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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최순실 모녀 독일 체류에 前 삼성 사장 개입 의혹”

[단독 인터뷰] 독일 체류 중인 삼성 독일법인 출신 전직 고위임원 A씨 주장

송창섭 기자·독일=송응철 기자 ㅣ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1.03(Thu) 10:33:27 | 14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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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모녀의 독일 승마 훈련 및 체류에 삼성그룹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관련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이 청와대의 비선라인 지원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독일에 체류 중인 삼성 고위 임원 출신 A씨는 시사저널에 “최순실·정유라(개명 전 정유연) 모녀가 독일 헤센주(州) 타우누스(Taunus)에 거처를 마련한 것은 삼성전자 구주전략본부 양아무개 전 사장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A씨는 여러 삼성그룹 계열사 독일법인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도 독일의 한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A씨가 지목한 양 전 사장은 유럽 내 삼성 신화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양 전 사장은 1970년대 초반 제일모직 함부르크지점 주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삼성물산 독일법인 대표, 삼성전자 구주전략본부 사장 등을 지냈다. 35년간 삼성에 근무하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유럽에서 지냈다.

 

2014년 9월20일 인천시 드림파크 승마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한 정유라씨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양 前 사장, 이건희 회장의 유럽 비서 역할

 

양 전 사장은 2011년 고문직을 끝으로 삼성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2009년이다. 양 전 사장의 ‘언론사 인명 정보’를 보면 최종 직책이 ‘삼성전자 구주전략본부 사장’이라고 기재돼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주전략본부라는 조직은 과거에는 몰라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라면서 “현재 삼성전자 유럽총괄본부는 영국 런던에 있으며 프랑크푸르트에는 독일법인만 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양 전 사장은 삼성 재직 시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취미생활과 관련한 물품을 알아봐주는 등 총수 일가와 관련된 일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취급한 물품에는 최근 최순실씨 모녀와 관련된 ‘명마’도 포함돼 있다. 전직 임원 A씨가 양 전 사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예전부터 이 회장을 비롯, 총수 일가의 ‘말’과 ‘개’ 등을 수입하는 창구 역할을 했기에 최씨 모녀에게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데 최적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명마는 정확한 시세를 알 수가 없기에 국제 시장에서도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용도로 많이 쓰인다”면서 “평소 관련 업무를 해 봤거나,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사람이 아니면, 거래 시장에 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전직 삼성전자 유럽법인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양 전 사장은 삼성 재직 시절에도 소속은 삼성전자이지만, ‘전자’와는 거리가 먼 일을 주로 많이 해 왔다고 한다. 그는 과거 이 회장이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때 스위스 로잔에 있는 IOC 본부와 연락을 주고받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등 사실상 유럽 내에서 회장 비서와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승마 예찬론자’인 것은 재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2004년 4월21일 문화일보는 “이건희 회장이 2004년 삼성그룹 비리 의혹과 관련해 특검조사를 받던 중 누군가가 지나가는 말로 ‘에버랜드에 승마장도 있다는데 맞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말문을 연 뒤, 장시간에 걸쳐 승마가 얼마나 좋은 운동인지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장은 1980년대 중반 교통사고를 당한 뒤 통증 치료를 위해 승마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장 말고도 10월27일 등기이사로 선임된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학창 시절 승마선수로 활동했으며, 서울대 재학 중 아시아선수권 승마대회 국가대표로 나가 2위를 차지했다. 

A씨는 최순실씨가 딸 정유라씨의 훈련 장소로 독일 헤센주를 선택한 것도 양 전 사장의 조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양 전 사장이 현재 사는 곳은 최씨가 부동산을 대거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타우누스다. 또 삼성전자 독일법인은 현재 타우누스에서 가까운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두고 있다.

 

유럽의 승마 전문매체 ‘유로드레사지’에 실린 정유라씨 기사(왼쪽 사진)와 정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비타나V


명마 구입·훈련장 지원…삼성 “사실무근”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社)로 선임된 것도 최순실씨 모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2014년 12월 한화생명 대표이사였던 차남규 회장은 임기를 2년여나 남기고 승마협회 회장직에서 갑자기 물러났다. 이때 이영국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팅실 상무가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작년 3월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이 단독으로 대한승마협회 회장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박 사장과 함께 협회에 들어온 사람이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다.

