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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정부·기업·대학이 움직였다” 막강 권력 드러낸 ‘최순실 게이트’

[특혜 의혹 총정리] 대기업→미르·K스포츠→더블루K·비덱→최순실 모녀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6.10.25(Tue) 13:24:34 | 14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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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은요?”

최근 인터넷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글이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커터칼 테러를 당한 박근혜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이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대전은요”라고 물은 것에 빗댄 말이다. 이 같은 댓글은 쏟아지는 국감 뉴스에도, 삼성 갤럭시노트7의 생산 중단 소식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경북 칠곡의 산업단지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고, 서울지하철 김포공항역에서 스크린도어 사고로 한 명이 목숨을 잃었어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이 ‘송민순 회고록’으로 역공을 펼치고 있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평소 같으면 온 나라가 떠들썩해졌을 법한 일들이지만, 사람들은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특혜 의혹이 세간의 이슈를 모두 집어삼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응을 자제하다가 10월21일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진화에는 실패했다. 오히려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에 대한 의혹은 나날이 선명해지고 있다. 때문에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며 추락하고 있다.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됐다는 분석까지 흘러나온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으로 시작된 ‘최순실 특혜 의혹’은 자연스레 ‘비선 실세’ 논란으로 이어졌다. 비밀기업을 세워 자금을 유용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게다가 딸 정유라씨(정유연에서 개명)에 대한 특혜 의혹은 논란에 설득력을 더해 갔다. 심지어 최씨가 박 대통령 연설문 수정까지 관여했다는 믿을 수 없는 소문까지 떠도는 등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이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2014년 전국승마대회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권력 실세 몸통으로 등장한 ‘최순실’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됐던 박관천 전 경정은 담당 검사와 수사관에게 “우리나라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며 “최순실씨가 1위, 정윤회씨가 2위”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에 생소했던 최순실이라는 인물은 곧바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실질적인 비선 권력의 몸통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2015년 말과 2016년 초에 연이어 설립됐다. 미르재단은 16개 기업으로부터 486억원을, K스포츠재단은 19개 기업으로부터 288억원을 받았다. 모금을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재단이라고 밝혔지만 모금 당시부터 강제할당 논란이 일었다. 특히 모금 과정에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됐고, 재계 순위에 따라 모금액이 할당됐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두 재단의 설립 과정에서도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허위로 작성된 창립총회 회의록 등에 대한 심사를 하루 만에 마치고 인가를 내줬다. 통상적으로 빨라야 일주일에서 보름, 길게는 두 달까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권력 실세의 개입이 의심되는 대목이었다. 특히 두 재단의 정관은 문서 양식은 물론 안건 9개 항이 같았고, 행동을 묘사하는 부분까지 완벽하게 일치했다. 두 재단의 창립총회 회의록에서도 허위로 작성된 내용이 밝혀졌다.

 

미르재단이 깊이 관여해 온 정부 사업 ‘코리아에이드’ 사업의 내년도 예산안이 관련 절차를 위반하면서까지 3배 가까이 확대편성된 사실도 확인됐다. 2016년 50억원이던 예산은 내년 144억원으로 늘어났다. 해당 사업은 사업타당성조사와 심사를 거쳐야 함에도 조사·심사가 수행되기 이전에 예산이 편성됐다.

 

미르재단의 수상한 행보의 배후로는 당초 광고 감독인 차은택씨가 지목됐다. 차씨는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고, 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영상감독을 맡았다. 2015년 4월에는 한 해 1000억원의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문화창조융합본부장까지 올랐고, 예정에 없던 금융위원회의 캠페인 광고를 수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4월 교체되면서 막후 권력 실세가 아니라는 관측에 설득력을 더했다.

