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김영란법은 만능이 아니다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press.com)
  • 승인 2016.09.30 17:44
  • 호수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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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秋分)이 지나니 가을바람이 더 서늘합니다. 올가을은 전 국민의 우울함 측면에서 역대급 가을이 될 것 같습니다. 초대형 국내외 악재가 산적해 있어서 그렇습니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이란 사자성어가 피부에 와 닿습니다.

 

경제체력이 떨어지고 빈부격차가 심화되다 보니 20대 자녀와 50대 부모가 일자리와 관련해 동시에 고민 중입니다. 북한 핵과 사드 문제는 해법을 못 찾고 날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우병우, 최순실 등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비리 의혹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롯데 일가 비리 5인방은 재벌 및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혐오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한진해운 사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일파만파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전·현직 검사장과 부장판사 등과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의 비리는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인 언론과 사법부가 썩었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주에서 큰 지진까지 일어났습니다. 안 그래도 한국에서 살아가는 게 힘들어 죽겠는데 지진에다 이 정부가 무대책인 걸 보니 심리적으로 그로기 상태가 되는군요.

 

기자라는 직업이 남들 걱정해 주고 나라 생각해야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돈이 최고의 가치고 공동체 생각 별로 안 하는 요즘 세태와는 정반대인 직업이죠. 따라서 천성이 이런 데 관심이 없더라도 기자라는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늘 나보다는 남과 사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어떻게 해야 이런 망국적 현상을 타개할 수 있을까 궁리를 많이 하게 됩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한국인 개개인이 자각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나부터라도 잘하자’는 것으로 집약됩니다. 우리는 틈만 나면 정치인을 욕합니다. 그러나 이들 소위 ‘지도층 인사’는 누가 뽑았습니까? 대통령을 욕하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은 대통령을 찍은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만난 사람 중 “내가 잘못 뽑았다”며 뉘우치는 국민은 5%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뇌물수수나 성범죄 등 중범죄를 저질러도 그 지역 선거구민이 부끄러워하는 걸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모두가 제3자 관점에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남 욕만 합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국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통령을 잘 뽑는 것입니다. 한국이 지금 문제가 많다면 대통령을 잘못 뽑은 국민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지금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멤버들을 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보다 나을지 의문입니다.

 

9월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됩니다. 인터넷에 비치는 민심을 보면 김영란법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저도 잘되기를 바라고 법을 잘 지키겠습니다. 그러나 김영란법은 만능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가 처벌법규가 없어 근절되지 않은 게 아닙니다. 관건은 결국 국민 개개인의 각성입니다. 우리 사회가 굴러가는 모습을 보면 법 하나 만들었다고 별로 달라질 것 같진 않습니다. 저부터 국민으로서의 도리를 다해 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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