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바라는 ‘이상적인 추석의 밥상 대화’가 비판받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9.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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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길에 배포된 정부 홍보물, 사드․위안부 정책 '자화자찬‘
여기 이번 정부 들어 한국이 ‘살맛나게’ 변했다는 한 가족이 있다. 이 가족은 추석 때 밥상 앞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눴다. 여러 화제를 말하다보니 “전보다 살기 좋아졌는데”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게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 ‘정부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원칙과 소신으로 추진한 정책들이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석을 앞두고 기차 등에 30만부가량을 배포한 《고향가는 길》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책자는 “이번 정부에서 장기미해결 과제가 빛을 봤다“면서 한 가족의 추석 밥상 대화로 이를 풀어냈다. 이 가족이 나눈 대화 내용은 정책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고향가는길


 

물론 홍보책자다 보니 이런 부분이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책자 속 가족의 대화는 사드배치․일본 위안부․기초노령연금 등 여전히 논란이 진행 중인 부분까지도 ‘잘했다’로 귀결된다. 아래에 대화내용 몇 부분을 소개한다. 

먼저 일본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노력과 관련한 부분이다. 

 

 

아빠: (중략)이렇게 이야기하다보니, 박근혜 정부가 앓던 이 뺀 것처럼 해결한 성과가 꽤 많네. 나는 그중에서도 한․일 간에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게 가장 큰 뉴스인 것 같아. 

 

삼촌: (중략)고령인 할머니들이 자꾸 돌아가시니까, 이분들이 한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위안부 문제를 타결해야하는 상황이었죠. 

 

엄마: 이번 합의문은 일본정부의 책임을 명확하게 했고, 그간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았으며, 일본 정부 예산에 의한 이행조치가 있어서 일본이 그동안 제시한 내용 중 가장 진전된 내용이라고 평가하더라고요. 

 

대화내용은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2015년 12월 위안부 관련 합의를 했지만 이를 두고 ‘졸속협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배상하는 핵심적인 부분이 빠졌기 때문이다. 일본에 10억엔(약 107억원)을 받아 세우기로 한 ‘화해와 치유재단’은 피해자 동의가 없는 상황이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기초연금과 관련해서도 ‘칭찬 레이스’가 이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고향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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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고향가는길> 24,25페이지

 

  

할머니: 요즘 친구들이 살맛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단다. 한 달에 20만원씩 나오니 우리 같은 노인에게는 큰 돈 아니냐. 

 

아빠: 그렇긴 해요. 예전에 비해 엄청 늘어났죠. 두배가 됐으니까요. 2008년 8만원이었던 것이, 2014년에도 10만원이 안 됐으니….2028년까지 두 배 인상한다고 했는데, 이 계획을 14년이나 앞당겨 시행한 거니까 어르신들 노후에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당초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은 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 2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약 당시부터 기초연금 지급액으로 책정한 예산은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2013년 정부는 결국 공약 후퇴를 결정했다. 정부는 모든 노인이 아닌 소득하위 70% 노인에게만 지급하기로 했다. 그것도 20만원 지급이 아닌 국민연금 가입기간 등을 고려해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기로 했다. 2015년 기준 기초연금수령자는 만65세 이상 인구 중 67%에 불과하다. 20만원을 모두 받는 사람은 노인 인구 673만여명 중 105만명 정도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대목도 나온다.

 

 

할아버지: 그나저나 사드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는거냐?

아빠: 지금까지는 국방부가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사드를 배치할 성주 내 제3후보지를 3곳으로 압축했고, 성주와 인근 김천 지역 주민들과 협의하고 있으니 곧 결정되지 않을까요. 


사드 배치 지역 선정과 관련해 국방부는 “지역사회와 사전에 협의했다”고 주장하지만, 지역사회의 말은 다르다. 지자체장․지역 국회의원․지역주민은 정부가 아무런 사전 연락과 협의 없이 ‘통보’방식을 취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불통’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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