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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혹 떼려다 혹 붙인 ‘박근혜의 남자’

강한 리더십 노린 이정현 ‘단식 중단·국감 복귀’로 리더십 큰 타격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11(Tue) 07:00:34 | 14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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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식 정국은 이정현 대표가 혼자 청와대 신뢰를 얻은 것 말고는 집권여당의 전략과 리더십 부재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참패다.”

 

일주일 만에 단식을 중단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회군(回軍)’에 대한 당내의 냉엄한 평가다. 이 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안을 처리한 것에 반발해 정 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다. 결사항전을 다짐했던 이 대표는 10월2일 돌연 아무런 조건 없이 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과 자신의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이 대표가 요구했던 정 의장의 사퇴도, 해임안 무효화도 얻지 못한 채 사실상 ‘백기 투항’한 것이다.

 

‘상처뿐인 회군’이지만 이 대표는 ‘박근혜의 남자’로 재신임을 받아 ‘개인적 전리품’을 챙겼다는 평가다. 여당의 국감 보이콧과 이 대표의 단식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씨의 미르·K스포츠 재단 개입 의혹(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야당 공세의 예봉을 꺾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박 대통령의 아킬레스건 보호에는 성공한 셈이다.

 

일주일간 계속된 단식을 중단하고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 중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0월3일 오전 병실에서 링거를 맞으며 초췌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정현, 눈앞의 이익만 좇다 큰 것 잃어”

 

하지만 반론도 제기된다. 국정감사가 정상화되자마자 야당은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한 파상공세를 재개했기 때문이다. 한 비박 의원은 “이 대표의 단식이 일시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안도감을 줬을지 모르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야당의 공세는 이어지고 있는데 뭘 얻었단 말이냐”며 “일주일 동안 국감을 공전시킨 여당의 ‘민심 항명’에 대한 여론의 냉소만 팽배해 이 대표가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큰 것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 단식은 당내에 만만찮은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새누리당의 국감 조기복귀 결정은 당 지도부의 전략 실패에 따른 것이다.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은 집권여당이 청와대를 보호하기 위해 국정을 내팽개쳤다는 역풍을 맞았고 명분 없는 이 대표의 갑작스러운 단식은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국감 보이콧 정국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는 정 의장 사퇴를 내걸고 목숨을 건 단식을 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는 일주일 사이 ‘단식→국감 복귀·중단’으로 입장을 수시로 바꾸며 좌충우돌했다. 그는 단식 돌입 이틀 만인 9월28일 뜬금없이 국감 복귀를 선언했다. 그러나 친박 강경파를 비롯한 상당수 의원들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즉각 반발해 무산됐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복귀 타이밍이 아니다”며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고 일갈했다. 비박 김성태 의원도 “이 대표의 리더십 상처는 본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놓고 단식 투쟁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나 혼자 싸울 테니 당신들은 국정감사에 임해 달라’고 한 부분에서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우유부단한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국감 복귀 무산으로 한 차례 망신을 당했던 이 대표는 나흘 만인 10월2일 단식 중단과 국감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이 대표의 갈지자 행보는 혼자서 판단해 불쑥 사안을 결정하는 ‘돌출형 리더십’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한 친박 핵심인사는 “이 대표가 저렇게 왔다 갔다 하는 행동으로 당을 어떻게 이끌 수 있겠나”라며 “이 대표로는 대선 준비가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가 친박 강경파에 휘둘린 것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 친박 지도부는 김 장관의 해임안 처리 직후부터 ‘후퇴는 없다’며 강경대응을 밀어붙였다. 그러자 이 대표는 정국에 대한 냉철한 판단 없이 이들의 선동에 끌려 다녔다. 강경파들은 9월27일 국방위원회 국감에 복귀하려는 비박 김영우 의원(국방위원장)을 3시간 동안 감금한 초유의 사태를 연출했다. 김 위원장이 여당 상임위원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의회민주주의 원칙’과 ‘소신’을 내세우며 국감 정상화를 발표하자 강경파들이 ‘단일대오 유지’를 주장하며 국방위원장실의 문을 걸어 잠그고 국감 출석을 막았다. 국정감사를 보이콧한 새누리당 내부에서 파열음이 발생한 것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0월7일 제주시 용담동 한천 하류를 찾아 제주도당 관계자 등과 태풍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갈지자 행보” “돌출형 리더십” 비난

 

결국 여론이 점차 악화되자 이 대표는 국감 파행 일주일 만에 단식을 중단하고 ‘빈손’으로 의사일정에 복귀한다고 손을 들었다. 이 대표는 강경파와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정 의장 규탄은 하되, 국감은 참석하자”는 비박의 ‘투 트랙 전략’을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대책 없는 강경노선을 따르다가 여론에 밀려 스스로 항복하는 수모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박 하태경 의원은 “의회주의 파괴자 정세균을 규탄하면서 정작 자신도 의회주의를 역행하며 헌정 사상 초유의 집권 여당 국감거부에 대해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다시는 국감을 거부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국민들께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단식은 당내 위상과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였다. 하지만 ‘7일 단식’은 이 대표에게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되고 말았다. 여당 대표가 정국 출구를 꽉 막은 데다 강경파에 휘둘리는 무소신과 돌출 행보가 리더십에 타격을 주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됐다는 관측이다.

 

새누리당이 우여곡절 끝에 국정감사 거부 일주일 만에 전격 복귀 결정을 내렸지만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론을 따르지 않은 김영우 위원장 징계 여부를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연되고 있어서다. 친박은 김 위원장을 해당행위로 반드시 징계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비박은 징계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김 위원장 징계와 관련, “당 지도부가 결정해야 할 문제인데 분위기는 그렇게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친박 강경파 지도부에선 김 위원장을 징계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 의원은 “제가 보기엔 (국정감사 전면 거부란) 당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고, 많은 분들이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 위반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때 (김 위원장이) 국정감사를 하루 이틀 먼저 했어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 당원들이 굉장히 섭섭해 한다”며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김 위원장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하게 질책을 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박은 김 위원장을 옹호했다. 황영철 의원은 “(김 위원장이) 국방위원장으로서 전쟁이 나도 국방위원회는 열려야 한다고 한 얘기를 들으면서 굉장히 많은 공감을 했다”며 “국회의원이 국방위원장으로서 국방위원회를 정상적으로 이끌었다는 사유로 징계를 한다면 새누리당은 옹졸한 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김 위원장 징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비박은 친박 지도부의 헛발질을 틈타 당내 현안에 목소리를 키울 기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내 계파 간 갈등이 더욱 고조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 의원은 “다수파인 친박이 당내 의견을 무시한 채 당을 강경일변도로 몰아가고 있어 이를 저지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강경파들이 민의와 동떨어진 오만한 행동을 계속할 경우 대선에서 성난 민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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