 

이때부터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최태민 목사의 딸인 최씨는 박 대통령과 사적으로 만나는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미르재단의 운영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차은택, K스포츠재단을 이끌었던 정동춘 전 이사장 모두 최순실씨와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동춘 전 이사장은 최순실씨의 단골 마사지센터를 운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순실 게이트에 침묵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10월20일 입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두 재단에 대해 “문화체육 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우리 문화를 알리며 어려운 체육 인재들을 키움으로써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 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 두 재단의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취지에 맞게 해외순방 과정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소위 코리아 프리미엄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 성과도 거뒀다는 게 박 대통령의 평가다.

 

하지만 이미 최순실씨의 비밀회사가 밝혀진 상황에서 대통령의 설명은 설득력을 잃었다. 최씨가 K스포츠재단을 이용해 자신이 설립한 회사로 자금을 유용하려는 의혹이 제기된 터였다. K스포츠재단은 한 대기업에 2020 도쿄올림픽 비인기 종목 유망주를 지원하겠다는 명목으로 80억원을 요구했다. 이 사업 주관사로 낙점받은 회사는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스포츠마케팅 회사 ‘비덱’이었다. 대기업에서 모금해 최순실 개인 회사로 다시 흘러가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결국 이 기업은 80억원을 출연하지 않았다. 비덱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흔히 만드는 해외 페이퍼컴퍼니가 아닐지 의심이 들 정도로 급조된 느낌이 역력했던 것이다. 다른 기업이 실제 지원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씨는 비덱에 그치지 않고 국내와 독일에 ‘더블루K’라는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비덱과 회사 주소가 같은 ‘유령회사’인 셈이다. 이 회사의 주요 구성원들은 K스포츠재단의 직원으로 등록돼 있었다. 이들은 아침에 출근 도장을 찍고 더블루K로 옮겨가 업무를 보기도 했다. 이 회사에서 최씨는 ‘회장님’으로 불렸다. K스포츠재단의 돈이 이 회사로 흘러들어간 직접적인 증거는 나오고 있지 않다. K스포츠재단이 스포츠 시설을 건립하면 더블루K가 시설관리 등을 맡아 자금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빗나간 모정’에서 확인된 막강 파워

 

실제로 이 회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요청으로 창단된 장애인 펜싱팀의 에이전트로 계약을 맺고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와 전지훈련 등을 맡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스포츠계에선 전례가 없는 스카우트 비용 총 6000만원이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로부터 지급됐다. 정작 이 돈은 선수들에게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쌍둥이회사인 독일법인 ‘The Blue K’는 4월초 독일 현지 유수 스포츠 협회들과 잇따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최순실씨의 막강 권력은 그녀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점에 달했다. 2014년 박 대통령의 “나쁜 사람” 발언으로 촉발된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파동의 실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2013년 춘계승마대회에서 심판판정 논란이 일자 승마협회를 상대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당시 감사를 맡았던 문체부 실무진은 “승마협회뿐 아니라 최순실씨 쪽에도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에 박 대통령은 실무진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했고, 결국 이들은 공직을 떠나게 됐다.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과정부터 학사 관리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됐다. 정씨는 이대 체육특기자 전형에 없던 승마 종목이 학칙 개정으로 신설되면서 지원 자격을 얻을 수 있었고, 원서 마감 이후에 딴 승마 단체전 금메달 기록이 인정됐다. 정씨에게 제적을 경고한 지도교수는 최순실씨가 학교를 방문한 직후 교체됐고, 학칙 개정으로 학교에 나오지 않고도 학점을 이수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내용을 짜깁기하고 맞춤법도 엉망인 리포트도 B학점을 받았다. 학생들 사이에선 “이화여대가 아니라 ‘순실여대’”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왔고, 교수들조차 총장 퇴진 운동을 벌였다. 급기야 최경희 이대 총장은 개교 130년 만에 처음으로 중도 사퇴했다. 그녀는 “(정유라씨의)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해명했다. 물러나면서까지 누군가를 비호하려 했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

 

최순실 모녀를 둘러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부와 기업, 그리고 대학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권력의 실체가 드러나는 셈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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