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석 변호사의 생활법률 Tip] 김영란법, 성가십니까?
  • 박현석 변호사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2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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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식사나 술자리에서 자주 회자되는 것은 아마도 김영란법이 아닌가 한다. 김영란법의 정식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2012년 국민권익위원장 재임 시에 추진했던 연유로 김영란법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의 정식 명칭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다. 단지 여기저기에서 들은 이야기로 오늘 이 밥값은 더치페이를 해야 한다거나 얼마 이상은 먹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들을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곤 한다.

 

왜 국민들의 식사자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법이 나왔을까. 김영란법은 서민들의 축의금까지 규제하기 위한 성가신 존재일까. 필자는 김영란법에 대한 다소의 오해를 풀기 위해, 이번 글에서 이 법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려고 한다.

 

김영란법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하기 위해서 나온 법이 아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들의 부패행위를 금지하는 반부패법의 일종이다. 반부패법은 정부나 공공기관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법으로 김영란법 이전에도 존재했다. 반부패법의 대표적인 예로 형법상 뇌물죄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뇌물죄․배임수증죄․직권남용․직무유기 등 공무원들의 비위행위를 처벌하는 법규들을 들 수 있다.

 

예전에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공무원들을 찾아다니며 접대를 하고 그 자리에서 돈 봉투를 주고 공무원들은 그 사람에게 특수한 정보나 이권사업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래관계가 많았던 것 같다. 오늘날에는 이런 방식으로 소위 ‘영업’을 하는 기업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은 학습을 한다. 사람들이 과거와 같은 행동으로 치르게 되는 대가가 얻는 수익에 비해 너무 크다고 생각하게 됐을 것이다. 공무원들도 굳이 한 다발의 돈에 목숨을 걸 이유가 없다. 예전처럼 뇌물을 주고 사업상 내지 일신상의 이익을 구하는 사람들도 너무 큰 위험을 굳이 감수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보다 세련된 방식이 등장했다. 과거의 돈거래는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 즉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분명했다. 인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찾아가 뇌물을 주고 그 공무원은 이에 대한 대가로 선처(?)를 해준 것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그런데 이런 위험을 사람들이 피하려 하게 되고, 또 사회가 발전하면서 적발되지 않는 부패시스템을 가동하기가 어렵게 됐다. 그래서 이제는 대가에 관계없이 금품을 공무원들에게 제공하는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어떤 기업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겠는가. 대부분의 기업이 임직원들의 인맥을 이용해 미리미리 챙겨두는 방식을 사용한다. 평소에 만나 골프도 대접하고 식사도 술도 같이 먹어두는 것이다. 외견상은 친분관계로 보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사업상 부탁할 일이 생기면 그 때는 돈을 주지도 접대를 하지도 않는다. 그냥 청탁 내지 부정청탁을 하고 그 이익을 누린다. 돈이나 대가관계가 없으므로 기존의 형법체계로는 처벌하래야 할 수가 없다.

 

새로 사업을 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이 시스템은 정말 넘어서기 힘든 장벽이다. 대기업이나 기득권층의 엄청나게 두터운 인맥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겠는가. 접할 수 있는 정보나 일을 처리하는 속도는 비교를 할 수가 없다. 우리 사회에는 소위 ‘연줄’을 동원한 부정청탁이 만연해있다. 김영란법은 이러한 부패의 고리를 끊어보고자 도입된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영란법과 유사한 반부패법이 이미 도입된 선진국들도 상당수다. 반부패법은 국내에서만의 이슈가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에서 국내 방식으로 해당 국가의 공무원들을 금품이나 향응으로 매수하고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다가, 반부패법 위반으로 사업에 실패한 예를 찾기가 어렵지만은 않다.

 

김영란법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귀찮게 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 아니다. 이 법은 우리 경제 생태계의 변화를 촉발해 공정경쟁사회 내지 경제민주화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신호탄과 같은 의미가 있다. 이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김영란법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다소의 불편함을 견디어 주시기를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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