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선 UPDATE] 2차 TV토론 결과는? 대선 굳히기 클린턴, 생각보다 잘한 트럼프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0.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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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후보들의 2차 TV토론이 끝났다. 10월9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열린 2차 TV토론의 열기는 굉장히 뜨겁다 못해 넘쳤다. 일부에서는 ‘미국 역사상 가장 더러운 진흙탕 싸움’이란 평가를 남겼다. 차기 정부의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건 찾아볼 수 없는, 이전투구(泥田鬪狗)식 입싸움만 가득했다는 게 대체적인 후기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TV토론 사상 가장 추잡한 토론”이었다고 평가했고, CNN방송은 “일요일 밤 미국 정치가 바뀌었다”며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두 사람은 90분 동안 서로에 대해 공격만 했다”고 혹평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향방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TV토론은 12월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총 3번 이뤄진다. 9월26일 있었던 첫 TV토론에서는 애매한 승부 끝에 클린턴이 힘겹게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많다. 마지막 토론은 10월19일(현지시간)에 열릴 예정이다. 

 

그럼 2차 TV토론회의 승자는 누구였을까. CNN이 여론조사기관인 ORC와 공동으로 2차 TV토론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시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클린턴의 승리’였다. 클린턴이 잘했다는 응답이 57%를 기록했다. 트럼프가 잘했다는 답변은 34%에 그쳤다. 

 


■ 트럼프의 음담패설 스캔들

 

하지만 많은 정치 분석가들의 예상과 달리 공화당 후보 트럼프의 ‘추락’은 없었다.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음담패설’ 스캔들은 이번 토론회의 승부를 가를 최대 쟁점으로 예상됐다. 10월7일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2005년 10월 미국 연예매체 ‘액세스 할리우드’의 남성 사회자와 버스 안에서 나눈 외설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음담패설 파일이 공개되자 트럼프에 대한 여론은 ‘비난’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당내에서조차 ‘후보 교체’ 압박이 나왔다. 2차 토론이 시작되기 전부터 나온 지배적인 예상은 이랬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실책을 공격카드로 들고 나올 것이며 그를 ‘여성 비하 후보’로 낙인찍을 것이라는 것이다.

 

예측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트럼프의 음담패설 스캔들은 2차토론 초반부의 주인공이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여성·인종·종교 차별주의자이며 납세회피자이고, 사과를 모르는 사람으로 몰아세우며 공격했다. 트럼프는 지난 토론회에도 과거 그가 했던 여성 비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1차토론 당시에는 미스유니버스를 ‘미스 돼지’라고 불렀던 그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트럼프는 토론 자리에서 바로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외설적인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며 그 발언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며 “난 여성을 진심으로 존중한다. 누구도 나보다 여성을 존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황스럽지만, 그것은 라커룸에서 벌어진 이야기일 뿐”이라며 “나보다 더 여성을 존중하는 사람도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실제로 (음담패설 속의) 그런 행동을 한 적은 없다. 말만 그렇게 했지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행동으로 옮겼고 힐러리 클린턴은 그 피해자를 비웃었다”며 클린턴의 ‘음담패설’ 공격을 호기롭게 맞받아쳤다.

 

ⓒ 연합뉴스

 

■트럼프에 대한 소득세회피 논란

 

음담패설 파문이 터진 직후 열린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트럼프가 대선 가도에서 불리한 입장이 될 것이라고 수많은 사람들이 추측했다. 그런 기대섞인 우려에 비하면 트럼프가 토론회로 받은 타격은 그리 큰 것 같진 않다. 

 

토론회를 앞두고 제기됐던 그가 넘어야 할 굵직굵직한 산들을 의외로 무난하게 넘겼다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소득세 회피 논란 역시 그 중 하나였다. 

 

뉴욕타임스는 10월 1일(현지시간) “트럼프가 1995년 소득세 신고에서 1조원 넘는 손실을 신고했으며 이에 따라 18년간 연방 소득세를 피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손실 신고로 소득세를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이번 토론에서 주요 쟁점이 됐다.

 

트럼프는 이날 토론에서 “미국 국세청이 세금 감사를 이유로 자신의 소득세 신고를 금지했다”며 “세금 감사가 끝나면 세금 내역을 공개 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토론회 직후 “국세청이이 트럼프 후보의 납부 기록 공개를 금지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다른 대선 후보들과 달리 납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민자와 무슬림 문제

 

트럼프는 이민자, 아프리카계 미국인, 라틴계, 전쟁포로, 무슬림 등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숱한 논란을 일으켜왔다. 그는 이번 토론회에서 그 화살을 오바마 정부와 클린턴에게 돌리며 자신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무슬림으로 미군 전사자이기도 한 후마윤 칸을 두고 “미국의 영웅”이라며 “내가 당시에 대통령이었다면 그는 지금 살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무슬림 입국금지령’에 대한 입장은 고수하며 “이는 극단적인 모험일 수 있지만 클린턴은 수십만 명이 쏟아져 들어오게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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