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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최순실 게이트’에 어른거리는 ‘우병우 그림자’

우병우 前 수석 청와대 입성 등에 최순실씨 개입 의혹 제기돼

안성모 기자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16.11.07(Mon) 10:05:16 | 14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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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오전 서울지검(서울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좌순실, 우병우’.

2016년 가을, 박근혜 정권이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 처하기 직전에 등장한 신조어다. ‘비선 실세’ 파문을 일으켜 정국을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만든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와 ‘왕수석’으로 불리며 권력의 중심에 섰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현 정권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빗댄 말이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우 전 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습이다. 하지만 10월30일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핵심 참모진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우 전 수석은 이제 ‘민간인’ 신분이 됐다. 그와 그의 가족들에게 제기됐던 의혹들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할 상황을 맞은 것이다.

 

 

“우병우 수석 처가 김기춘 전 실장과 인연 깊어”

 

40여 년을 함께 지낸 최순실씨만큼은 아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신뢰는 유별났다. 여당 중진들까지 나선 사퇴 압박에도 꿈쩍 않고 그를 감쌌다. 내부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런저런 말들이 나돌았다. 우 전 수석이 박 대통령과 관련한 약점을 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역시 최씨만큼은 아니지만 우 전 수석도 상당부분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으며 자랐고 서울대 법대 4학년이던 20살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소년등과(少年登科)’로 이름을 떨쳤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에서 줄곧 일하며 금융조세조사2부장, 중앙수사부 1과장,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 등 요직을 거친 이력도 공개돼 있다.

 

그런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그가 2014년 5월 청와대 내 요직 중 하나인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된 배경이 명확하지 않다. 대선에서 주요 역할을 맡아 공을 세웠거나 그렇게 공을 세운 핵심 인사의 직계 라인이거나 하는 설명이 뒤따르는 게 보통인데 우 전 수석의 경우 제대로 확인된 게 없다. 2015년 2월 상관인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항명 파동’으로 물러난 자리를 그가 꿰찬 배경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뒷말이 무성했다. 여러 설이 나돌았다. 그중 친박계 원로로 당시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을 맡고 있던 김기춘 전 실장의 천거설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다. 서울대 법대 선배이자 검찰총장을 지낸 법조계 원로인 김 전 실장의 추천으로 우 전 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고시 12회인 김 전 실장과 사시 29회인 우 전 수석의 기수 차이가 너무 나고, 나이로 따지면 강산이 세 번 바뀔 30살가량 차이가 난다.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을 직접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검찰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의 설명은 이렇다.

 

“우병우 수석 장인이 이상달 (삼남개발) 회장이다. 이 회장이 생전에 김기춘 실장과 가깝게 지냈다. 이 회장이 (2008년) 고인이 되고 난 후에는 장모(김장자 회장)가 그 역할을 했다. 장모가 김 실장 부인과도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안다. 이런 인연으로 김 실장이 우 수석을 민정비서관으로 발탁했다는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신리에 위치한 기흥CC © 시사저널 임준선


우 수석 부인 ‘최순실 모임’에 참석했나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우 전 수석 가족이 최씨와도 인연을 맺어왔다는 주장이 나와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정권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20일 대정부질문에서 “우병우 수석의 민정비서관 발탁 배경에 최순실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한 골프계 인사는 “최씨가 우 전 수석의 처가가 운영하는 기흥CC에서 초특급 대우를 받으며 골프를 쳤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우 전 수석 처가와 이화여대의 인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화여대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정유연에서 개명)가 입학 및 학사관리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학교다.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회장은 지난해 12월 이화여대 교내 기숙사 신축 기금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김 회장이 이화여대 여성최고지도자과정 회장을 역임한 인연으로 기금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화여대가 2012년과 2013년 ‘이화아너스클럽 친선 골프모임’을 개최한 곳이 바로 기흥CC였다.

 

우 전 수석의 부인이 최씨와 친분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씨가 주축인 이른바 ‘팔선녀 모임’ 멤버 중에 우 전 수석 부인 이아무개씨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최씨의 지인들에 따르면 ‘팔선녀 모임’의 실체는 모호하다. 최씨가 가깝게 지낸 여성들과 압구정동에 있는 찜질방을 자주 다니기는 했지만 특정 모임을 가졌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최씨의 한 지인은 “누구누구 부인이라는 식으로 (찜질방에) 함께 갔는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우 전 수석의 부인도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우 전 수석의 사표가 수리된 10월30일 부인 이씨는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 나와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경기도 화성 땅을 차명으로 보유해 세금을 탈루하고, 가족회사의 공금을 횡령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11월6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15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이들 부부에 대한 검찰의 조사는 ‘최순실 게이트’와는 아직까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하지만 검찰수사 과정에서 관련 의혹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편 조응천 의원은 11월2일 ‘최순실 게이트’의 큰 줄기 중 하나인 미르·K스포츠 재단 기금 모금을 주도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 중 한 명인 이득홍 전 고검장이 우 전 수석과 사촌동서 간이라며 “최순실 사건 곁에는 우병우 전 수석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최순실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우 전 수석의 장인인 이상달 회장과 같은 경북 고령 출신이다. 이 회장은 고령향우회 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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