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패널’ 양산으로 혼란 부추기는 경제채널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8.29 10:49
  • 호수 14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지마다 앞다퉈 케이블채널 신설…일부 출연자 투자사기로 물의

‘청담동 주식부자’ 이아무개 M투자자문사 대표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한 증권케이블TV에 고정패널로 출연하면서부터다. 현재 이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공신력을 가진 유명 케이블TV가 고른 사람이라서 더 믿음이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명 경제신문의 계열사인 이 케이블TV에서 이 대표는 ‘장외주식4989’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논란이 되자 방송사는 동영상 등 이 대표와 관련한 콘텐츠를 인터넷 사이트에서 모두 삭제한 상태다. 

 

이 방송이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도 논란거리다. 현재 피해자들은 이 케이블TV의 장외주식 정보 사이트 ‘장외주식4989’가 애초부터 이 대표의 소유였다고 주장한다. 피해자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아무개씨는 “사이트 내 문의전화가 이 대표가 대표로 있는 M투자자문사로 나와 있는 것이 문제가 돼 형식적인 소유권이 방송사로 넘어간 것일 뿐, 사이트 내 배너광고가 이 대표의 친인척과 관련된 회사 위주인 것과 해당 사이트에 이 대표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면 바로 삭제되는 행태로 봐서는 이 대표가 실질적인 운영자”라고 주장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해당 방송사가 이 사이트를 운영해 상당한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식 전문가는 “평소 이 대표가 사이트 유료회원 가입비를 자신과 방송사가 반반씩 나눈다는 말을 많이 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해당 방송사는 현재 사이트를 개편했으며 이 대표와 관련해서는 “특별히 이야기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사례에서처럼 주요 경제케이블TV에 출연한 출연자들이 투자사기 등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A 채널의 주식프로그램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한 박아무개씨는 “선물투자로 큰돈을 벌어주겠다”고 투자자를 속인 뒤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2월 구속됐다. 1년 만에 출소한 박씨는 현재 한 증권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주식방송에서 여전히 주식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활동 무대만 케이블TV에서 인터넷방송으로 갈아탄 셈이다.

 


경제지들마다 경제케이블TV 만들어 과열

 

여성 주식 고수로 성가를 올린 윤아무개씨는 장외주식 투자를 미끼로 투자자를 유혹, 현재 구속 수감된 상태다. 유명 경제전문채널의 주식방송에 나와 걸쭉한 입담을 과시한 윤씨는 이후 전국 순위 강연회에서 구름떼처럼 청중을 몰고 다닌 스타 강사로 유명했다. 

 

방송가에서는 출연 패널들이 물의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그러나 경제신문사들마다 앞다투어 경제케이블TV을 만들면서 과열로 치닫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렇다 보니 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패널들을 사전에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피해가 늘자 관련 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관련 심의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방송통신심의위는 2014년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개정, 관련 프로그램에서 원금 보장, 고수익 등 투자심리를 부추기는 금융·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자문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김병현 방송통신심의위 정보교양채널팀 과장은 “지난해 관련 규정을 위반해 심의 대상에 오른 경우는 총 13건이었으며, 이 중 3건은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중징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