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대한민국 부동산은 미쳤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0.11 10:39
  • 호수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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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들 “곧 한국 경제에 큰 재앙 닥칠 것” 경기 살리려다 서민 빚쟁이 양산

경기도 고양시 신원동에 사는 정경심씨(40)는 2014년 지금 사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고양시 A아파트 분양권 투자에 나섰다. 1년 만에 값은 5000만원 올랐지만, 지금 사는 집과 분양권 투자 목적으로 대출받은 돈의 이자로 한 달에 150만원가량 낸다. 두 곳 모두 값이 오른 것을 생각하면 손해난 장사는 아니지만 이따금씩 신문에 ‘역(逆)전세대란’ ‘집값 하락’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앞으로 더 오를까 하는 기대 탓에 쉽게 팔지도 못하고 있다.

 

부동산은 대한민국 경제가 회복되느냐 추락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다. 9월9일 열린 ‘2016년도 제18차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집값은 주요 의제 중 하나였다. 이날 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후 주택매수심리가 상승하면서 서울의 경우 당분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고, 이에 대해 한국은행 실무부서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일부 재건축아파트 투자수요 확대에서 출발한 만큼 여타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답변했다.

 

10월5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소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8·25대책, 불붙은 부동산투기 진화에 한계

 

하지만 통화당국과 시장의 판단은 괴리감이 크다. 10월3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9월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강남구 주택 가격은 한 달 동안 0.69% 상승했다. 상승률로만 놓고 보면 올 들어 지난 6월(0.84%)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9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0.35% 상승했다. 주간 단위로 계산하면 2006년 12월 이후 가장 상승률이 높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은 분석과 달리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 값 상승세가 두드러졌으며 이는 강동·양천구 집값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팀장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가격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등 건설산업이 내수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산업연구원이 9월19일 펴낸 보고서 ‘최근 실물경기의 건설투자 의존 구조’를 보면, 올 2분기 경제성장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1년 2분기 이후 최고치다. 이 정도면 사실상 건설업이 내수시장을 주도한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저금리로 가격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시장 구조는 기형적으로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값을 끌어올리던 기존과는 다르다. 결론적으로 아랫목(전셋값)의 훈훈함이 윗목(매매값)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는 사이 분양권 시장은 사실상 ‘투기판’으로 전락했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 의지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에서는 분양권 전매가 성행하고 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까지 등장했다.

 

현 상황에서는 보유한 청약통장으로 당첨만 받으면 나중에 얼마든지 되팔 수 있다. 정부가 집단대출 규제에 나섰지만 대출 규모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최근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사이트나 주요 포털 재테크 동호회 카페에 가보면 분양권 거래를 통한 투자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한국감정원도 지난 7월 보고서에서 “분양권 시장 과열에 따른 프리미엄 상승은 신규 아파트 및 재건축 대상 아파트 등의 주택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주택시장의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9월26일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2013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우리나라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114만 건, 거래액은 약 244조원으로 추정된다”며 “이 중 50%가 전매돼 전매 차익은 적어도 20조원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부동산시장은 내부적으로는 생산과 소비, 그리고 투자가 주저앉았고 외적으로는 세계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못한 상황에서 나오는 필연적 결과라고 봐야 한다. 현재 국내 투자 상품 중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고, 환금성이 빠르며, 수익성도 뛰어나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분양권 투자가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 재건축은 3년 전에 상승 분위기를 탔고, 올 초부터 서울 반포와 압구정, 4월에는 목동과 여의도까지 집값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승세가 다시 강남 집값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보면 현 강남 집값은 정상(正常)”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무작정 불붙은 시장을 손 놓고 바라보고 있지는 않고 있다. 8·25가계부채대책을 통해 정부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이용하는 중도금 대출 보증을 1인당 4회에서 2회로, 주택공급물량도 향후 차츰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출금을 전액 책임져 주던 보증 범위도 90%까지만 해주며, 나머지 10%는 은행이 책임지도록 해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도록 했다.

 

하지만 주택 공급이 줄어들 거라는 소식은 이미 분양 승인을 받은 주택으로 더 사람을 몰리게 만드는 기현상을 만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8월 집단대출 증가폭은 축소된 반면 일반주택담보 대출은 늘어났다. 9월 금통위의 건전성 강화 지적에 대해 한은 역시 “8·25대책이 8월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소는 ‘가계부채’”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은 불황에 직면한 역대 정부마다 꺼내든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와 같았다. 단기 효과로 그만한 게 없어서다. 그러나 낮아진 금리는 유동성을 키우면서 집값이라는 우리 경제의 뇌관을 만지작거리게 만든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부동산 문제를 방치할 경우 사회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데 있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 문제로 저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 홀로 집값이 오르는 것은 금융시장 불균형뿐 아니라 사회 갈등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은행도 보고서를 통해 “자금흐름이 점진적으로 가계부문을 통해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미 총부채의 70%가 소득·자산 상위계층에 집중돼 있어 차입투자로 부동산시장 등을 통한 자산평가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반면 일부 취약계층은 부진한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즉 생계를 위한 대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성이 낮은 생산자본보다는 자산 가격 상승을 통한 수익 향상에 쏠리는 것은 또 다른 걱정거리다.

