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이 늙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10.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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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멈춤에 스크린도어 사고까지 잇따른 사고 발생…사고 원인으로 지하철 노후화 지적

10월19일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30대 승객이 스크린도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기관사는 김씨가 스크린도어에 끼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전동차를 출발시켰고, 김씨는 이 충격으로 스크린도어 비상문을 통해 승강장으로 튕겨 나왔다.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 스크린도어 사고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또 한 번의 사고가 터진 것이다.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는 올해만 세 번째다. ‘생명을 지키는 안전문’이라는 스크린도어가 노후화되면서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올해 2월에는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문 사이에 핸드백이 끼면서 80대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스크린도어 수리 도중 목숨을 잃는 사고도 매년 한 차례씩 나온다. 

 

사고가 발생한 김포공항역은 2005년 서울도시철도공사 구간 중 가장 먼저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5개 역 중 하나다. 서울시가 구의역 사고 이후인 6월20일부터 7월22일까지 지하철 1~9호선 307개역 스크린도어를 점검한 결과, 센서 교체 대상은 23개역, 부품정비 대상은 52개역, 제어시스템∙구조물 정비 대상은 25개역이었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김포공항역은 ‘전면개량’ 대상이었으나, 정비가 되지 않은 채 사고가 발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크린도어의 오작동도 적지 않다. 2014년부터 스크린도어 고장은 빈번하게 일어났다. 2014년 한해에만 2852건의 고장이 있었고, 5월에 일어난 2호선 추돌사고도 스크린도어 오작동으로 인해 앞 열차의 출발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교통안전협회에 따르면, 이미 한 달 평균 500건의 스크린도어 고장이 일어나고 있다. 스크린도어 오작동이 잦아 승무원들이 안전불감증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노후화된 스크린도어는 소프트웨어 등의 분석이 힘들어 장애가 발생해도 명확한 원인을 알아내 처리하기 어렵다는 것이 서울도시철도공사 측 설명이다.

 

지난 10월19일 출근길 지하철 승객이 전동차와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10월20일 오전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들이 스크린도어 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안전 ‘심각’ 64.8%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스크린도어 뿐만이 아니다. 노후화된 지하철이 안전사고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제1노조 서울지하철노조가 조합원 30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하철 안전이 심각하다는 응답자가 64.8%(매우 심각 12.9%, 심각 41.9%)를 차지했으며 안전하다는 응답은 14.3%(매우 안전 2.0%, 안전 12.3%)에 그쳤다. ‘그저 그렇다’는 30.8%로 드러났다. 이 중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 중 1위로 ‘시설 장비의 노후화’(81%, 복수응답), 2위로 ‘현장 인력 부족’(66.8%)이 꼽혔다.

 

현재 운행 중인 전동차들의 노후화 문제도 심각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전동차 1954대 중 1184대(61%)의 운행 연수가 20년을 초과했다. 25년 초과는 268대로 14%에 달한다. 특히 1호선은 25년 초과 전동차가 40%에 이른다. 

 

5~8호선도 상황은 좋지 않다. 20년을 넘긴 노후 차량이 51%에 이른다. 전동차는 원래 내구연한(원래의 상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25년이지만, 노후 전동차 교체 비용 부족으로 2014년부터 ‘철도안전법’에 있는 내구연한 조항이 폐지된 상태다.

 

올해 일어난 서울 지하철의 주요 사고도 내구연한 폐지에 따른 노후화가 원인이 됐다. 올해 1월 일어난 성신여대입구역 사고는 고속도차단기의 절연판 손상으로, 고속도차단기가 낡아 절연판이 파괴되면서 전기 공급이 끊겨 일어났다. 이 고속도차단기는 19년이 된 것으로, 보통의 내구연한인 15년을 훌쩍 넘겼다.

 


전문과들과 현장 직원들이 모두 노후화를 주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전동차나 부품의 교환, 시설 교체 등은 여전히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앞으로 교체 비용은 2조원에서 4조원까지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빠듯한 예산으로 인해 시설 교체는 더욱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서울메트로와 철도공사의 만성적자로 투자비를 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지하철 노후화 시설 투자에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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