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4배 크기의 가축거래시장을 아시나요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31 10:55
  • 호수 14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 시장…중국 최대 비상설 가축시장 ‘우라크’도 성시

매주 일요일 아침, 중국 최서단 카슈가르(喀什)는 도시 전체가 분주하다. 카슈가르는 파키스탄 및 키르기스스탄과 맞댄 국경도시로 베이징(北京)과 3시간 시차가 난다. 따라서 현지에선 베이징보다 2시간 늦은 신장(新疆) 시간으로 일상생활을 한다. 그럼에도 일요일에는 베이징 시간 8시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의 바자르(Bazaar)가 열리기 때문이다. 바자르는 투르크어로 ‘시장’이란 뜻이다. 카슈가르의 원주민은 투르크계인 위구르족(維吾爾族)이다. 다른 투르크계 국가인 터키,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에도 바자르가 있긴 하다.

 

 

축구장 4배 크기의 가축거래시장 ‘우라크’

 

그러나 어느 나라도 카슈가르의 규모와 열기를 따라오지 못한다. 곳곳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바자르에 10만여 명이 몰린다. 이 중 가장 특별난 바자르는 중국 최대 규모인 비상설 가축거래시장 우라크(牛羊)다. 우라크는 위구르어로 ‘가금(家禽)’이다. 즉, 소·양·닭·비둘기·낙타 등 가축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우라크바자르는 도심에서 20㎞ 떨어진 황디향(荒地鄕)에서 열린다. 축구경기장 4배 크기의 장소에서 하루 수천 마리의 소와 양이 거래된다. 8월7일 만난 양 장수 유수프는 “발육이 좋은 양은 2700~2800위안(45만6000~47만6000원), 상태가 안 좋고 비실비실한 양은 1500위안(25만5000원)에 거래한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규모의 비상설 가축거래시장인 카슈가르의 우라크바자르 © 모종혁 중국 통신원


위구르족에게 바자르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다. 한 주일의 피로를 씻는 쉼터이자, 이웃과 소통하는 교류의 장이다. 과거 위구르족들은 바자르가 열리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갔다. 지금도 그런 상황에 큰 변화는 없다. 단지 휴일인 일요일로 고정됐을 뿐이다. 이를 위구르족은 ‘여크센베바자르’라고 부른다. 여크센베는 위구르어로 일요일이다. 2004년 시 정부가 동(東)바자르를 개설하기 전 카슈가르의 양대 바자르는 우라크와 여크센베였다. 동바자르는 1억 위안(약 170억원)을 투입해 설립한 상설시장이다. 현재 총면적 19.9㎥에 600여 개의 상점이 입주해 있다.

 

동바자르는 평소 관광객들과 중앙아시아에서 온 상인들로 북적인다. 지난해 카슈가르에서 중앙아시아로 수출된 11억4000만 달러의 상품 대부분이 동바자르에서 거래됐다. 동바자르가 문을 연 뒤 여크센베바자르는 거리에서 각종 상품을 사고파는 행상들의 천국이 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2년 전부터 과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행위가 금지됐다. 유혈사건이 빈발하면서 시 정부가 일상용품을 거리에서 사고파는 행위를 막고 있다. 이런 여파로 옛 정취가 남아 있는 바자르는 우라크뿐이다. 아무르한은 “우라크에서는 시 정부의 간섭이 적어 가축 외에 다양한 물품을 거래한다”고 말했다. 실제 수많은 노천 식당과 쉼터도 열려 바자르의 진면목을 간직하고 있다.

 

동바자르에서 위구르식 히잡인 ‘헷레스‘를 사는 위구르족 여성들 © 모종혁 중국 통신원


카슈가르 바자르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서역(西域) 36국의 하나였던 소륵(疏勒)의 교역시장이 그 기원이다. 소륵은 기원전 2세기에 세워져 7세기까지 동서교역으로 번성했던 왕국이다. 카슈가르는 위로는 톈산(天山)산맥, 아래로는 쿤룬(崑崙)산맥, 동으로는 타클라마칸 사막, 서로는 파미르고원에 둘러싸여 있다. 중국에서 인도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요충지다. 소륵은 이런 지정학적 이점을 이용해 상업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물론 그 때문에 주변 민족의 숱한 침략도 받았다. 과거 카슈가르를 점령했던 주요 민족은 유럽계, 중국계, 티베트계, 투르크계, 키르기스계 등 아주 다양하다. 근대에는 영국과 러시아까지 눈독을 들였다.

 

위구르족이 소륵을 차지한 것은 6세기 때다. 초원제국 돌궐이 무너지면서, 한 부족이었던 위구르족은 신장과 몽골고원 서부를 차지했다. 744년 쿠틀루그 빌게 카간(骨力裵羅)은 주변 부족까지 규합해 위구르제국을 건국했다. 위구르제국은 당과 대응한 외교관계를 맺었다. 755년에는 당이 안사(安史)의 난으로 위기를 겪자, 대군을 파견해 진압하고 내정까지 간섭했다. 오늘날 위구르 분리독립 세력이 내세우는 ‘동(東)투르키스탄제국의 부활’은 그 시기를 가리킨다. 카슈가르가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된 것도 그 시기다. 투르크어로 카슈가르는 ‘옥(玉)이 모이는 곳’, 즉 상업 교류지다.

 

 

위구르 독립 세력 “투르키스탄 부활시키자”

 

오늘날 카슈가르 바자르에서 성공신화를 열어가는 한국인이 있다. 우리의 요리와 커피 문화를 앞세운 이규성 사장(55)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4월1일 식당 겸 커피전문점인 ‘아로마스토리’를 열어 현지인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아로마스토리는 현대식 시장인 상업보행가(步行街)에 자리 잡고 있다. 상가의 주인 대부분과 고객의 절반 이상은 한족이다. 하지만 아로마스토리는 달랐다. 이 사장은 “찾는 손님은 10명 중 9명이 위구르족으로 현재 카슈가르의 인구 비율과 똑같다”고 말했다.

 

아로마스토리가 개업 수개월 만에 탄탄대로를 닦은 것은 시 정부의 도움이 컸다. 이 사장은 “개업한 지 3일 만에 시 공산당위원회 선전부 기자가 찾아와 취재한 뒤 이튿날 위챗(微信)을 통해 보도했는데, 당일만 4000명의 손님이 찾아왔다”고 밝혔다. 그 덕분에 45㎥로 시작한 매장을 석 달 만에 75㎥로 늘렸다. 지금까지 시도 때도 없이 몰려오는 손님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또한 20만 위안(약 3400만원) 자본금으로 정식 절차를 밝아 4000만원 이상을 투자해 음식점을 세웠다. 한국과 똑같은 음식재료와 커피머신을 쓴 것도 주효했다. 이 사장은 “위구르족은 커피에 익숙하지 않지만 한국적인 커피문화를 뿌리내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