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1인 체제’ 구축하나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18 15:32
  • 호수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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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0월24일부터 차기 당·정 지도부 꾸리는 6중전회 개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총서기의 ‘10년 임기’라는 기존 관례를 깨고 장기집권을 노리고 있다.” 지난 10월12일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2년 18기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총서기직에 오른 시 주석이 2022년 퇴임하지 않고 장기집권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FT는 그 근거로 시 주석이 ‘관례를 따르지 않는 성향’이고, 내년 19기 당대회에서 일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퇴임하지 않을 분위기가 조성되는 중국 정치상황을 지적했다.

 

FT가 가리키는 상무위원은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다. 왕 서기는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떠올라, 4년째 반(反)부패 사정 드라이브를 진두지휘해 왔다. 내년에는 69세가 돼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의 관례에 따라 퇴임해야 할 처지다. FT는 “시 주석의 ‘1인 체제’ 강화 여부와 장기집권 가능성은 19기 당대회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7상8하’란 무엇일까.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공산당의 권력구조와 운용방식을 살펴봐야 한다.

중국은 정치적으로 엄연히 공산당 1당 전제(專制)국가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공산당 당원 수는 8800만 명. 이들의 정점에는 중앙위원회가 있다. 1927년 설치된 이래, 당대회에서 뽑힌 위원으로 구성돼 공산당의 모든 주요 사안을 의결해 왔다. 임기는 5년인데 18기에서 205명이 선출됐다. 이들은 1년에 한 번 베이징(北京)에 모여 회의를 연다. 이것이 ‘중앙위원회 전체회의(中全會)’다.

 

10월24일부터 열리는 6중전회에서 이뤄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1인체제’ 구축에 관심이 쏠린다. © Xinhua 연합

 

시진핑 측근 왕치산 서기 유임할까

 

1중전회는 당대회 직후 개최돼 총서기, 상무위원, 중앙정치국 위원 등 최고지도부를 선출한다. 2중전회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代)에서 선출할 국가주석, 국무원(행정부) 총리와 부장 등을 사전에 내정한다. 3중전회에선 선출된 당과 국무원의 지도부가 시행할 정책을 결정한다. 4중전회는 향후 공산당의 발전방향을 결정한다. 5중전회에서는 향후 경제정책의 주요 목표와 방향을 정한다. 6중전회는 차기 당·정 지도부의 진용을 꾸린다.

 

오는 10월24일부터 이 6중전회가 개최된다. 이번 6중전회는 내년 당대회에서 물갈이될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윤곽을 알 수 있다. 18기 중앙정치국은 총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7명이 상무위원으로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이다. 지난 20년간 상무위원 중 67세 이하는 유임하고 68세가 넘으면 퇴진하는 게 관례였다. 이런 전통을 세운 이는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이었다. 덩은 마오쩌둥(毛澤東)이 종신 집권했던 폐해를 시정코자 했다. 이에 따라 당 간부의 연소화를 내세워 70세 이상인 공산혁명 원로의 퇴진을 강력히 추진했다.

 

덩의 유지(遺志)에 따라 중국공산당은 1990년대 이래 총서기의 ‘10년 임기’와 ‘7상8하’ 퇴진 원칙을 지켜왔다. 일부 중화권 학자들은 ‘7상8하’를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도입했다고 주장한다. 2002년 16기 당대회 당시 리루이환(李瑞環) 전국정치협상회의(政協) 주석은 68세였다. 평소 사사건건 자신과 대립했던 리 주석의 연임을 막고자, 장 전 주석이 ‘7상8하’를 고착화시켰다는 것이다.

 

나이 제한 규정으로 내년에는 권력서열 1위 시진핑 주석, 2위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하고 모두 은퇴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은퇴할 상무위원 대부분이 장쩌민 전 주석과 관련이 있다. 권력서열 3위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장 전 주석의 집권 시기에 승승장구했다. 1998년 장 전 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로 발탁했다. 2002년에는 광둥(廣東)성 서기가 되면서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서열 4위 위정성(兪正聲) 정협 주석도 장 전 주석의 부름을 받고 1998년 건설부 부장이 됐다. 그 뒤 2001년 후베이(湖北)성 서기, 2002년 중앙정치국 위원, 2007년 상하이(上海)시 서기 등 승진가도를 달렸다. 그 외 류윈산(劉雲山), 왕치산, 장가오리(張高麗) 등 모두 장 전 주석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이 같은 상무위원의 면모 때문에 18기 당대회 직후 ‘현직인 후진타오(胡錦濤)가 퇴임한 장쩌민에 밀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실제 후 전 국가주석이 키웠던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과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는 상무위원이 되지 못했다. 최측근인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은 부정부패 혐의로 공직·당적을 모두 박탈당했다. 이에 반해 시 주석의 측근들은 약진하고 있다.

 

실제 지난 수개월 동안 지방 당·정 조직에서 진행됐던 인사 태풍이 이를 증명한다. 9월 리훙중(李鴻忠) 후베이성 서기가 톈진(天津)시 서기로 자리를 옮겼다. 리 서기는 태자당(太子黨) 출신인 시 주석의 측근이다. 또한 톈진 서기는 베이징·상하이·충칭 서기와 함께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가는 길목이다. 실제 1993〜97년 재임했던 가오더잔(高德占)을 제외하고, 1984년 니즈푸(倪志福) 이래 모두 승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 EPA 연합

 

“‘시 핵심’, 당 공식 용어로 확정될 것”

 

6월과 7월에는 시 국가주석이 2002〜07년 저장성 서기로 근무할 때 부하였던 ‘즈장신군(之江新軍)’이 승진했다. 리창(李强) 저장성 성장이 장쑤(江蘇)성 서기, 류치(劉奇) 장시(江西)성 부서기가 장시성 성장, 러우양성(樓陽生) 산시(山西)성 부서기는 산시성 성장이 됐다. ‘즈장신군’은 시 국가주석이 ‘저장일보’에 기고했던 칼럼 ‘즈장신위(之江新語)’에서 나온 신조어다. 이들뿐만 아니라 시 국가주석이 상하이 서기로 재임할 때 인연을 맺은 부하들도 승승장구했다. 윈난(雲南)성 부서기에서 서기로 승진한 천하오(陳豪), 윈난성 서기에서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서기로 영전한 리지헝(李紀恒)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정점에 왕치산 서기가 있다. 왕 서기는 시 주석과 같은 태자당 출신인 데다, 어려서부터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분이 깊다. 시 주석 입장에서 누구보다 신뢰할 수 있고 반부패 사정을 지속할 왕 서기의 상무위원 유임이 아주 중요하다. 미국에 서버를 둔 일부 중화권 매체는 “이번 6중전회에서 시 주석의 1인 체제를 뜻하는 ‘시 핵심’이 당의 공식 용어로 확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핵심’은 덩샤오핑과 장쩌민만 사용했던 최고지도자를 높여 부르는 용어다. 6중전회에서 ‘시 핵심’이 확정되면 내년 당대회에서도 시 주석의 복안대로 상무위원의 진용을 짤 수 있다. 이처럼 6중전회는 여러모로 중요한 정치 행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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