 미 국민의 불안은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트럼프가 국정 시작부터 좌충우돌에 직면할 경우, 그 파장은 가히 상상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에 그의 지지층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모든 기득권 세력들을 자신의 반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주류 미디어와 거의 전면전에 가까운 논쟁을 펼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진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들 미디어 등 주류 세력들이 그대로 반(反)트럼프, 즉 반(反)행정부 세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후보로서는 얼마든지 기득권 타파를 내세우며 이들 주류 세력과 싸울 수 있었지만, 실제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다음에는 자신의 국정 실현을 막는 거대한 벽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미국 사회는 정치권의 분열을 넘어 사회 전체도 심각한 내부 분열에 휩싸일 수 있다. 물론 트럼프가 당선되는 경우도 미국의 거대한 정치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가 대선 공약에서 내세운 초강경 정책들을 스스로 철회하면서 현실적인 상황에 적응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가 대반란의 당선을 이끌어낸다면, 그 자체가 대형 폭풍을 몰고 와 미국 사회가 당분간 큰 소용돌이에 빠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힐러리나 트럼프 중 한 명이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정해진다. 그러나 당선자가 승리의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이번 미국 대선의 후유증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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