 

특히 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한국 경제의 위험요소를 지적할 때 빠트리지 않고 있는 것이 ‘가계부채’ 문제다. 올 2분기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250조원을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연내 1300조원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중은 대략 24.3%다. 평균적으로 소득의 4분의 1을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쓴다는 것이다. 미국이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늘어난 가계부채는 통화당국의 속을 바짝바짝 태우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달러 유출이 본격화되고 이렇게 되면 통화당국도 마냥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한은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기준금리 인상은 자칫 가계부채라는 뇌관을 터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등에 따르면 2012년 112만2000가구였던 한계가구는 지난해 134만2000가구로 늘었다. 한계가구의 금융부채도 늘어나 208조8000억원(2012년)이었던 부채는 지난해 234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계가구란 금융부채가 전체 자산보다 많은 가구를 말한다.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전문가조차 놀랄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은행 PB(프라이빗뱅커)센터 담당자는 “내년 1분기 ‘역(逆)전세대란’이 우려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데도 고객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물어보는 것이 부동산 투자”라고 말했다. 이런 이상과열 현상은 통계로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3.3㎡당 1853만원으로 201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값에서 소득을 나눈 PIR(Price to income ratio) 값 역시 지난 6월 서울은 7.8, 전국은 4.3을 기록했다. 2008년 조사 이래 최고 수준이다. 중산층이 한 푼도 쓰지 않고 7년 8~9개월을 모아야 서울에서 집 장만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득이 줄거나 정체된 상태에서 집값만 나 홀로 오르다보니 PIR 값은 시간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역전세대란이 우려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여전히 떨어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매매값에서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주택의 경우 전국은 68.0%, 서울은 68.4%를 기록했다. 이 역시 사상 최고치다. 아파트는 전국이 75.4%, 서울은 74.2%로, 최고치를 기록한 7~8월보다는 0.2~0.6%포인트 정도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다.

 

선대인경제연구소가 집값 폭등기였던 2006년 하반기와 2014년, 2015년 하반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4년과 2015년 하반기에 집을 산 사람들이 2006년 하반기보다 두 배나 더 많은 빚을 내서 집을 샀다. 이에 대해 선대인경제연구소 측은 “이는 2006년에 비해 소득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그만큼 무리하게 집을 사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2014년에 비해 1년 만인 2015년에도 평균 부채액이 늘었다는 것은 그나마 조금 더 소득이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사고 난 뒤 소득이 안 되는 사람들이 정말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신반포팰리스 아파트 © 시사저널 고성준

“빨리 분양권 전매제한 도입해 투기 막아야”

 

결국 현재로선 투기 수요를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분양권 전매 제한의 경우 투기 수요와 실수요를 가려내는 가장 강력한 대책으로 평가받는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는 “현재의 부동산시장은 서울과 지방, 서울과 경기 등 지역별로 분위기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 한정짓는 투기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며 분양권 전매제한도 특정 지역에만 한정적이고 한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기과열지구제도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당첨 금지 등 청약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의 청약제도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지난 9·1부동산 대책을 통해 발표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 아파트 청약 1순위 자격과 재당첨 제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지역에 따라 6개월이나 1년 만에 쉽게 1순위 청약자격을 얻을 수 있게 했고, 여러 번 당첨될 수 있도록 했다. 또 당첨된 분양권을 다른 사람에게 차익(프리미엄)을 남기고 팔 수 있게 허용했다. 이러다보니 자금 쏠림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상반기 분양권 거래량이 20만6000여 건으로 전체의 28.3%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분양권 거래 비율 24.5%보다 3.8%포인트 높은 것으로, 호황기를 기록했던 2006년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10%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또 작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전국적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세 차례 이상 사고판 사람이 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청약률은 높지만 실제 초기 계약률은 30% 선에 그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상 지금의 아파트 분양 시장이 ‘돈 된다 싶으면 덤벼드는’ 투기판으로 전락했다는 방증이다.

 

자연히 정부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한 정부기관 관계자는 “이미 가을 분양시즌이 끝난 마당에 이제 와서 분양권 전매 제한을 한다고 한들 시장이 무슨 반응을 보이겠는가”라며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가뜩이나 살려놓은 시장 열기가 부동산 규제로 죽지 않을까 하는 것도 고민거리”라고 지적했다.

 

당장 내년 공급과잉은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부동산114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내년 전국적으로 아파트 36만7000여 가구가 입주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중 수도권에 들어서는 물량만 약 35%다. 이마저도 1분기에 집중돼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은 “작년과 올해 집중적으로 분양된 경기도 남양주, 평택, 화성시 신규 아파트들은 입주에 들어가는 내년 상반기에 미입주 물량이 대거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 재건축아파트 투자에 대해서도 안 부장은 “10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간 자금이 묶일 것을 각오해야 한다”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교수도 “20년 만에 최대 규모인 70만 가구의 주택이 이미 착공됐고 여기에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오피스텔까지 감안하면 90만 가구 정도의 주택이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미친 부동산시장을 손 놓고 방조하는 것은 향후 큰 문제를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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