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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전가의 보도’ 주한미군 철수 한국 압박하는 미국의 속내

‘미군 철수’ 불 지피는 美 정가…방위비 증액, 사드 배치 주도권 잡으려는 ‘꼼수’ 지적

노진섭·조해수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6.08.30(Tue) 14:25:37 | 14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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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북한보다 인구가 2배 많고 국내총생산(GDP)은 북한의 10배를 웃돈다. 시간을 두고 한국이 한·미 동맹 지상군 수요의 더 많은 몫을 감당할 수 있으며, 미군 병력을 다른 중요한 임무에 투입할 수 있다.”

미국 정계에서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또다시 나왔다. 맥 손베리 미 하원 군사위원장(공화당)은 지난 8월21일(현지 시각) 외교 전문매체 ‘포린 어페어스’를 통해 “미국 안보에 대한 도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군사비를 계속해 줄이고 있다”며 “차기 정부 전략은 자원을 아끼면서 전반적인 안보 위협을 줄이는 방식인 병력 재구성”이라고 밝히면서 그 예로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보다 앞서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불을 댕긴 것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감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 100%를 지불해야 한다”며 “한국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한국에서 나올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의 유지비에 대해서도 “미군이 일본을 지켜주고 있으니 그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들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둔비용 100% 지불 않으면 미군 철수”

 

미국의 일부 언론도 최근 주한미군 철수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격월간지 ‘내셔널 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는 7월10일 “미국인의 안전을 위해 남한에서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며 자국민의 안전을 강조했다. 인터넷 신문마이데이톤 데일리뉴스는 8월24일 “총을 소지한 위험한 이웃이 있다고 생각해 보라. 스스로 방어할 수단을 갖춰야 한다”는 2013년 당시 정몽준 의원의 말을 인용하며 미군 철수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외국에서 미군은 과거 냉전 시대만큼 전략적 가치가 없다. 또 금융 침체 등으로 미국의 경제는 빈약하다. 미군이 철수해야 한국이 자주국방을 할 수 있다”며 경제적 측면에서 미군 철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군 철수를 촉진하기 위해 신속한 작전통제권 이양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OPCON)을 한국에 이양했다. 앞으로 전시작전통제권도 넘겨주면 주한미군 철수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본래 2007년 이양하기로 했던 전시작전통제권은 2012년으로, 다시 2015년으로 연기됐다가 현재 2020년 중반에 전환 여부를 검토하기로 함으로써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것은 천문학적인 재정적자 때문이다. 미국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부채비율(GDP 대비 정부 부채)이 현재 75%에서 10년 후 86%까지 늘어나고, 30년 뒤에는 141%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국방비를 감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 국방비는 2010년 6910억 달러에서 2015년 5600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따라서 본토 방어가 아닌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시작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미 육군성은 지난해 7월 “49만 명인 미 육군 병력을 2017년까지 45만 명으로 줄이고 2019년까지 42만 명 수준으로 감축할 수 있다”면서 “주한미군 병력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지만 42만 명까지 줄어들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현지 언론과 군사전문가들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다. 1976년 미 대선에서 당선된 지미 카터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군의 거센 반발 등으로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현재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대해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찬성하는 이를 찾기 힘들다. 실제로 공화당 강령에도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내용은 실리지 않았다.

 

한반도 내 사드 배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사드 미사일 발사 장면


대신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주한미군 유지비 절감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강하게 감지된다. 이를 위해 꺼내든 카드가 주한미군 감축이다. 손베리 군사위원장의 발언 역시 미국의 국방예산을 줄이는 방안으로 주한미군 감축 사례를 든 것이다. 그 배경에는 사드를 한국에 팔고 이를 운영하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속셈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손베리 위원장은 7월8일 하원 군사위원회 홈페이지(armedservices.house.gov)를 통해 사드 부대가 한국에 배치될 것을 기정사실로 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남한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은 반길 만한 일이고 동맹 관계를 재확인한 것”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로 우리나 동맹국을 위협하는 북한 정권을 묵인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8월17일에는 마크 밀리 미 육군 참모총장도 이 문제로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통신사 UPI는 8월19일 밀리 총장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의 배치 계획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사드가 배치되면 미 육군 소속 주한 미8군 예하 35방공포여단이 운영을 맡게 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 취임한 밀리 총장이 한국을 두 번씩이나 찾으며 준비작업을 직접 챙긴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의 친구들이 공정한 몫을 부담할 필요가 있으며 나는 트럼프가 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부터 주장해 왔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지난 6월 자신의 외교·안보 구상을 처음 공개한 자리에서 트럼프와 달리 동맹국과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강조하면서도 트럼프처럼 동맹국에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 논의 역시 방위비분담금을 올려 받으려는 미국의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충분히 부유하고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방위비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 미국 측의 논리다.

