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개전(改悛)의 정(情) 없는 ‘봉숭아 학당’을 어찌할까나
  • 김현일 대기자 (hikim@sisapress.com)
  • 승인 2016.10.07 17:49
  • 호수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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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일곱 가지 죄(罪)가 있다. 노력 없는 부(富),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지식, 도덕성 없는 상(商)거래, 인성(人性)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신앙, 원칙 없는 정치가 그것이다.” 인도의 정신적·정치적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의 말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성인(聖人)이나 철인, 혹은 정치지도자와 작가들이 남긴 명언(名言)은 숱한데 특히 간디의 명언들은 인문사회 거의 모든 영역을 관통하며 오늘에도 살아 숨 쉽니다. 그 가운데 앞서 소개한 ‘일곱 가지 죄’는 애당초 지금의 한국을 향한 듯합니다. 현장에서 실상을 확인하고 일갈한 것처럼 생생합니다. 도둑 제 발이 저리듯 가슴이 뜨끔합니다.

 

모두가 정곡(正鵠)을 찌르는 주옥(珠玉)같은 것들입니다만 저는 ‘원칙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 대목을 늘 곱씹게 됩니다. 정치판 관전을 업(業)으로 삼는 필자의 팔자소관일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혼란과 갈등, 폭력이 극에 달했던 당시 인도 수준이란 말인가”라고 자문한 뒤 허탈에 빠지곤 합니다.

 

국회의장이라는 사람이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절차를 안 지켜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반대 측의 주장처럼 대통령 되려는 욕심 때문에 무리수를 감행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맨입’ 발언 등을 포함해 저간의 언행은 비판받을 만합니다. 이에 대응하는 원내 다수당의 모습도 가관입니다. 당 대표는 단식에 돌입하고,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에서 ‘날치기 폭거 하수인, 의회 폭도자, 맨입 정세균 국회의장은 사퇴하라!’며 구호를 외쳤습니다. 명색이 여당이면서 자기네가 그토록 조롱하던 야당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진짜로 단식하면 죽게 마련인데 사안이 죽음을 각오할 대상인지, 그게 아니라면 ‘쑈’라는 말이 되는데 마지막 카드가 돼야 할 당 대표가 이 시점에서 이런 강수(强手)를 두는 게 적절한지 의문거리는 한둘이 아닙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단식하던 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국정감사에 복귀하라’고 하자 의원총회는 ‘뭔 소리냐’며 단번에 걷어찼습니다. 국회의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형사고발한 새누리당은 또 국회의장이 미국 방문 중 부인을 일등석에 태워 동반하는 등의 일탈(逸脫)이 있었다면서 검경의 철저한 공개수사를 촉구했습니다. 국회의장이 명예훼손이라며 고소하겠다고 나서자 의장의 친정(親庭)인 민주당 대표도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거들었습니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무고로 맞고소하겠다고 치받습니다. 

 

정치한다는 군상들이 사법 조치나 들먹이는 한심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편에선 야당 초선들이 국감을 빌미로 산더미 같은 자료를 해당 기관에 요청하는 등 ‘갑질’을 마다않고 있고요. 못된 것부터 배운다는 얘깁니다. 오래전에 방영됐던 TV 개그 프로그램 ‘봉숭아 학당’ 그대로이지요. 

 

어차피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해도 너무한 제20대 첫 정기국회의 모습입니다. 개전(改悛)의 정(情)이라곤 눈곱만큼도 안 보이는 막장입니다. 원칙이라곤 당최 없습니다. 몽둥이가 약이라는데 마땅한 몽둥이가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도 저 꼴을 내버려둘 순 없으니 찾아봐야지요. 정당 단위 응징과 함께 개별 의원의 구태와 패악질도 단연코 가려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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