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틱'의 특효약은 무시하고 내버려두기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6.10.05 15:59
  • 호수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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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이상한 언행 놀리면 증상 악화… ‘뚜렛 증후군’ 장애로 인정

틱(tic)은 자신도 모르게 특정 신체 부위를 움직이거나 반복적인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눈을 계속 깜박이거나, 머리를 흔드는 행동을 운동 틱이라고 한다. 킁킁거리는 소리 등을 내는 경우를 음성 틱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가 모두 나타나면 뚜렛 증후군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틱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1만7000명이다. 2009년 1만6000명에서 해마다 1.9% 증가한 셈이다. 틱 환자 중 10대가 45.3%로 가장 많고, 10대 미만 37.1%, 20대 8.7%로 20대 미만이 전체의 82.4%다. 남자가 여자보다 3배 많다.

 

이 증상은 신학기를 맞는 3월과 9월에 많이 발생한다. 학급 친구·선생님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아이에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심리적 요인 외에도 유전, 출산 과정에서의 뇌 손상, 세균 감염 등이 틱의 원인으로 꼽힌다. 일시적이나마 틱은 전체 아동의 10~20%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다. 7~11세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대부분 미처 모르고 지나간다. 그러나 틱이 심한 아이는 갑자기 증상이 심해졌다가 며칠 뒤에는 잠잠해지는 식으로 증상의 정도에 변화가 생긴다. 

 

틱이 1년 이상 계속되거나 뚜렛 증후군(운동 틱과 음성 틱이 모두 나타나는 증상)이 생기면 소아청소년정신과를 찾아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성인이 될수록 완치가 힘들어지므로 어릴 때 치료받는 게 바람직하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운동 틱과 음성 틱은 인지행동 치료나 이완 요법 등의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완치된다. 만성 틱이나 뚜렛 증후군 등 중증도 이상이면 1년 정도의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다.

 

아이가 틱 증상을 보일 때 놀리거나 벌을 주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져 오히려 증상이 악화한다. ‘무시’가 특효약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일과성 틱은 저절로 좋아진다.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틱은 아동이 정신 집중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많이 나타나는데 대부분은 자신이 틱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며 “틱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받는 아이는 불안해지고 더 심해진다. 일과성 틱을 무시하고 내버려두면 대부분 저절로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 일러스트 양원근


 

뚜렛 증후군, 장애로 첫 인정

 

만성 틱이나 뚜렛 증후군은 장애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장애가 아니다. 이아무개씨(24)는 10년째 뚜렛 증후군 환자로 살고 있다. 이씨는 13살 때 틱 진단을 받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았지만 낫지 않았다. 선생님에게 욕설을 퍼붓고 친구들에게 괴성을 질러대는 통에 중·고등학교 생활 대부분을 양호실이나 특수반에서 보냈고 병역도 면제됐다. 이씨의 아버지는 2014년 경기도 양평군에 장애인 등록을 신청했다. 장애인으로 등록하면 재활상담, 생업지원, 장애인 연금, 직업훈련 등을 받을 수 있다. 양평군은 장애인복지법상 뚜렛 증후군이 장애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치료를 받으면 음성 틱이나 행동 틱은 완전히 사라지거나 호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을 동반한 틱 환자나 뚜렛 증후군 환자만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다.

 

이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에 ‘헌법의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심 재판부는 8월21일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뚜렛 증후군을 국가가 법으로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 인정한 법원의 첫 판결이다. 소송을 대리한 신태길 변호사는 “틱 장애가 아니라 뚜렛 증후군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라며 “하루빨리 뚜렛 증후군이 법적 장애에 포함돼 전국의 중증 뚜렛 증후군 환자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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