 

양 전 사장과 박 사장은 1990년대 독일지사장, 본사 구주전략 담당으로 함께 손발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 전 사장과 이 상무(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는 2000년대 초중반 독일에서 법인장과 부장·과장으로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다. 독일 현지에서는 양 전 사장과 박 사장, 이 상무가 삼성 내 ‘유럽 전문가’라는 연줄로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삼성 유럽법인 출신 임원 B씨는 “삼성 유럽라인 계보는 양 전 사장-한인규 현 호텔신라 사장(당시 부장)-이 상무(당시 과장)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 상무는 삼성전자가 세계애견대회를 후원하는 데 깊이 관여했으며, 그 과정에서 종마(種馬)뿐만 아니라 명견(名犬)을 보는 데도 상당히 조예가 깊다”고 주장했다.

 

최근 JTBC가 지난해 9월부터 올 5월까지 정유라씨가 사용했다는 독일 승마장의 대표 프란츠 예거와 가진 인터뷰도 주목받는다. 당시 인터뷰에서 예거 대표는 “삼성이 2000만 유로(200억원)를 투자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정씨가 자신의 국제승마협회 선수정보에 소속을 ‘삼성팀(Team Samsung: Korea)’이라고 기재한 것도 수상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승마단이 없으니 소속 선수도 있을 수 없는데 왜 삼성 소속이라고 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정씨 소유 종마와 삼성의 연관성도 제기되고 있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10월22일 유럽의 승마 전문 매체인 ‘유로드레사지(Eurodressage)’의 지난 2월15일 보도 내용을 공개했다. 잡지에는 “말(비타나V)은 ‘유라 정’(최씨의 딸)이 타고, 삼성팀이 2020년 도쿄올림픽 훈련기지로 삼기 위해 독일 엠스데텐의 루돌프 질링거 경기장을 구입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이 매체는 당시 보도에서 “비타나V는 팔렸고, 팍시밀리아나는 모르간 바르반콘이 획득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바르반콘(스페인의 그랑프리 기수)은 자신의 코치이자 말 중개인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랜드를 통해 갑작스럽게 자신의 최고 그랑프리 우승마인 비타나V를 한국에 팔았다. 비타나V는 앞으로 한국팀의 ‘유라 정’이 탈 예정이다. 삼성팀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한 훈련기지로 삼기 위해 최근 독일 엠스데텐의 루돌프 질링거 경기장을 구입함에 따라 한국도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엠스데텐 경기장 소유자가 삼성이 아님이 이미 밝혀졌으며 정유라씨가 구입했다는 종마도 우리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씨의 소속이 삼성으로 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국제승마연맹(FEI)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현지 에이전시가 유로드레사지에 실린 내용을 토대로 정씨의 소속팀을 삼성이라고 기재한 것이 타 언론사 취재 결과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한승마협회 산하 한 지방승마협회 관계자는 “정씨 스스로가 자신을 삼성 소속이라고 말한 상태에서 삼성의 해명만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11월2일 검찰은 삼성전자가 최씨 모녀 소유의 독일 현지법인 코어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승마 훈련 지원계약’을 맺고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건넨 것으로 확인하고 현재 조사 중이다.

 

한편, 마사회의 허락 없이 소속팀 감독이 독일로 파견된 것도 정상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한국마사회 회장은 현명관씨로 삼성물산 회장 출신이다. 1993년부터 3년간 이건희 회장 비서실장을 지냈다. 2006년 6·2 지방선거에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제주도지사 후보로 나서 고배를 마셨으며,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부터는 ‘창조와 혁신’이라는 사단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 당시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대표는 현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삼성 사장과 함께… 최씨 모녀를 독일로…”

 

이런 가운데 최근 독일 지역신문 ‘타우누스 차이퉁’은 ‘비텍 타우누스호텔: 해외 연락처가 또 있는가?’(Widec Taunushotel: Steckt eine Briefkastenfirma dahinter?)라는 제목의 기사에 흥미로운 내용을 보도했다. 기사를 작성한 에벨린 크루이츠(Evelyn Kreutz) 기자는 기사에서 “대한승마협회장은 삼성전자 사장(Chef von Samsung-Elektronik)과 함께 이 훈련 캠프를 계속해서 운영해야만 했고, (최순실씨) 모녀를 독일로 보내야 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현지에서 보기에 최씨 모녀의 독일 체류에 삼성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를 보도한 타우누스 차이퉁 관계자는 시사저널의 질문에 “에벨린 크루이프 등 2명의 기자가 현재 최씨 모녀와 관련한 기사를 취재 중이며, 관련 취재가 마무리되는 대로 후속기사를 내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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