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기반 확충이 필요
  •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9.02 16:10
  • 호수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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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경제가 잠재능력 이하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거의 모든 산업이 초과공급 상태에 있다. 수요 기반이 확충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는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 등이 쓴 경제원론을 보면 ‘신발공장 이야기’라는 의미 있는 할머니와 손자의 대화가 나온다. 

 

“1930년대 중반이었지.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새 신발 한 짝을 사줄 수 있는 게 행복이었지. 당시 많은 아이들이 신발이 찢어질 때까지 신어야 했고, 몇몇 불운한 아이들은 맨발로 학교에 다녀야 했단다.” 

“왜 그들의 부모들은 신발을 사주지 않았죠?”

“살 수가 없었단다. 돈이 없었지.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대공황 때문에 직장을 잃었단다.”

“어떤 직장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신발공장에서 일했는데, 공장이 문을 닫아야만 했지.” 

“왜 공장이 문을 닫아야 했나요?” 

“왜냐하면 아무도 신발을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지.” 

“신발공장이 문을 열어 아이들에게 매우 필요했던 신발을 생산하면 되잖아요.”

“세상 일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단다….”


현재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가계가 가난해져 ‘신발’을 살 돈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데 있다. 생산활동을 통해 국민소득이 생기면, 그 소득을 가계·기업·정부 등 각 경제주체가 나눠 갖는다. 그런데 가계가 가져가는 소득 비중은 줄고, 기업 몫은 늘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국민총소득 가운데 가계 비중이 71%였으나, 최근에는 62%로 낮아졌다. 대신 기업 비중은 17%에서 25%로 높아졌다. 이런 현상은 정도의 차이이지 세계 각국의 국가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자가 되고 가계는 가난해진 것이다. 실제로 주요 선진국의 가계 실질소득이 2000년 이후 줄고 있다. 예를 들면 2014년 미국 가구의 실질소득(중앙값 기준)이 5만3657달러였는데, 이는 1999년 5만7843달러보다 7.2% 감소한 수준이다. 실질소득이 이처럼 줄어들다 보니 가계는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가계 금융 부채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는 부채를 상환하기 어렵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저금리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가계 부채를 더 키워가면서 경제성장을 유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저금리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데 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로 소비가 늘기 어렵다. 여기다가 주가와 집값 등 자산 가격마저 하락하면 미래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서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가계가 신발을 사주지 않으면 신발공장도 망한다.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가계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기업이 임금 인상이나 고용 증대를 통해 먼저 나서야 한다. 더불어 조세 등을 통한 정부의 소득분배 역할은 더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 공급자일 뿐만 아니라 수요자로의 가계 역할이 더 강조되어야 할 시기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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