 

미국은 방위비분담금을 올려 받기 위해 주둔미군 감축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사용해 왔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에 따르면, 시설과 구역을 제외한 미군 경비는 미국 측이 부담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미국은 냉전이 끝나가자 동아시아 주둔 미군의 수를 감축하겠다며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경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1991년 최초로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체결됐다.

 

 

“미군이 미국보다 한국에 주둔하는 게 더 싸다”

 

지난 2014년 2월 한·미 간 방위비분담금 협정에서 우리 정부는 매년 9200억원 상당을 미국 측에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첫 협정 때보다 8배가 넘는 금액이다. 그러나 2019년부터 적용될 방위비분담금 협정에서는 미국 측이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주장대로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비용 100%를 부담할 경우 그 금액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동맹국들을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그 비용 역시 동맹국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조차 경제적인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가 미국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CNN은 4월21일 ‘병력이 미국보다 한국에 주둔하는 게 더 싸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주한미군의 유지비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뉴스는 빈세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군 병력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것보다 아시아 국가에 주둔하게 놔두는 게 비용이 절약된다”며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유지비용의 50%를 한국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는 언급을 인용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한국은 현재 연간 8억800만 달러(약 9021억원)의 방위비분담금을 지원하고 있고 미군 부대의 이전 비용 108억 달러(약 12조원) 가운데 92%를 담당한다”며 미국보다 한국 주둔이 자국의 국방비 절감에 이롭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한국에 2만8500명, 일본에 4만9000명, 독일에 3만8000명 등의 군병력을 배치한 상태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작 쿠퍼 연구원도 “일본과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하면 미국 어디엔가 대지를 마련하고, 건설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며 “미국인들이 더 많은 세금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방위비분담금을 지불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3년 ‘한국·일본·독일의 방위비분담금 비교’ 보고서를 보면 GDP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은 0.068%, 일본은 0.064%, 독일은 0.01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가 단지 한국 방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미국의 대(對)동북아시아 전략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를 들어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트럼프도 이를 잘 알고 있으며, 주한미군 철수가 한국으로부터 방위비분담금을 올려 받기 위한 협상용 카드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94년 미 하원은 미군의 유럽 주둔비용 중 병사들의 봉급을 제외한 제반비용 75%를 유럽 동맹국들이 지불하지 않으면 병력 중 최고 7만5000명을 철수하기로 결의하며 주요 미군 주둔 국가인 독일을 압박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미군이 유럽에 주둔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이를 거부한 바 있다.

 

8월17일 한국에 온 마크 밀리 미 육군 참모총장은 주한미군 수뇌부를 만나 사드의 한반도 배치 계획을 점검했다.


미국, 방위비분담금 이자 수익만 연간 300억원

 

미국 측이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기 이전에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분담금의 올바른 운용을 미국 측에 먼저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는 2013년 4월 발행한 ‘동맹국의 미군지원비와 미국 비용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통해 “방위비분담금이 공돈(free money)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단독] 주한미군 불법 이자놀이 실태 최초 확인(1336호, 2015년 5월24일자)’ 기사를 통해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금 운용 실태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주한미군은 커뮤니티 뱅크(Community Bank·CB)를 통해 방위비분담금을 관리하고 있는데, CB는 우리나라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방위비분담금을 국내 시중은행에 예치해 연 최소 300억원 이상 이자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지금까지 CB가 3000억원 이상의 이자소득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렇게 조성된 수백억원의 이자 수익이 미국 정부(Home Office)에 들어간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커뮤니티 뱅크에서 40년 가까이 일한 A씨는 “2013년께 ‘홈 오피스’에서 600억원을 만들어오라고 해서 급하게 인출해 (미국에) 보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장은 “이자 수취 행위는 영업행위를 금지한 ‘한·미 SOFA(행정협정)’ 7조(접수국 법령 준수) 위반이다. 또 이자 소득을 수취하고도 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탈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특별협정을 맺어 방위비분담금을 지급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방위비분담금 지원 범위와 대상이 포괄적인 데 비해 일본은 지원 대상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어 불법 전용이 없다”며 “분담금 결정도 한국은 협정에 연도별 총액이 사실상 정해져 있는 반면 일본은 매년 총액을 결정해 미국에 통보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제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보기 <병력 2만8500명, 신형무기 400대 보유한 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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