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7에 이어 아이폰7까지…배터리 괜찮을까?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0.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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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시된 아이폰7도 ‘발화’

10월21일 한국에 아이폰 7이 출시됐다. 이날 한국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순위 상단엔 ‘아이폰7 발화’가 오랜 시간 걸려 있었다. 국내 여론의 관심사는 무선 이어폰, 방수․방진 등 새로워진 제품의 특징보단 ‘아이폰7의 배터리도 발화할 것인가’에 온통 맞춰져 있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해외에서 아이폰7, 아이폰7 플러스의 발화 사고 발생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아이폰7 발화 사고는 모두 세 건. 9월 미국 최대 온라인커뮤니티 ‘레딧’의 한 사용자가 아이폰7이 파손된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 속 아이폰7은 불에 그을린 듯 심하게 파손된 액정과 기기가 서로 분리된 모습이다. 사진을 올린 사용자는 “제품을 받아보니 이미 폭발한 모습의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10월12일엔 중국 인터넷매체 펑파이가 허난성 정저우(鄭州)에 사는 한 남성의 ‘아이폰7 로즈골드’가 터졌다는 보도를 했다. 펑파이에 따르면, 이 남성은 10월2일 아이폰7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파편이 얼굴에 날아와 상처가 났다고 주장했다.

 

호주 시드니에서도 아이폰7 폭발을 주장하는 보도가 나왔다. 10월20일 시드니에서 서핑 강사로 일하는 한 사용자가 현지 언론에 “아이폰7을 넣은 옷가지를 차에 두고 강의를 다녀왔는데 차량 내부에 연기가 가득했다”며 아이폰7이 폭발했을 가능성을 주장했다.  

 

ⓒ 호주 데일리메일 기사 캡쳐


일부 정보통신(IT)업계 전문가들은 아이폰7의 발화 역시 배터리의 결함으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발생한 갤노트7의 발화 원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휴대용 기기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과충전’으로 인한 화재발생 위험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 시점이다. 게다가 아이폰에 들어간 내장형 배터리 역시 갤노트7의 배터리를 납품한 중국업체 ATL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가 잇따른 배터리 발화 사고로 ‘갤럭시노트7(갤노트7)’ 생산 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애플 역시 아이폰7 발화 이슈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다소 섣부른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폭발에 취약한 리튬 이온 배터리가 원인?

 

스마트폰 발열․발화는 특정 제조사의 문제라고 볼 수만은 없다. 사용자의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늘어났고, 고속충전, 방수 등 신기술이 집약되는데다 시장은 더 얇은 혹은 더 가벼운 스마트폰을 원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기 내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배터리 발열 이슈가 주요한 개발 화두가 되는 것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얇아지는 스마트폰의 배터리 용량이 이미 3000mAh(밀리암페어아워;1mAh는 1000분의 1암페어의 전류를 1시간 흘리는 양을 의미한다)를 넘어가면서 배터리 저장 밀도가 높아지는 등 구조적인 불안을 안고 있다”면서 “여기에 빠른 충전을 돕는 급속충전 기술까지 더해져 배터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배터리로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지적은 전문가들로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갤노트7 폭발 사고나 기존의 아이폰 발화 사고 등은 리튬 이온 배터리가 더 이상 시장이 원하는 수준의 용량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새로운 2차 배터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가볍고 에너지밀도가 높다는 장점은 있지만 인화성이 높은 리튬 이온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하지만 가볍고 대용량에 높은 전압을 구현하는 데다, 메모리 효과가 없고 빠른 충전이 가능해 당분간 이 이상의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편 미국 소비자위원회(CPSC)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 중인 것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의 리콜을 주도했던 소비자안전위원회는 현재 시장에 유통 중인 리튬이온배터리 전반에 대해 안전성조사를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CPSC관계자는 헤럴드의 온라인 영문 경제매체인 ‘더인베스터’에 “엘리엇 케이 CPSC 위원장이 직접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전성과 관련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폭발위험성을 안고 있지만 그렇다고 IT(정보기술)기기가 생활화된 요즘, 안 쓸 수도 없는 리튬 이온 배터리, 대안은 없을까.

 

휴대폰 배터리 이미지 (해당 사진과 기사내용은 관련이 없습니다. ⓒ 시사저널 고성준

대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젤 타입의 전해질을 사용한 리튬 이온 폴리머 배터리가 있다. 리튬 이온 폴리머 배터리는 리튬 이온 충전지의 안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젤타입 전해질을 사용해 그 자체로 분리막과 리튬 이온의 전달 역할을 수행한다. 때문에 폭발 위험이 매우 낮고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배터리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다만 배터리 속 고체 안에 기체가 발생함에 따라 고체가 부푸는 현상인 ‘스웰링 현상’이 해결돼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폭발 위험성이 거의 없지만 다양한 압력 상황에서 구조적으로 약해진 배터리의 경우 발화하거나 폭발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스마트폰 배터리보다 배터리를 더 얇게 제작해야 하는 배터리 일체형 노트북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애플, AI로 배터리 문제 해결할까

 

일각에선 금속공기배터리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금속공기배터리는 리튬․아연․알루미늄 등의 금속을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관련 특허가 최근 10년간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아직 리튬 이온을 대체할 수준의 상용화를 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애플 역시 새로운 배터리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쿡은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리기 위해 차세대 아이폰8에 인공지능(AI)기술을 도입할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투자전문언론사 ‘벨류워크’는 최근 팀 쿡의 발언을 근거로 차세대 아이폰8에 혁신적인 디자인과 함께 AI로 제어되는 새로운 몇 가지 기능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10월17일 보도했다. 영국의 제품리뷰매체 ‘트러스트리뷰’는 “팀 쿡의 언급은 차세대 아이폰 시리즈에 AI 기반의 배터리 절약 기술이 탑재될 것임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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